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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6호

대만 차이잉원 정부 출범과 양안 해양긴장

성균관대학교/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서  정  경

지난 5월 20일 중화권 첫 여성지도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총통이 취임했다. 8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차이잉원은 대만독립을 주창해 온 민진당 총통 후보로서, 그녀의 총통 취임식에는 대만독립의 상징이기도 한 ‘메이리다오(美麗島)’가 1만명의 힘찬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폭발적 대만 민심에 의해 선출된 차이잉원 총통은 취임식 연설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담은 ‘92공식(共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독립노선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정부가 합의한 양안관계의 기본 원칙으로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기는 서로 다르게 한다(一中各表)는 내용이다. 차이잉원의 이번 태도는 ‘대만인’으로서의 깊은 뿌리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국민당 집권기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나타난 대만인들의 심각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点亮臺灣(대만을 밝혀라)” ― 대선 기간 차이잉원 캠프에서 지속적으로 외쳤던 구호이다. 대만의 존재감과 존엄을 되살리려는 호소이자, 2014년 3월 ‘해바라기 운동(太陽花運動)’을 통해 드러난 대만 민심의 수용이었다. 양안 간 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하여 대만경제의 중국 종속을 우려하는 대학생들의 입법원 점거농성으로 번진 ‘해바라기 운동’은 국민당 집권 시기 대 중국 의존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경제난 및 대만 내부의 구조적 불평등 심화를 배경으로 한다. 그렇지만 대만이 과거 천수이볜 집권시기처럼 급격한 독립행보로 나아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기에 차이잉원 정부 출범에 따른 양안구도는 복잡하고 다소 긴장이 보인다. 현재 차이잉원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에 기대어 전임 마잉지우(馬英九) 정권의 실패를 가져온 중국과의 경협 문제점 ― 즉, 특정계층과 기업에만 이득이 돌아가는 불합리한 구도를 혁파하기 위해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데에 주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적 압박의 실효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탈피하여 동남아국가들과의 다원적·다층적 협력을 꾀하는 ‘신남향정책’을 외교정책의 기조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만 새정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은 강온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 3월 양회 첫날 위정성(兪正聲)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92공식’과 ‘대만독립 반대’라는 정치적 기초 위에서 양안교류의 확대를 제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우리의 대만정책은 명확하고 일관적이다. 대만 정국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지는 않는다. 어떤 형태의 소위 대만독립 분열 행동이라도 결단코 굴복시키겠다”며 사전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차이잉원 총통 취임식을 하루 앞둔 시점,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 부근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무력시위를 선보였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그 어떤 형태의 대만독립 분열 짓거리와 음모도 단호히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해 무력시위의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5월 2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실시하여 긴장이 나타났으나, 이제는 그 동안 잠잠하던 대만해협에서도 긴장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 5월에 대만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대만 차이잉원 정부는 군사력 정비를 재개하며 그 동안 정체되었던 잠수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역내 해양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존한다. 대만해협이 동아시아 해상교통로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대만에게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적 압박수단에 추가하여 외교·군사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외 매체들이 보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6일 그 동안 대만과 국교관계를 유지하던 서아프리카 감비아가 중국과의 정식 외교관계를 복원시키면서 지난 8년간의 중국과 대만 간 외교휴전을 깨는 신호탄을 울리고 있다. 현재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만의 신정부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는 기존의 양안 간 협력기구와 체제를 유지하지 않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 취임 전부터 대만으로 가는 단체관광 승인 숫자를 줄였고, 대만산 농수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등을 통해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과 대만의 무역총액은 전년 동기대비 13% 감소하였고, 중국 대륙인의 대만관광이 2분기부터 약 30% 감소할 전망이다. 이렇듯 경제적 압박을 통해 실질적 타격을 주면서 군사적 강경 입장을 표출하는 중국의 대응과 행동, 이것이 노리는 것은 이른바 ‘선발제인(先發制人)’이다. 즉, 새로 출범한 차이잉원 정부에게 실력 행사를 통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이다. 물론 상대에게 영향력을 미치려는 중국이 그래왔듯, 채찍과 함께 당근도 제시한다. 중국내 대만기업에 대한 특혜 확대와 1만여 대만 유학생에게 대륙학생과 동일한 학비와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장기적으로 우군으로 양성해 대만 내 친중(親中)세력의 확대를 꾀함으로써 대만 내 독립주의 경향을 점차 약화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강온정책에 이은 중국과 대만 간 외교·군사·경제적 갈등이 미·중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 향후 양안구도가 더욱 긴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1995년 대만위기 사태 시에 미국 7함대 항공모함 2개 전단이 배치되어 중국과 미국 간 관계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은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사실 미·중 양국은 과거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부터 대만문제로 인한 진통을 겪었다. 이후에도 미·중 간에게 대만문제는 갈등의 주요 단골메뉴였다. 미국은 대만문제를 인권문제 등과 함께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유용한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왔다. 그러다가 2008년 이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만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에 맞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과 적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간 전략경쟁 구도에 차이잉원 정부 출범에 이은 대만독립과 같은 돌발사태 발생으로 인한 중국과 대만 간 미묘한 갈등이 자칫 경제적 갈등 보다 양안에서의 군사적 긴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차이잉원 정부는 비현실적 대만독립을 자제하는 입장이며,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 및 해양영유권 문제에 있어 유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남중국해를 내해화(內海化) 시키려는 중국과 갈등을 갖고 있는 상황 하에 차이잉원 정부가 중국과의 거리 띄기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과의 관계 강화 등의 정책을 선택하는 경우 대만해협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어 역내 해양안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모두는 미·중 간 갈등을 충돌로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다. 향후 지역안정을 위해서는 차이잉원 정권의 ‘스마트’한 대(對)중국 대응과 중국의 보다 포용적인 대(對)대만 정책 그리고 미·중 간의 현명한 전략적 협력이 요구된다.

※ 금번 KIMS Periscope 제46호도 6월 21일자로 발행되었습니다.

서정경 박사(jkmiru@hanmai.net)는 중국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국제문제 및 정치학 이론을 전공했다. 이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전문연구원,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전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관심 분야는 중국의 대외정책·동아시아 지역주의·중국 일대일로 전략과 한반도 영향 등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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