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10호
진화하는 북한 군사도발 : 해상에서 육상으로?
지난 8월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우리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응징 차원으로 휴전선 인근 11개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20일 경기도 연천군 지역으로 두 차례 포격도발을 감행한 뒤 심리전 중단을 요구하며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군은 이에 맞서 155㎜ 자주포 29발을 대응 포격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은 군사분계선(MDL)을 무려 440m나 넘어와 매설한 것으로서 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도발이다.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사고는 1966~67년 사이 발생한 이래 48년 만의 일인 것이다.
북한은 이번 목함지뢰 도발도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 때처럼 도발 사실을 부인하며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은 도발 주체를 알 수 없는 방식의 대남 도발을 시도하고 있다. 사이버 테러나 무인기(UAV) 침투가 대표적 사례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없는 점을 교묘히 악용해 도발 사실을 부인하고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과 비교하면 북한이 의도한 남남갈등 효과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 천안함 폭침 도발 당시에는 일찍부터 북한 소행 가능성이 대두됐고 사고 발생 이후 공식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 이번 DMZ 목함지뢰 도발은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이 합동 현장조사를 이틀 만에 신속히 마무리한 이후 북한 소행으로 결론을 내린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사고 초기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심증은 있었으나 섣불리 결론 내지 않고 유엔사와의 합동조사 이후 북한 도발로 규정하는 공식 발표를 내놓은 것은 차분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 70주년까지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DMZ 목함지뢰 도발이 발생하기 전 북한군의 이상 징후는 여러 차례 감지됐다. 치밀하게 도발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목함지뢰 도발은 북한군의 도발 범위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MDL까지 확대됐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군은 NLL 해상 도발 감행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 5월 서해 NLL에서 이례적으로 야간 포사격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연평도 서북방 4.5km에 있는 갈도에서 진지구축 작업을 벌이고 122mm 방사포 4문을 배치하는 등 서북도서 지역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어찌 보면 이런 식으로 서해 NLL에 우리 군 당국의 관심을 집중시켜놓은 뒤 성동격서식으로 DMZ 도발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금 DMZ 도발로 우리군의 감시와 경계가 DMZ에 집중적으로 쏠려있는 상태이니 향후 NLL 해상 도발 가능성도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5년에 발간된 『2014년 국방백서』에 나온 유형별 침투 및 국지도발 현황 자료를 보면 1950년대부터 2014년까지 북한의 대남 침투도발 및 국지도발 횟수는 총 3040회로 이 가운데 1001회가 해상 침투도발이다. 특히 세부적 국지도발 가운데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과 북한 어선의 NLL 침범은 각각 273건과 186건, 포격 및 소규모 해전은 40회로 집계됐다. MDL 월선은 29회, 지상 총·포격 도발이 94회인 점과 비교하면 해상 도발 횟수가 월등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8월 24일자 『국방일보』는 북한이 21일 대화 제의 이후 잠수함 전력의 70%가 모기지를 이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의 군사도발이 지속적으로 진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향후 북한이 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양상의 군사도발을 일으킬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지난 천안함 폭침 도발과 연평도 포격 도발도 예상했던 게 아니었다. 북한은 지난 5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을 했고 NLL 야간 포 사격 훈련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등 도발 준비를 쉬지 않고 있다. 2010년 NLL 근해 천안함 폭침 도발, 연평도 포격 도발 그리고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우리 군이 또 북한 군사도발에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많은 국민들은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약력
김민서 기자(spice7@segye.com)는 2004년에 세계일보에 입사하였다. 2011년에는 영국 브리스톨대 공공정책학 석사를 취득하였고, 2011년 9월부터 현재까지 외교안보부 소속 통일부 출입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 국내외 관련자료
- 알림
- 본지에 실린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 KIMS Periscope는 매월 1일, 11일, 21일에 카카오톡 채널과 이메일로 발송됩니다.
- KIMS Periscope는 안보, 외교 및 해양 분야의 현안 분석 및 전망을 제시합니다.
- KIMS Periscope는 기획 원고로 발행되어 자유기고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