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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호

중국어선 불법조업 막을 길 열렸다 : ‘국제해양법재판소 판시’ 활용을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

이서항

최근 한 국제사법기관에 의해 전 세계 바다에서 횡행하고 있는 제3국의 불법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권위있는 의견이 채택됨에 따라 우리 해역에서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을 수 있도록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해양문제를 관할하고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가 지난 4월 2일 서아프리카 ‘소지역 수산기구'(SRFC)에 의해 흔히 IUU(비법·비보고·비규제)라고 불리는 불법어업에 대한 어선 소속국가(즉, 旗國)의 의무와 책임 등을 가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 이름으로 어선 소속국가가 ‘적절한 관리·감독'(due diligence)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불법조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액이 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등 그 규모가 엄청나 관련 연안국에 미치는 경제적 악영향과 생태계 측면에서의 교란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아프리카 해역의 경우 어획량의 38%이상이 중국·스페인·대만 등 제3국의 불법조업에 의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불법조업이 해적행위보다 경제 및 생태학적으로 더 해악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같이 불법조업의 영향이 막대함에 따라 서아프리카 해역을 관할하는 ‘소지역 수산기구’는 2년 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입장 정립을 요청하게 된 것이며 재판소는 1994년 설립이후 사상 처음으로 재판관 전원이 참가한 심리를 거쳐 사법적 권위를 갖는 ‘권고적 의견’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불법조업 어선 소속국가의 관리·감독 의무와 손해배상 책임까지 언급하고 있는 해양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이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적 관할권을 갖느냐에 대해서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이미 20여 년 전부터 불법조업 어선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국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왔다. 과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여러 국제기구들이 행동지침으로 관련국의 관리책임을 강조해 왔으며 이번 해양법재판소의 의견도 불법조업의 궁극적 책임소재에 대한 권위적 해석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어느 국가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해양법재판소의 의견 채택은 그동안 매년 평균 4만 여 척에 달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왔던 우리나라에게 이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국제적 규범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이번 해양법재판소의 ‘의견’은 수백~수천 척이 개입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불법조업뿐만 아니라 단 한 척이 관여되는 불법조업에 대해서도 소속국의 엄격한 법집행 요청과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우리에게는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제규범이 확립되었다 하더라도 불법조업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불법조업 문제에 대한 해양법재판소의 획기적인 의견 정립은 우리나라에게 몇 가지 과제와 반성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중국으로 하여금 ‘권고적 의견’을 집행시키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최근 우리나라는 2013년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중국과 공동으로 불법어업을 단속하는 시책을 펴고 있으나 문제해결의 관건은 중국 자신에 달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권고적 의견’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주요 관련국의 입장을 청취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중국은 유엔해양법 협약을 근거 삼아 불법어업문제에 대한 해양법재판소의 관할권을 부정한 바 있어 중국에 대한 재판소 의견의 수용 설득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우리나라는 중국어선에 의한 명백한 불법조업의 피해국이지만 때때로 다른 나라 해역에서는 위반국으로 의심 받는 사례가 있어 우리나라 국적 어선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지도가 요망된다. 자신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어떻게 남에게만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 있겠는가. 국제적 차원에서 권리와 의무의 균형이 필요하다.

  셋째,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이번 ‘권고적 의견’ 결정과정에서 30여 개 관련국의 입장을 서면 또는 구두로 접수하는 절차를 가졌는데 우리나라는 입장 제출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던 것은 크게 반성할 점이다. 우리나라는 20여 년 전부터 국가정책의 하나로 세계화·국제화를 부르짖고 있으면서 모처럼의 국제의견 제시 기회를 묵살한 것은 스스로 국익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서항 박사(shlee51@kims.or.kr)는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총영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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