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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98호

한·일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의 동북아 국제관계 함의

한서대학교
교수

김석균

1978년 발효된 한·일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이 정한 50년의 기한(2028년)이 다가오면서 동 협정에 대한 양국의 입장과 협약의 지위가 중대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협정 만료 3년 전 일방 당사국이 타방 당사국에 서면으로 종료 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는 규정(제31조제3항)에 따라 이르면 2025년에 협정의 종료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한국은 공동개발구역(JDZ) 6개 소구역 중 일부 구역(2, 4)에 대한 정밀 재탐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은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의 상이한 입장이 향후 협정의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협정의 지위변경은 동 해역의 대륙붕경계획정, 센카쿠 영유권 분쟁 등과 연계되어 또 다른 해양분쟁의 불씨로서 동북아 국제관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1968년 유엔 조사단이 동중국해에 페르시아만에 필적하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한국, 일본, 대만과 중국은 산유국의 꿈을 안고 경쟁적으로 해저광구 확보에 나섰다. 이들 국가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해역에 자국의 광구를 설치했고, 그 결과 17개 광구 중 겹치지 않는 곳은 4개뿐이었다.

1974년 한·일 양국은 대륙붕관할권 주장이 중첩되는 우리의 7광구 해역에서 공동개발을 하기로 하고 협정을 체결하였다. 냉랭한 양국 관계속에서 협정이 체결된 배경에는 1969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북해대륙붕경계획정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58년 제네바협약의 ‘중간선 원칙’에서 벗어나 대륙붕은 ‘연안국 영토의 해저로 자연적 연장’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육지영토의 자연연장론’(natural prolongation of land territory)이 새롭게 정립되면서 지질학상 한국의 대륙붕은 오끼나와 해구까지 계속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되었다. 70년대 오일쇼크 속에서 일본은 한국에 유리한 새로운 흐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해저유전개발 기술이 부족했던 한국은 일본의 앞선 기술이 필요했다. 이러한 양국의 이해가 공동개발협정으로 이끈 요인이었다.

1974년에 체결된 공동개발협정은 한국에 더 많은 양보를 했다는 일본 내의 비판 여론과 후속 입법조치 등으로 인해 비준이 늦어져 4년이 지나서야 발효되었다. 발효 이후 양국이 실시한 몇 차례 지질조사는 유엔보고서와 달리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부존량이 없다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제주분지에 속하는 중국의 핑허 유전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인접한 2, 4구역에서의 석유부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졌다. 이에 따라 양국은 공동탐사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국석유공사와 일본제국석유를 각각 운영권자로 지정하고, 3차원 지질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일본측은 발견된 석유매장량의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탐사활동 유보를 선언하였다.

이후 한국은 2020년 JDZ 탐사와 개발의 재추진을 선언하고 2, 4구역 조광권자로 대한석유공사를 지정하였다. 일본측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하고 조광권자를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은 해저자원의 공동개발 이상으로 한·일관계, 나아가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큰 국제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협정의 국제정치적 의미는 무엇보다 대륙붕관할권 주장이 중첩되는 분쟁수역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석유나 가스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협정이 발효된 이후 분쟁수역이 별다른 마찰없이 양국의 협력적 기반위에서 관리되었다. 해양이익을 두고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개발협정이 없이 양국이 경쟁적으로 탐사·개발에 나섰다면, 양국 관계에서 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중·일은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오키나와해구 이원까지 자국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협정 체결 당시 중국이 반대는 했지만 그 강도는 세지 않았고, 이후 동중국해 해저유전 개발에서도 공동개발구역을 의식하고 침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되고 나면 오늘날 공세적인 해양정책과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세계 곳곳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은 보다 강력히 관할권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동 해역은 한·중·일의 해양분쟁이 직접적인 갈등으로 표출되는 최전선이 될 것이다.

한·일 관계만 고려하더라도 현 정부가 경색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3년 후 일본이 협정의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한다면 한·일관계는 또다시 격랑속으로 힙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국제정치적 함의를 한·일 양국 정부는 충분히 인식하여 협정의 기한이 도래하기 전 분쟁수역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부존자원의 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부존자원의 존재 여부에 상관없이 협정의 기한을 50여 년 연장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륙붕경계획정이 되기 전까지 분쟁 수역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중국의 관여를 최소화하며 현재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한국 측의 탐사재개 방안을 일본측이 수용하여 공동정밀탐사에 나서고, 탐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협정을 연장하며, 탐사결과에 따라 협정의 종료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다. 한국 측이 주장하는 대로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정밀탐사를 함으로써 부존자원의 존재 여부를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획득된 자료는 재탐사나 협정의 종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한·일 공동개발협정을 중국이 참가하는 3자 공동개발협정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되어 있는 각국의 안은 분쟁상태에서는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동 위원회의에 의한 경계획정을 기대하기 어렵고, 첨예하게 이익이 대립된 상황에서 당사국 간 합의에 의한 경계획정도 무망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중국까지 참여하여 공동개발하는 방식은 3국 분쟁수역을 더욱 평화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협정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가 더 급한 입장이나 아직 정부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이 문제의 심각성과 폭발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느낌이다. 협정은 광물자원 개발에 관한 사안이라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다. 이렇다 보니 아직 해양수산부나 외교부 모두 관망하며 소극적 자세이다.

협정은 현 정부 임기 내에 운명이 결정되고, 협정의 지위변경 여부는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사안이다. 협정 존속 여부를 위한 준비작업은 외교, 안보, 해양과학, 국제해양법, 해양탐사기술 등이 관련되는 복합적인 사안이며, 향후 동북아 국제관계를 고려해 다차원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앞으로 실질적으로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은 2년 남짓이다. 조속히 정부 차원의 대응을 위한 준비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석균 박사는 현재 한서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행정고시를 통해 법제처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하여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다. 해양법집행, 해양안전 및 보안, 해양분쟁, 코스트 가드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였다. 해적문제에 대한 전문성으로 ‘해적박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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