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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94호

독일의 인-태 전략과 역내 군사 활동 분석 및 함의

해 군
중 위

신홍중

군사력, 특히 기동성과 유연성이 있는 해ㆍ공군력이 외교적 목적을 위해 시위하는 하는 것을 현시(presence)라고 한다. 무력의 현시는 위기적 상황을 군사적 충돌 없이 안정시킬 수 있어 일종의 위기안정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독일이 인도-태평양(이후 인-태) 지역에 특별한 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은 아니지만 자국의 해군력을 투입, 현시시키고 있다. 작년엔 바이에른(Bayern) 호위함을 인-태지역으로 파견하여 주요국들을 방문한 데에 이어 올해는 공군전력을 대거 투입, 서태평양 지역의 주요 국가들과 강도 높은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의 이 같은 군사력 현시는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독일은 그동안 인-태 지역에서 사실상 역외 행위자로 여겨졌던 바, 역내에서 군사력 현시보다는 주로 경제적 목적의 외교적 활동에 치중하여 왔다. 하지만 지난 2년여 간 외교적 활동보다 위험과 비용이 더 큰 군사적 활동에 치중한 것을 보면 독일의 인-태지역 진출의도, 배경,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함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독일 군사력의 인-태지역 진출 배경으로서 중국의 부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 1980년대 등소평 집권을 계기로 중국은 개혁ㆍ개방정책을 펼치면서 경제ㆍ과학ㆍ군사 등의 분야에서 급속도로 신장을 거듭하게 된다. 이때가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중국을 함께 성장 가능한 경제적 파트너로서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2010년대에 이르러 중국은 이른바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으로 인해 주변국 및 관련 당사국과 정치ㆍ외교ㆍ경제적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이러한 갈등은 점점 고조되어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미국은 급기야 중국의 패권적 야망을 지적하고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하면서 지금까지 안보(security)와 힘(power)의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유럽 또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2019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대(對)중국 정책을 발표하게 된다. 주요 내용은 중국에 대한 기존의 ‘협력 국가’라는 인식에서 ‘경제적 경쟁자전략적 라이벌’이라는 인식으로 변경된 점이다. EU의 정책이 발표된 이후 독일 외교부에선 그 이듬해인 2020년 9월 ‘인도-태평양 지침서(Germany-Europe-Asia: shaping the 21st century together. Policy guidelines for the Indo-Pacific)’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독일은 군사적인 부분을 넘어 경제·정치적 입장까지 명시했으며, 핵심은 인태 지역에서의 ①다자간 안보협력 강화, ②기후변화 대응, ③인권 보호, 법치 증진, 지속 가능한 자유무역, ④문화·교육·과학적 교류 증대, ⑤중국-독일 간 경제적 관계의 다변화 추구 등이다. 즉, 독일은 다극(多極)체제를 추구하고, 안보 문제에 관한한 포괄적으로 접근하되, 국제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선 분명한 반대적 입장을 취하고자 필요한 군사적 활동까지 펼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독일의 역내 군사적 활동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2021년도엔 무려 8개월 동안 독일 해군의 주요 전력인 ‘F123급(4,000톤급)’ 호위함(바이에른)이 역내 주요국을 방문하였다. 이 함정의 방문은 단순한 친선ㆍ우의의 상징이 아니라 방문하는 나라마다 함께 다양한 해상연합훈련을 실시하여 역내 국제해양안보역량 구축 및 증진에 기여하였다. 특히, 독일 전투함의 한국 군항 입항은 19년 만의 일이었고, 방문 일정과 병행하여 한반도 일대에서 4주간 북한의 불법해상환적 감시활동에 필요한 훈련도 실시했다. 이는 UN대북제재의 일환으로서 참가한 것이었고, 독일 해군의 첫 참가였다.

2022년 10월 현재, 독일은 ‘Rapid Pacific 2022’ 공중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 훈련은 호주·싱가포르·한국·일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9월 호주에서 실시된 ‘Pitch Black’ 훈련엔 독일 공군의 주 전력인 ‘유로파이터 6기’·‘A400M 수송기 4기’·‘A330 MRTT 공중급유기 3기’와 250여명의 병력이 참가하였는데 이는 독일 공군이 인태 지역에 전개한 전력의 규모로선 사상 최대이다. 이에 대해 람브레히트(Lambrecht) 독일 국방부 장관은 “독일은 유럽 너머의 안보도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독일은 앞으로도 계속 인-태지역에서 NATO 또는 EU의 이름으로, 또는 단독으로 다양한 방식의 군사적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먼저 NATO 차원에서 예상컨대 독일 해군의 작센급(Sachsen Klasse) 호위함을 인태지역에서 활동 중인 미 항모강습단에 방공호위전력으로 참여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유형의 호위함은 대서양에서 미 항모강습단에 자주 참여, 경계진 대공방어임무를 수행하곤 했기 때문에 인-태지역에서도 같은 임무 수행이 예상된다. 이제 NATO는 중국을 NATO조직의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 공식적으로 체제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천명한 상황이다. 중국의 야심과 강압적 정책이 NATO의 우주ㆍ사이버ㆍ해양의 영역과 더불어 기술ㆍ산업ㆍ전략물자 등의 경제적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의 발로일 것이다.

그리고 EU 차원에서 예상컨대 독일 해군은 지금껏 참여해 왔던 대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응하는 대테러 부대 전개의 핵심인 ‘아탈란타 작전(EUNAVFOR Somalia-Operation Atalanta)’에 계속 참여할 것이다. EU는 2021년 9월 ‘인도-태평양 전략(Joint Communication to the European Parliament and the Council. The EU strategy for cooperation in the Indo-Pacific)’을 발간했는데 이 백서는 EU와 인-태 국가들과의 군사적 협력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EU는 2021년 1월부터 기니 만에서 적용하기 시작한 ‘협조적 해양주둔개념(CMP: Coordinated Maritime Presences)’을 인-태지역에도 적용, 역내에 EU 군사력 주둔을 공식화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은 앞으로도 지난번과 같이 단독적인 군사ㆍ외교전략 차원에서 해군함정을 역내에 전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각종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태지역 해상 전력 전개는 작년 1번으로 끝내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격년 주기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당장 2023년에는 작년(2021년)과 같이 F123급 호위함의 단독 전개가 아닌 ‘F125급(7,000톤급)’ 호위함과 ‘EGV-702급(20,000톤급)’ 군수지원함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고, 미국은 독일과 함께 NATO의 회원국이다. NATO 헌장 제5조엔 한 회원국이 공격을 당할 시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전 회원국이 침략국을 응징, 패퇴시킨다는 조항(all for one, one for all)이 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한 미군이 피해를 본다면 이는 NATO 헌장 제5조 발동요건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게 가능하여 NATO의 군사력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된다면 평시 독일 군사력의 역내 활동 또한 우리 해양안보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위협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군의 외교적 역할을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해군이 동맹국인 미국이나 우방국인 NATO나 EU 회원국들의 함정들과 연합해상훈련을 하는 것 자체가 대북억지력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억지력 향상의 기본이다. 평시 싸우지 않고 단합된 연합 결속력을 과시, 전쟁을 억지하는 것이 바로 해군외교(naval diplomacy)의 진수 일 것이다.

신홍중 중위(adidas1998@naver.com)는 독일 해군장교학교 위탁과정 수료 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 이후 소해함(MHC-563) 작전관으로 근무했고, 당시 독일 해군 소속 바이에른함의 부산 해군기지 기항 간 독일 해군참모총장의 통역/의전장교 임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잠수함 승조원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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