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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38호

해양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과 K-방산의 전략적 재구성 : 캐나다 CPSP 사례를 중심으로

전창빈

해군대학
교 수

전창빈

  1. 서 론

캐나다 초계잠수함사업(CPSP)의 결과는 단순한 개별 무기체계 수주의 성패를 넘어, 전환기 해양 안보 환경에서 무기 획득이 산업 주권, 동맹 네트워크, 생애주기 유지체계, 그리고 공급자의 위험관리 문제와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국은 플랫폼 성능과 납기 측면에서 유의미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캐나다가 설계한 평가체계는 이러한 전술적 우위를 그대로 수주 우위로 연결하지 않았다. 이는 오늘날 잠수함 획득이 더 이상 단일 무기체계의 거래가 아니라, 방위산업기반(DIB)의 재건과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둘러싼 장기적 제도 설계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본고는 이번 수주전을 방산 시장 내 단순한 동맹 구도 또는 표면적 ‘동맹 카르텔’의 산물로 환원하는 해석을 지양하였다. 대신 핵심 해양 전력을 확충하여 북대서양 동맹 네트워크에 기여하려는 안보적 책무와, 방위산업기반의 내재화를 통해 대외 의존도를 완화하려는 전략적 자율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는 캐나다의 획득 평가체계가 이러한 두 요구를 어떠한 정치경제학적 논리 속에서 재구성하였는지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K-해양방산이 직면한 전술적 우위와 전략적 서사 간의 비대칭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1. 전술적 성능 우위와 평가체계의 비대칭성

   한국 측 제안은 실전 배치 경험이 축적된 KSS-III 계열의 성능과 비교적 빠른 인도 가능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반면 독일 측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인도 시점이 늦고, 사업 추진 속도에서도 한국보다 불리하다는 평가가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사업 설계는 잠수함 자체의 플랫폼 성능보다 유지·보수 체계와 산업 편익을 훨씬 중시하는 방향으로 짜였으며, 실제로 현지 보도에서도 정비 역량이 승부처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

   이는 획득 패러다임의 핵심이 “더 우수한 잠수함”을 고르는 데 있지 않고, “어느 공급자가 캐나다의 장기적 해양 산업 생태계와 안보 체계에 더 깊게 결합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성능, 납기, 가격 같은 전통적 경쟁력은 필요조건일 수 있으나, 더 이상 충분조건은 아니다. 중견국의 해양 전력 도입은 이제 무기체계의 조달이 아니라 산업 정책, 동맹 정치, 장기 정비 체계가 결합된 국가 전략의 일부로 재구성되고 있다.

  1. 방위산업기반(DIB) 동기화와 생애주기 주권

   캐나다는 잠수함 획득을 통해 단순히 전력 공백을 메우려 한 것이 아니라, 자국 내 방위산업기반과 조선·정비 생태계를 회복·강화하려 했다. 캐나다의 ITB(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산업기술혜택) 논리는 계약을 국내 경제적 편익으로 환원하는 구조를 전제하며, 이 때문에 수주 경쟁은 범정부적 산업 동기화 경쟁으로 격상되었다. 독일 TKMS는 현지 협력사와의 선제적 제휴를 통해 선체 생산과 정비 거점 구축을 구체화하며 “생애주기 주권”을 문서와 네트워크 양 측면에서 제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애주기 주권이 더 이상 단순한 유지보수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부품 조달, 교육훈련, 정비 인프라, 후속개량, 지역 고용, 나아가 장기 산업 축적을 포괄하는 제도적 주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따라서, CPSP는 잠수함 한 척의 기술 우위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30년에서 50년에 이르는 제도적 의존성과 산업적 편익 배분 구조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으로 이해해야 한다.

