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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3호

‘갈등 상승의 악순환’을 ‘협력 상승의 장(場)’으로 바꿔야 : 새해 동아시아 해양안보 과제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   장

이서항

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붉은 해가 온 세상을 훤히 밝혀주고 있으나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의 잠망경을 통해서 보는 동아시아의 바다는 여전히 검푸르고 파고가 높다. 역내 해양문제에 대한 관련국들 간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포함한 해양위기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 지역으로 꼽히는 동아시아의 최근 해양안보 상황은 한마디로 ‘지속’(continuity) 대 ‘변화’(change)의 대립으로 요약된다. 즉, 지난 수십 년간 이 지역의 강자로 군림해 온 미국과 일본은 기존 질서의 지속을 바라고 있으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현상유지(現狀維持)의 타파, 그리하여 기존 질서로부터의 변화를 이루어내려는 전략과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기존 질서의 지속을 바라는 세력과 이에 변화를 가하려는 세력 간의 다툼은 곧 오늘날 동아시아의 바다가 미∙중∙일 등 강대국들이 서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의 場’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다툼에서 어느 한 강대국의 정책과 행동은 다른 나라의 견제와 경쟁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말하자면, 어느 한 나라의 행동 때문에 해양에서 다른 나라의 대응과 위험 행동들이 이어져 갈등 양상이 나사못 모양처럼 비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동아시아 해양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련의 상호 위험 행동들을 전문가들은 ‘욕에는 욕’식의 ‘되갚음 현상’(tit-for-tat actions) 혹은 ‘갈등 상승의 나사못’(escalation spiral)이라고 서슴없이 부른다. 이는 군비경쟁 현장에서 흔히 목격되는 ‘작용-반작용’(action-reaction)의 공식과 똑같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바로 이러한 표현에 꼭 들어맞는 경우들이다. 예를 들면, 센카쿠/조어도 분쟁을 둘러싼 중∙일간의 악순환적 행동이나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인공도서 매립과 이에 대한 미국의 구축함 파견을 포함한 항행자유 작전(FONOPs)의 수행 등은 상호 보복적 성격을 띈 ‘갈등 상승의 나사못’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렇게 역내 해양에서 되풀이 되는 긴장 상승의 악순환적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동아시아 해양갈등과 분쟁의 특징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색될 수 있다. 최근 이 지역에서의 해양갈등은 자원개발∙과학조사활동∙도서매립공사 등 특정 해양활동과 결합 후 긴장이 표면화되어 왔다. 더욱이 긴장고조시에는 해양갈등이 다른 부문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갈등이 일단 가라앉은 후에는 이의 재발 또는 비슷한 사례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찾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러한 양상의 반성과 재조명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해양갈등이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갈등의 잠복기에도 관련국들이 뒷짐만 지지 말고 분쟁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ADMM-Plus)에서 따로 만나 양국간 해양군통신체계(maritime communication mechanism) 구축을 마무리했는데 이는 ‘해양 핫라인’(maritime hotline)의 일종으로 앞으로 양국 군함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작은 사고가 더 큰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이 같은 노력이 바로 갈등고조기뿐만 아니라 잠복기에 전개되어야 할 협력의 사례이며 이러한 협력은 안정적인 역내 해양질서에 공헌할 수 있는 보다 큰 협력으로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사안에서의 협력을 바탕으로 보다 큰 협력을 이끌어 내는,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적 고리를 우리는 ‘협력 상승의 나사못’(cooperation spiral) 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해양이 이러한 협력 상승의 매개체가 되고 무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역내 해군이 공동 참여하는 해양에서의 재난구조훈련 실시와 아직까지 자발적 차원의 비강제적 규정에 머물고 있는 2014년 4월 아∙태해군참모총장회의 (서태평양 해군심포지엄) 채택 ‘군함의 우발적 조우시 사고방지 행동지침’(CUES)의 조약화 등도 역내 국가 간 협력 증진과 신뢰구축을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방안이나 소재의 부족이 아니라 해양문제를 두고 다툼보다는 믿음과 신뢰를 앞세워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의지의 빈곤임을 역내 국가 지도자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해양을 역내 국가 간 ‘협력 상승의 장(場)’으로 활용하는 작업에는 우리나라도 공헌할 기회가 많다. 우선 새해 초 완공을 앞둔 제주민군복합항(해군기지)도 한반도 해양안보 수호의 일익을 담당하는 기둥이 되어야 하겠으나 필요시에는 지역 재난구조 훈련의 모기지로 사용하여 역내 관련국 해군에게 개방하는 것도 지역협력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제주기지의 활용은 과거 건설과정에서 일어났던 국내적 갈등과 앙금을 씻고 우리 해군이 대외적으로 역내 협력 상승을 촉진하는, 그리하여 지역평화에 기여하는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서항 박사(shlee51@kims.or.kr)는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총영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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