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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14호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의 실체

전 손원일함 인수함장
(예비역 해군대령)

최일

북한은 올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북극성-4형을 선보였다. 이후 이 신형 SLBM을 실어 나르는 잠수함이 언제 공개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작년 7월 북한은 건조중인 신형 잠수함이라며 김정은 위원장 순시 사진 4장을 공개했다. 해외 전문기관들은 이것이 신형잠수함이 아니고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언론에서도 ”북한이 로미오급(1천800t급) 잠수함을 개조해 건조 중인 3천톤급 신형 잠수함은 전폭 7미터, 전장 80미터 안팎으로 SLBM 3발을 탑재할 것으로 군과 정보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국내언론 보도내용에는 몇 가지 모순이 있다. 로미오급 개조와 신형잠수함은 상호 상충되는 말이다.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은 구 소련이 1950년대 설계한 잠수함으로, 중국으로부터 1973-1995년 사이 총 20척을 도입한 것들로써 선령이 25년에서 47년 된 것들이다. 신형잠수함이 아니라 ‘SLBM발사용 개조 잠수함’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로미오급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1830톤이다. 개조한 잠수함의 전폭이 7미터, 전장이 80미터 안팎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로미오급의 실제 전폭 6.7미터와 전장 76.6미터와 거의 일치한다. 개조한 잠수함의 크기가 개조 전 잠수함의 크기와 거의 같은데 톤수는 3000톤급으로 과장된 것이다.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해서 SLBM 3개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개조하는 방안이 두 가지가 있다. 압력선체 길이는 그대로 두고 함교탑만 확대하는 방안이 있고, 압력선체 길이도 연장하고 함교탑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해외 군사전문매체 Covert Shores는 2019.7.23일 북한 공개사진을 분석하여 선체관통구의 위치를 통해 개조 잠수함은 압력선체 길이를 연장하지 않았고 함교탑만 확대하였음을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모자이크 처리한 함교탑 뒤쪽부위의 형체를 밝혀냈다. 북한은 로미오급 압력선체 길이를 연장하지 않고 SLBM 발사대를 탑재하며 후부 배터리실을 제거했다. 배터리실 두 개 중 한 개를 없앴다는 것은 수중항해 능력이 50%로 감소했다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SLBM 잠수함의 정체는 로미오급을 개조한 것이고, 개조를 해도 기존의 함 길이를 늘리지 않고 배터리실 두 개중 하나를 없앴다는 것이며, 수중 배수 톤수는 약 2000톤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이 신형잠수함이 아니고 중고 로미오급 개조 잠수함이며, 그것도 기존 배터리실 하나도 없애 버린 잠수함이라면 하와이 앞까지 가서 미국으로 SLBM을 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개조 잠수함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개조할 수 있는 로미오급 잠수함이 약 20척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중 10척 아니 5척만 SLBM 탑재용으로 개조하고 나머지는 발사대는 없지만 함교탑 외형만 확대해서 동일하게 만든다면, 외형과 소음이 동일한 다수의 잠수함들에 대한 대응이 매우 힘들어 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 판단 하에 필자가 관계관들에게 드리는 권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계속해서 신형잠수함에 생각이 꽂혀 있으면 안 된다. 무언가 새로운 잠수함, 더 큰 잠수함 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거기에만 염두를 두면 안 된다. 아직도 북한이 신형을 개발한다, AIP를 탑재한 잠수함을 만든다, 핵추진잠수함을 만들고 있다, 5000톤 아니 6000톤급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는 북한잠수함 과대평가에 집착하고 있는 현재 우리 언론과 관련기관들이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평가해 주길 바란다. 둘째, 북한이 로미오급 개조잠수함 진수식을 아직 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더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진수식을 할 필요가 없으며 별도로 진수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개조가 완료된 잠수함들은 이미 작전에 투입되었고 남은 일부가 지금 개조 중일 것으로 보아야 한다. 셋째, 미국 정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많은 정보가 있겠지만 미국은 이미 디젤잠수함 운용에 대한 감을 잃어버린 나라이다. 디젤잠수함 운용국인 우리가 북한이 잠수함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전략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북한이 신포급 같은 신형잠수함을 만들 능력이 있는데 중고 잠수함을 쓰는 이유는 북한에 동일한 로미오급 중고 잠수함이 약 20척이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싸고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 개발사를 보면, 최첨단의 잠수함을 만들어 질적인 우위를 가지려 하지 않았다. 가장 경제적이고 잠수함 고유의 기본 기능만 보장하고, 오히려 싣는 무장을 첨단화 하거나 특별히 훈련된 특수요원을 실어 나르도록 잠수함을 운용해 왔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도 SLBM에 집중 투자하고 운반체인 잠수함은 기존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다.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선령이 25년에서 47년 되었지만 요즘 잠수함 압력선체는 50년 이상 사용해도 문제없음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충분히 개조해서 쓸만하다. 개조된 로미오급 잠수함은 굳이 하와이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북한 근해에서 물밑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대신 SLBM의 사거리를 늘리면 된다.

최근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러한 필자의 가설에 점점 더 많은 확신을 주고 있다. 먼저 이번에 공개된 북극성-4형을 보면 북극성-3형에 비해 탄의 길이를 키우지 않았다. 길이를 키우지 않았다는 말은 직경이 더 큰 잠수함에 사용될 탄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Forbes지는 올해 9월 8일, 로미오급 잠수함 두 척이 마양도 인근에서 동시에 식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발표했다. 마양도는 바로 로미오급 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신포조선소 옆이다.

북한은 결정적인 시기에 잠수함에서 SLBM을 쏘아 올려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이번에는 한 발이 아니라 여러 척의 개조된 잠수함들이 여러 군데에서 동시다발로 폭죽을 쏘듯이 쏘아 올릴 것이다. 이를 보며 ‘그 잠수함들은 새것이 아니고 배터리 실도 하나 밖에 없는 중고잠수함일 뿐’이라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최일 박사(Lgai2000@hanmail.net)는 해군사관학교 · 독일해군지휘참모대 · 경남대학교 정치학박사를 수료하고 손원일함 인수함장 · 제95잠수함전대장 · 해군본부 장보고-3 협력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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