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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15호

우리나라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오해와 사실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이 정 익

우리나라에서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오해는 “우리나라는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없어서 핵잠수함 개발을 못한다”와 “핵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해 만든다”는 것이다.

2017년에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에서 핵잠수함과 관련해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두 부분이다. (1) 우리나라는 20%까지 핵연료의 우라늄 235를 농축할 수 있으며, (2) 미국에서 제공한 원자력 기술을 사용할 때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부분에서 주목할 사실은 20%까지 농축된 우라늄은 국제적으로 저농축 우라늄에 포함되지만 일단 우리나라도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서 (미국 기술을 이용해서) 우라늄 농축이 가능한 국가이다. 평화적 목적으로만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야 하는 문구가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대형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설계, 제작, 건설 등의 기술은 모두 미국에서 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인프라를 이용하여 핵잠수함을 개발하게 되면 미국의 시각에 따라서 이것이 평화적 목적이 아니라고 하면, 협정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먼저 중요한 사실 관계를 살려 보면 ˹한미원자력협정˼은 미국과 한국의 원자력 물질과 기술에 대한 양국 사이의 협력에 대한 것이다. 즉, 한국이 미국의 원자력 기술이 아닌 다른 나라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이 협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이미 원자력 기술을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개발한 나라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는 것은 이 협정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일례로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형원자로인 SMART는 설계 기술을 미국기술에 기반을 두지 않기 위해서 ‘일체형’ 원자로라는 독특한 형태의 원자로를 선택하였고, 설계에 사용된 도구들과 사고를 해석하는 안전해석 소프트웨어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였다. 즉, 이렇게 우리가 독자적으로 미국에서 출발한 기술로 볼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하거나, 또는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운 타국과 협력하여 핵잠수함을 개발할 경우에는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물론, 핵잠수함이 가지는 민감성 때문에 동맹국과의 사전에 외교적인 양해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간과하는 사실은 핵잠수함은 저농축 우라늄으로도 건조가 가능하고, 전세계적으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잠수함이 이미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루비(Rubis)급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프랑스의 차세대 핵잠수함인 바라쿠다(Barracuda)는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연료의 농축도와 동일한 핵잠수함 핵연료 농축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으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잠수함이 비록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잠수함에 비해서 동일한 크기의 원자로를 만들게 되면 핵연료 재장전 주기가 짧아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더라도 핵연료 재장전 주기는 수년 단위가 되며, 모든 잠수함이 주기적으로 유지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유지보수 기간과 핵연료 재장전 주기를 잘 맞추기만 하면 재장전 자체가 잠수함 성능에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는다.

