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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84호

국제수로회의와 ‘동해’ 표기논쟁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사무국장

양정승

지난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모나코에 본부를 둔 국제수로기구(IHO: 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의 총회가 개최된 바 있다. 이 회의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재미 한인교포들이 주도하여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현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동해(東海)를 병기하는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미 백악관 청원운동‘과 버지니아 주 ’동해 병기‘ 법안을 발의, 천신만고 끝에 상·하원을 통과시키는 쾌거를 이룸으로써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2017년 국제수로회의에서 동해병기를 관철시킨다는 목표 아래 그동안 꾸준히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지명 분쟁에 대한 국제 규범으로는 유엔과 IHO의 결의가 있다. IHO는 항해 안전을 위해 해도에 관한 부호와 약자의 국제적인 통일·국제공동조사·측량 및 해양 관측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세계의 바다 명칭을 결정하는 준거로 사용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해도집을 발간하고 있으며 현재 회원국은 87개국이고 우리나라는 1957년에, 북한은 1989년에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문제는 해도집 제1판이 발간된 1929년이 우리가 식민지 상태였고 가장 최신판인 1953년에 발간된 제3판 역시 당시 우리나라가 전쟁상태였기 때문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에 대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IHO는 특정 바다의 인접국 간에 명칭 합의가 없는 경우 당사국 모두의 명칭을 병기하도록 하는 기술적인 권고를 하였으나 일본은 이것은 만(灣)이나 해협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동해와 같은 공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인 1992년 제6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 최초로 동해의 국제적 통용 명칭인 ‘Sea of Japan’에 대하여 정부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여 명칭 시정을 요구했다. 이후 유엔 관련 회의와 국제수로회의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다. 2002년 제8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는 남북한 대표단이 과도기적 조치로서 일본해와 동해(북한은 조선동해)의 명칭 병기를 요구했으나 일본은 이를 일축하여 우리의 요구를 저지하기 위한 치열한 로비를 벌여 자국의 입장을 지금까지 관철시켜오고 있다.

  현재 IHO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을 발간 준비 중이다. 2007년 총회에서는 총회 의장에 의해 동해부분을 제외한 부분의 우선 발간이 제안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2년 총회에서도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문제는 끝내 결정되지 못했으며 다만 일본해 단독 표기 방안은 일본을 제외한 어떠한 회원국의 찬성표도 받아내지 못했다. 양국의 주장에 대한 쟁점은 우선 일본은 현재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표기로서 전 세계 지도의 95%가 사용하고 있어서 명칭 변경은 괜한 혼란만 야기할 뿐 아니라 일본해는 18세기 말부터 서양에 의해 확립된 명칭으로서 우리가 주장하는 것처럼 19세기 말 일본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일본이 동 명칭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는 ‘동해’가 역사적으로 볼 때 2000년 이상 사용해 온 명칭으로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근거로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명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동해 지역의 명칭에 대한 분쟁은 국제규범인 유엔지명표준화회의 및 IHO의 결의에 의거, 한·일 양국이 공통의 명칭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그 밖의 견해를 살펴보면, 특정 시점에서 보는 방위를 기준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면 대만에서는 동중국해를 ‘동해’로 부르고 독일·스웨덴·덴마크는 발트해를 ‘동해’로 부르며,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동해’라고 부른다. 따라서 동해라는 말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동해의 명칭이 여러 곳에서 명칭 충돌(name collision)이 일어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특정 국가의 이름으로 해양의 명칭을 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으며 유럽의 북해(North Sea)를 예로 들어 방위에 근거한 명칭 지정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동해’ 명칭은 우리가 주장하는 것처럼 2000년이 넘게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지만 세계사적으로 대양항해 시대인 16세기 초, 동양을 탐험하기 시작한 서양인들이 지도를 제작하면서부터 ‘동해’가 세계지도 상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즈음에 제작된 서양지도에는 조선해·한국해·동양해·중국해·일본해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었으나 가장 빈번히 사용된 것은 한국해(Sea of Korea)였다. 현재 우리는 ‘동해’, 북한은 ‘조선동해’, 일본 및 러시아가 ‘일본해’라고 부르고 있는 다양한 동해 명칭을 포함하여 이번 국제수로회의에서는 사무국 주도하에 비공식협의체를 만들어서 제4집 개정 시 반영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자해도(지도) 등이 보편화 되면서 일본을 제외한 G7 국가에서는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이 50.4%를 넘어서는 증가추세에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이번 국제수로회의를 계기로 우리는 정부와 민간 영역이 합심하여 전 세계 모든 지도에 동해가 병기될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한층 배가해야 할 것이다.

  한편 ‘동해’ 명칭과는 별도로 ‘대한 해협’ 이름 역시 한·일간에 첨예한 이견 대립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국무부는 1950-1980년대에 한반도 남단과 일본열도 사이 전체를 ‘대한 해협’(Korea Straits)이라는 큰 이름 아래 한반도와 대마도 사이를 대한 해협의 ‘서수로’(Western Channel), 대마도와 규슈 사이를 ‘동수로’(Eastern Channel)라고 표기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서수로만이 대한 해협(Korea Strait)으로 불리고 동수로는 ‘쓰시마 해협’으로 구분되어 표기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최근 일본은 아예 대한 해협 명칭의 사용 없이 ‘쓰시마 해협’으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 1861년 영국에서 발간된 지도에는 대한 해협을 ‘STRAIT OF COREA’로 표기하고 한반도와 대마도 사이를 ‘West Corea Strait’, 대마도와 규슈 사이를 ‘East Corea Strait’로 표기했으나 오늘날 일본은 ‘쓰시마 해협’ 이름 아래 대마도를 중심으로 동쪽을 동수도(東水道), 서쪽을 서수도(西水道)로 표기하고 미국을 비롯하여 일부 지도제작사에서도 ‘쓰시마 스트레이트’(Tsushima Strait)로 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또한 ’동해‘ 병기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겠다.

* 미 국무부, ‘New Territorial Sea Limits in the Korea Straits,’ Jun. 15, 1978 수록 지도 참조.

양정승 박사(jeongsung305@hanmail.net)는 영국 국방대학원·미해군 잠수함 함장과정·충남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고 잠수함 함장 및 전대장 역임 후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사무국장 겸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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