  1. 관계재(關係財, Relational Good)’로서의 잠수함과 공급자 헤징

   잠수함은 도입 이후 수십 년간 후속 군수지원, 정비, 성능개량, 운용 교리, 인력 훈련이 결합되는 대표적 관계재이다. 이런 의미에서 잠수함 계약은 단발성 판매가 아니라 장기적 상호의존의 제도화이며, 공급자와 도입국 모두에게 높은 전환비용을 발생시킨다. 특히, 비(非)NATO 공급국인 한국이 북대서양 안보 네트워크 안에서 경쟁하려면, 플랫폼 우수성만이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더 정치적으로 함께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 서사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논의는 관계재 계약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주었다. 현지 투자, 대규모 기술 이전, 장기 재정 약속, 타 산업 연계까지 포함하는 과도한 패키지 요구는 공급자 입장에서 수익성 저하와 기술 주권 약화, 기회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CPSP는 도입국의 전략적 헤징뿐 아니라 공급자의 전략적 헤징도 함께 관찰할 수 있는 사례이며, 수주 실패를 일률적 패배로만 해석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불리한 관계재 계약을 회피한 선택”이라는 대안적 해석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잠수함은 단순한 관계재를 넘어 복합 관계재로 이해될 수 있다. 곧 잠수함 사업은 조선, MRO, 금융, 지역 고용, 외교적 신뢰, 다른 산업 프로젝트까지 연쇄적으로 결합시키는 패키지 구조를 갖는다. 한국 기업의 캐나다 내 다른 사업 행보가 현지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은 잠수함 계약이 개별 프로그램이 아니라 광범위한 대외 산업 관계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준다.

  1. 정책적 제언: 국가 방위산업 거버넌스의 통합적 재설계

   이번 획득 구조의 분석을 바탕으로 K-해양방산의 전략적 도약을 위한 5가지 정책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발주국의 평가 알고리즘을 사후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선제적으로 역설계해야 한다. 앞으로의 함정 수출은 플랫폼 성능 설명보다 생애주기 MRO, 산업 편익, 인력 양성, 공급망 현지화(現地化, localization) 설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제안요청서 분석 단계에서부터 산업부, 국방부, 방사청, 기업,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상설 체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토탈 솔루션”의 범위를 보다 현실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기존에는 현지 건조, 정비 거점, 인력 양성, 미래 MDA 연계 비전을 최대한 넓게 제시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여겨졌지만, CPSP 사례는 무한정한 패키지화가 오히려 공급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떠안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는 제안의 포괄성 못지않게, 어떤 조건까지 수용 가능하고 어떤 조건은 국가 차원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셋째, 국가 방위산업 거버넌스는 “원팀”을 넘어 “통합 위험관리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함정 수주전은 이제 기업 간 경쟁만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 패키지와 외교 신뢰를 함께 겨루는 장이므로, 협상 과정에서 재정적 손익, 기술보호, 수출통제, 외교적 파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즉, 많이 제안하는 국가가 아니라 오래 감당할 수 있는 약속만 제안하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더 경쟁력 있을 수 있다.

   넷째, 시장 선택에서도 전략적 헤징이 필요하다. NATO 중심 네트워크와 산업 주권 요구가 매우 강한 시장에서는 한국의 전술적 경쟁력이 그대로 수주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중남미, 동남아, 일부 중동 국가처럼 공동생산과 기술협력의 여지가 크되 과도한 동맹 네트워크 제약은 상대적으로 약한 시장에서 정치적 관계 자산을 축적하는 전략이 여전히 중요하다.

   다섯째, 대형 함정 수출에서는 “수주 성공” 자체보다 계약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장기 유지의무, 현지 투자 상한, 핵심 기술 이전 범위, 손익분기 시점, 현지 정치 리스크와 같은 요소를 계량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면, 단기 수주 실적이 오히려 장기 전략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CPSP는 더 많이 약속한 쪽이 반드시 더 현명한 쪽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1. 결론

   캐나다 CPSP는 K-해양방산이 직면한 패러다임 전환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사례이다. 우수한 플랫폼과 빠른 납기라는 전통적 장점만으로는 장기 수주를 보장할 수 없으며, 도입국이 요구하는 DIB 재건, 생애주기 주권, 안보 연대의 상위 서사와 얼마나 정합적인가가 핵심 변수가 되었다. 동시에 이 사례는 공급자 역시 무제한적 현지화와 과도한 패키지 약속을 경계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전략적 거리두기 자체가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향후 K-해양방산의 과제는 단순히 더 많이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어떤 관계를 어떤 조건으로 맺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별 능력을 높이는 데 있다. 잠수함 수출은 더 이상 제품 판매가 아니라 장기 동맹, 산업 동기화, 기술 주권, 위험 분산을 동시에 설계하는 국가 전략의 문제이며, 한국은 이제 성능 우위의 서사에서 관계 설계의 서사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전창빈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47기로 국방대학교에서 석사학위(국제관계)를 취득하고, 서울벤처대학원에서 박사학위(국방정책)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해군대학에서 주변국해양전략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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