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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13호

경항모 건조를 위한 몇 가지 제언

前 해군참모총장

정호섭

최근 정부는 2021-25 국방중기계획에서 30,000톤급 경항모를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경항모는 해군 기동함대의 기함으로 해상교통로 및 해외국익 보호 목적으로 건조되어 2030년경 취역한다. 만약 이것이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국가안보를 위한 전략적 역량을 과시하며 ‘대양해군 건설’의 꿈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격이다. 또한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서 F-35B 전투기를 운용하는 4번째 국가가 된다. 그 만큼 국가위상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다.

경항모의 건조 배경으로 최소한 2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먼저 북한 위협이다.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KN-23(추정 최대사거리 690km)과 방사포 등으로 개전 초 기습공격 시, 우리의 지상 기반 전술항공기는 이륙하기 전에 궤멸당할 우려가 있다. 또 북한은 300여대의 AN-2기를 이용, 2∼3,000명의 특작부대(SOF)를 우리 후방에 침투시켜 우군의 비행기지 사용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공군 주력전투기는 물론, 지상 지휘통제(C2) 시설이 파괴되어 한국군은 對 화력전을 수행할 수 없고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이 구축되어도 임무수행이 불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개전 초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비하여 ‘움직이는 비행장’으로서 항모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는 해상교통로 안전에 대한 우려이다. 현재 미·중 간 해양 패권경쟁이 점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도·태평양지역 내에서 항모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해양팽창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항모를 2척 운영 중이며 향후 3∼4척을 추가 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F-35B 전투기를 운용하기 위해 기존 이즈미급 함정 2척을 개조하고 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도 경항모의 획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무역국인 한국의 경항모 건조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다 소형, 저렴하고 소모 가능한 전력, 특히 무인체계의 운용이 보다 많이 요구된다. 특히 장거리 대함(對艦) 미사일이나 극초음속무기 등 파괴적인 무기가 계속 출현하는 현 시점에서 대형표적으로서 경항모가 과연 한국의 올바른 선택이냐라는 지적이다.

둘째, 안전한 해상교통로는 모든 국가에게 사활적 이익이라는 점을 고려 시, 해상교통로 안보는 그리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있다. 따라서 지금 한국에게 보다 더 긴요한 전력은 경항모보다 오히려 북핵·미사일에의 대응, 즉 한국형 3축체계 구축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셋째, 과도한 재원부담에 대한 우려이다. 경항모는 건조비는 물론, F-35B, 호위전력 등의 획득, 운용에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이를 감당할 만한 국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COVID-19 사태 등으로 향후 국방예산의 제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때에 경항모를 새로이 건조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기존전력(legacy systems)을 조기에 도태하는 ‘일몰전략(sunset strategy)’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를 통해 혁신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자는 의미이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함에도 정부는 경항모를 건조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따라서 이제 공은 대한민국 해군에게로 넘어갔다. 과연 경항모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즉 명확한 운용개념을 세우고 여기에 적절한 함형을 결정한 후, 현명(smart)한 방식으로 건조해야 할 책임이 해군에게 있다. 여기서 주변국 태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태국은 1997년부터 스페인에서 도입한 경항모 Chakri Naruebet(만재 11,486톤, 12° ski-jump 보유)함을 운용하고 있다. 취역 당시 Harrier (V/STOL, AV-8S) 3대와 소수의 헬기(Sikorsky SH-60)를 탑재하였으나 재정상의 이유로 2006년 이후 V/STOL기의 운용이 중단되었다. 이 배는 2004년 인니해안에서 발생한 쓰나미 등 주로 인도지원·재난구조 임무에 투입되었으나 요즘은 매달 하루정도 훈련과 왕실의 수송임무에 투입되고, 나머지 기간은 일종의 관광명소로 운용되고 있다. 경항모가 무용지물(white elephant)로 전락한 사례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항모 건조 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명확한 운용개념의 설정이다. 사실 한국작전전구(KTO)는 항모를 운용하기에 너무 협소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해군은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차원에서 경항모의 운용개념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해군뿐 아니라 합참 차원에서도 군사전략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군사기술 발전 추세에 부응하는 함형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F-35B에 의해 수집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합동·연합전력에 전달,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 또 육·해·공은 물론, 우주, 사이버 공간 등 전영역작전(ADO: all domain operations)을 위한 지휘통제 능력이 구축되어야 한다. F-35B를 주 기종으로 하되, 다양한 해양무인체계를 추가로 탑재, 운용하는 모함, 즉 drone carrier로 운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 향후 10년 후에 경항모가 취역할 것을 고려 시, 혁신무기와 전투체계가 출현할 것을 대비한 예비공간, 전력(電力), 냉각체계 등에 대한 소요도 미리 감안해야 한다.

셋째, 연합작전 능력이다. 한국이 경항모를 획득한다고 해서 해양안보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해군은 주변 강대국 해군으로부터의 위협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규모는 작지만 동맹국 미 해군과, 또 필요시에는 주변 우방국 해군과 연합했을 때 아주 살상력 있는(lethal) 전력이 되도록 연합 상호운용성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존능력의 강화이다. 한반도 주변 작전환경에는 북한의 각종 대함(對艦) 탄도·순항미사일과 기뢰, 잠수함 등 다양한 위협이 상존한다. 또 한국작전전구는 주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교전구역(WEZ: weapon Engagement Zone) 내 위치함으로써 한국의 경항모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치명적인 위협 하에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생존능력이 미흡하면 아무리 좋은 무기와 장비를 탑재해도 이는 하나의 좋은 표적이 될 뿐이다. 대한민국 해군이 이러한 점들을 고민한 후 국가안보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경항모를 건조할 것을 기대한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90012@naver.com)은 영국 Lancaster 대학교(국제정치학 박사)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미·일 안보관계, 군사전략·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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