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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40호

미 해군의 새로운 전력운용 개념

― 항공모함 운용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총 재

정호섭

미국이 중국·러시아 등과 새로운 전략적 경쟁 시대에 진입한 가운데 최근 미 해군의 전력 ―특히 항공모함(항모)― 운용 개념이 변하고 있다. 항모는 초강대국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가시적으로 상징하고 전 세계에서 미 국익을 수호하는 주 군사수단이다. 미 해군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전개 가능한 항모 척수(隻數) 대비 전방 전개했던 항모 강습단(CSG: Carrier Strike Group)의 비율이 22∼25%였다가 2018년에는 평균 15%로 감소하였다.  이는 소련이 붕괴한 1992년 이래 25년 동안 최저의 수준이다. 특히 중동지역에는 ISIS와의 전쟁∙시리아 내전∙ 이란과의 외교분쟁 등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미 해군은 지난 3월 이후 단 하나의 CSG도 배치하지 않았다. 또한 금년 여름 약 22일 동안은 전 세계 어느 해역에서도 미 CSG가 전혀 항해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운용된 미 해군의 전략태세와 상당히 다른 현상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지난 1월 발표된 ‘미국 국방전략서’(US National Defense Strategy, 2017)이다. 여기에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미군에게 전략적으로는 예측 가능하나 작전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소위 ‘동적인 전력운용’(Dynamic Force Employment)을 시행하도록 예하에 지시했다. 즉, 전력의 동적(신축적)인 운용을 통해 중국이나 러시아 등 경쟁국들이 미국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미국의 방책은 확대하고 경쟁국은 불리한 위치에서 미국에 대항하도록 강요하겠다는 것이 그 의도이다. 종전까지 미 해군은 2000년대 초 확립된 최적화된 함대대응계획(OFRP: Optimized Fleet Response Plan)이라는 틀에 의거해 전력을 전방 전개했다. 특히 CSG의 경우, 2+3의 형태 ―즉, 2개의 CSG가 전개되고 3개의 CSG는 1개월의 사전 경고 하에 ‘긴급전개’(surge)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유형에 따라 운용되어 왔다. 이를 통해 각 CSG는 36개월 주기 내에서 7개월 전방 전개 후 약 15개월 정도 모항에서 대기나 해상훈련 등으로 유사 시 전개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경쟁국들은 이같이 정형화된 미 해군 전력 운용패턴을 이미 알고 향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경쟁시대가 도래한 만큼 미 해군도 이러한 전략상황 변화에 부응하여 작전적 예측불가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전력전개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배경은 오랫동안 중동에서의 테러와의 전쟁 기간 동안 미 해군 함대전력의 전비태세가 지속적으로 저하된 결과, CSG의 전방전개 작전 수행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필요한 항공력의 1/3 정도를 미 해군 항모 비행단이 제공하며 지상전투를 지원하고 있었다. 해상에서 최고 수준의 전투태세를 갖춘 CSG가 지상전투에서 ‘해상으로부터의 전력투사’ 라는 제한된 임무만 오랫동안 수행한 결과, 해군의 주 임무인 해양통제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전비태세의 결손’(readiness deficit)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각 지역에 배치된 전투사령관들은 끊임없이 항모전개를 요구했다. 한국전쟁 이후 전방 전투사령관들은 그들의 책임구역 내에서 분쟁/침공 억제수단으로 항모를 중심으로 하는 미 해군력이 항상 전개되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현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중부사령관으로 근무할 때 중동지역에 두 개의 CSG가 상시 전개되기를 요구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CSG는 함대대응계획(FRP)뿐만 아니라 현행작전 소요의거 수시로 전개되어 임무 수행하게 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전개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결과 CSG(항모와 탑재 항공기, 5척의 순양함 또는 구축함)는 계속 혹사되고 필요한 정비나 훈련, 그리고 작전요원이나 부대 등에 필요한 각종 작전인증(certification)을 실시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전비태세에 누적적인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중동 테러와의 전쟁 기간 동안 미국 정부는 해군력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핵 추진 항모의 정비를 담당하는 미 해군 내 4개의 정비창/조선소의 낙후된 시설과 설비 그리고 저하된 정비역량이 이러한 전비태세의 결손을 더욱 부채질하게 되었다. 항모와 탑재 항공기가 정해진 기간에 정비를 끝내지 못하고 계속 정비가 지연되자 그 부정적 영향이 다른 항모에 연쇄적으로 파급되면서 함대대응계획(FRP)이나 수정된 계획(Optimized FRP) 모두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가 된 것이다.

  그 결과, 많은 CSG 소속 함정과 함재 항공기의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었다. 작년에 있었던 일련의 7함대 소속 구축함/순양함의 항해 안전사고도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과도한 전방 전개 기간 중 필요한 교육·훈련과 팀워크 형성, 또 주기적인 정비 등을 소홀히 실시한 결과 발생한 인재였던 것이다. 또한 현재 항모탑재 주력 항공기종인 F/A-18E/F Super Hornet의 경우 절반 이상이 임무수행 불가능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혹자는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한 결과, 해군이 역설적으로 최대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이같은 현실에서 미국 정부는 전비태세의 회복 필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미 국방부는 각 군의 손상된 전비태세를 회복하기 위해 2017 회계연도에 약 20억불의 보조예산을 긴급 투입하였다. 항모 투입 해역과 전개기간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등 기존 항모 전개작전 패턴에 커다란 변화를 주어 CSG에 필요한 정비기간을 부여하고 주요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해양통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력으로의 재설정 과정도 필요해졌다. 또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준수함에 있어서 全 세계 분쟁예상 해역에 가능한 항모가 아닌 전력을 전방 전개하는 방안이 강구되었다. 이것이 현재 미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분산 살상력’(distributed lethality) 개념이다. 이는 항모 대신에 상륙강습함/상륙지휘함, 순양함 등을 중심으로 하는 수상함으로 구성된 일종의 수상전투단 (SAG: surface action group)을 편성하여, 분쟁해역에 전방 전개시켜 경쟁국들의 작전적 기도(企圖)를 교란하고 이를 통해 전투사령관들의 작전소요나 동맹국·동반자 국가들과의 안보협력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의도이다. 이 밖에도 미 해군은 해군 정비창/조선소의 현대화에 향후 20년간 210억불의 예산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미 해군은 이같은 새로운 형태의 전력운용이 미국의 지역 안보역할 후퇴 또는 미 국력의 퇴조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의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 혹자는 비단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CSG가 전개되지 않는다고 해도 중국이 곧 전쟁을 일으키거나 무력도발을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힘과 영향력이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팽창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까지 지역 해양안보를 유지해 온 미국의 주력수단으로서 항모전투단의 지속적인 전개없이 미국의 힘과 영향력이, 더 나아가 지역의 해양안보가 얼마나 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 때 투입되는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을 한국정부가 지불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해양안보에 관해 동맹국 미국에게 잘못된 기대 또는 과도한 기대를 해서는 안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국가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생존을 가져다 준 지역 해양안보상황의 변화에 대한 냉철한 주시와 빈틈없는 대비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012@yahoo.co.kr)은 영국 랭커스터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충남대(군사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미·일 안보관계, 군사전략·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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