또한, ˹한미원자력협정˼에서 제한하는 20%의 저농축 우라늄만으로도 원자로 설계를 최적화하면, 적어도 10년 가까이 핵연료 재장전 없이 운용할 수 있는 핵잠수함용 원자로를 개발할 수 있다. 상업용 원자로에서는 이렇게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나 핵잠수함용 원자로가 가능한 이유는 상업용 원자로는 대부분의 운영기간 동안에 전출력 운전을 하기 때문에 저농축 우라늄으로 재장전 없이 2-3년 정도 운용하는 것이 최대이지만, 핵잠수함은 대부분의 시간을 20% 출력 이하의 저출력 운전을 통해 핵연료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핵잠수함이 전출력 운전을 할 때는 작전해역으로 전속으로 이동해야 하거나 아니면 적에게 탐지되어서 해역에서 매우 빠르게 이탈해야 하는 급박한 순간이 아니면 소음 때문에 전출력 운전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핵잠수함은 운용할 때 저출력 운전을 대부분 하게 되고 저농축 우라늄 핵연료를 사용하여도 충분히 10년 가까이 되는 핵연료 재장전 주기를 가지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핵잠수함은 핵무기 개발과는 완전히 무관함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 최초의 핵잠수함인 미국의 노틸러스(USS Nautilus)함이 개발된 이유도 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해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1950년대 당시 미국과 러시아를 잇는 가장 빠른 바닷길인 북극해를 지배하기 위해서 건조하였다. 즉, 핵잠수함은 승조원의 생물학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작전기간 동안 무한에 가까운 잠항거리를 가질 수 있고, 또한 그 잠항해서 최대속력으로 항해하더라도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유용하다. 핵무기를 탑재하는 핵잠수함은 이런 핵잠수함의 기능을 활용하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어떤 해군함정보다 지구상에 있는 작전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할 것이며, 다른 함정이 도착하기 전에 위험을 사전에 탐지하고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핵잠수함을 우리는 ‘공격형 핵잠수함’이라고 통칭하는데 최근에 각국에서 개발하는 공격형 핵잠수함들은 대부분 특수부대 임무와 연동할 수 있도록 건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공격형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대테러 작전이나 이국만리에서 우리나라 선박이 납치되었을 때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군의 전략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SLBM을 탑재하고 있는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핵잠수함이 사전에 주요 길목을 통제하고 있고, 미리 그 잠수함을 추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나라가 핵무기가 없더라도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훨씬 더 일반인들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필자는 원자력 공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군사적인 지식이 많지 않아 핵잠수함의 전략 전술적 측면에서 유용성을 언급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나라 고유 특성을 반영하여 독특한 형태의 공격형 핵잠수함을 설계 건조하는 것이 충분히 군사적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핵무기, 상업용 원자로, 그리고 핵잠수함 원자로를 비교하자면, 핵무기 개발이 이 셋 중 가장 쉬운 편에 속한다. 우라늄 235와 같은 물질은 고농축(90%이상)으로 농축만 하면 쉽게 핵폭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농축에 필요한 기술만 개발하면 폭탄 개발이 가능하다. 상업용 원자로가 가지는 기술적 난이도로는 핵무기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핵연료를 농축할 수 있어도, 핵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복잡한 과정과 이 일련의 과정을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립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핵폭탄보다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전출력 운전을 하여서 원자로의 급격한 출력 변화에 대한 요구사항이 크지 않다.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또한 육상에 건설되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제약사항이 크지 않고 유지보수를 하는 측면에서도 공간상의 문제가 적기 때문에 설계가 용이하다. 더 나아가 설계한 것을 구현할 수 있는 품질 보증이 된 공급망이 세계적으로 존재하여서 제작 및 건설이 용이하다.

핵잠수함에 사용되는 원자력 기술은 원자력 공학적으로 가장 어려운 기술 중 하나이다. 공간에 대한 제약이 심하며, 제한된 공간에서도 승조원의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급격한 출력 변화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며, 교전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충격과 변화무쌍한 해상환경에서도 원자로가 정상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핵잠수함은 일반적으로 디젤잠수함에 비해서 저속운전을 할 때도 운전되고 있는 회전기계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어서 저소음화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이 독자적으로 SLBM을 탑재하는 핵잠수함 개발이 핵무기 개발을 하였기 때문에 쉬울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너무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핵잠수함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 협력을 하여 개발을 하게 된다면, 상황이 매우 달라질 것은 자명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산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와 더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저탄소 에너지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소형원자력 발전소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런 소형원자력 발전소 기술 개발 중인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미 핵잠수함을 설계 건조해본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핵잠수함만큼 원자로를 소형으로 제작하기 위해서 기술적으로 진보된 영역이 없으며, 또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급격한 출력변동에 대한 대응 기술도 핵잠수함용 원자로에서는 반드시 개발하는 기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국가안보와 에너지 안보를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원자력 기술이 핵잠수함 개발과 같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거듭나고 이것이 국가 산업 기술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할 것으로 보며, 가까운 미래에 될 수 있기를 필자는 강력히 희망한다.

이정익 박사(jeongiklee@kaist.ac.kr)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2005년 2007년에 각각 석사와 박사를 Nuclear Science & Engineering으로 취득하였다. 2010년에 KAIST에 부임하여 지금까지 해양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시스템 및 에너지 시스템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였고 관련하여 다수의 국내 학회 및 위원회 활동을 하였다. 해군, 조선소, 연구소 등과의 교류를 통해서 국내에 원자력 추진체계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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