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66호
우크라이나 전쟁 속 국가이익의 전략적 전개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이란 일반적으로 그 국가가 국제관계 속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와 이익을 의미한다. 국가이익은 분야를 기준으로 안보이익, 정치이익, 경제이익 등으로 구분된다. 안보이익은 국가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경제적 이익은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며, 정치적 이익은 국제 사회에서 국가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관계 속에서 다양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한다. 19세기 영국의 총리를 두 차례 역임했으며 영국 외교정책을 주도했던 헨리 존 템플(Henry John Temple), 제3대 팔머스턴 자작은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영원한 국가이익만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도 그의 저서 『Politics Among Nations』에서 국가이익이 국제정치의 중심임을 강조했다. 1970년대 냉전기 ‘핑퐁외교’를 통해 공산 중국의 죽(竹)의 장막을 열고, 소련과의 전략 핵무기 제한 협상을 통해 ‘데탕트(긴장 완화)’를 유도했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前) 미국 국무장관이 즐겨 썼던 말도 국가이익이었다.
나토(NATO)가 동진(東進)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이에 불안을 느낀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특수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하고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하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자 국제 사회는 다양한 태도를 보였지만 대체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비판하였다. 우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인도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표결에 기권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거부하고, 흑해로 가는 군함의 통행을 금지했다. 이란은 서방 세계가 분쟁을 조장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전쟁에는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의 핵심은 러시아의 전쟁 비용 지불 능력과 첨단 무기 제조 및 운영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⓵러시아의 WTO 최혜국 대우 지위를 취소하고, ⓶러시아 은행을 SWIFT(Society for World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국제 은행 간 금융 정보 통신 협회)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보유 외환을 동결 조치하며, ⓷반도체와 컴퓨터 통신 및 센서와 레이저, 해양 및 항공우주 등 관련 부품 등에 대한 러시아로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도 2022년 3월 2일부터 러시아 국고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3월 13일부로 러시아 7개 은행에 대해 SWIFT 배제를 적용하였다. 이러한 제재를 통해 서방은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하락, 인플레이션 심화 및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발생시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더욱이 러시아 외채 중 2/3가 서방 금융기관에 있었기 때문에 서방의 금융제재는 충분히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많은 국가의 비협조로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방의 예측대로라면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실효를 거두어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개전 이후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여야 했을 것이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러시아는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 진격을 포기하고 이미 장악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했어야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에서 크림반도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이른바 ‘남부 회랑’을 장악한 채 전쟁은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 수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전쟁 수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과 후의 러시아 GDP 성장률 변화 추이를 살펴보자. 2022년 1월에는 5.8%였으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지속 하향 곡선을 그렸고, 2022년 6월에는 –5.1%로 최저점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이후 점차 회복하여 상승 곡선을 그렸으며, 2023년 3월경부터는 완전히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2023년 5월에는 5.4% 성장률을 기록하여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였으며 현재까지 지속해서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 1월에는 7.7%의 성장률을 보여 개전 이후 최고치에 도달한 적도 있다. 2024년 10월 현재는 약 2%의 성장률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2024년 러시아 GDP 성장률을 2.8%로 전망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 세계 각국이 어떻게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국은 세계 원유가격 인하를 통해 러시아에 경제적 타격을 주고자 하였다. 2022~2023년,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 현황을 알 수 있는 『Elements』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EU 특히 독일이 주요 수입국이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도 해당한다. 미국은 독일에 대해 자국산 LNG를 수입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독일은 LNG 운반선 운송비용 부담을 이유로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석유 수출 가격을 정하는 OPEC, 특히 사우디에 원유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해 줄 것으로 요구하였으나 사우디는 러시아 없는 OPEC은 상상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하였다. 전쟁 이후 국제원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해왔으며 최근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7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으로의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은 전쟁 이전보다 많이 증가하였다. 특히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장 큰 경제적 수혜를 보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자 인도는 기존보다 3~5배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인도 경제는 현재 호황이다. 인도는 값싸게 수입한 원유로부터 휘발유, 디젤 등 연료뿐만 아니라 윤활유, 플라스틱, 화학제품, 아스팔트, 합성섬유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을 유럽에 판매하여 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UAE는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하여 국내용으로 활용하고, 자국에서 생산한 원유는 비싼 가격에 수출하고 있다.
유럽산 마이크로칩의 러시아 수출 금지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각종 미사일 등에 필요한 마이크로칩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아르메니아 등이 러시아로 마이크로칩을 수출하여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4년 6월 7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국제 경제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한마디로 전 세계 경제인들을 모아 놓고 투자유치를 하는 장이었다. 이 포럼에 미국과 사우디의 기업인들이 많이 참석했으며, 상당수의 미국 기업인들에 의한 투자가 여기서 이루어졌다고 알려졌다.
이상의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많은 국가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러시아를 경제 제재하겠다는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원유(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또 일부 국가들이 무기제조에 필요한 마이크로칩을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주의적 특징을 바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한민국 외교 안보정책의 방향도 철저히 국가이익에 기초하여 정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속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은 무엇인가?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속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은 무엇이어야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 속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은 무엇보다도 안보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신이 전쟁에 관심이 없더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라는 트로츠키의 명언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이 곱씹어봐야 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대한민국에 직접적인 안보문제로 급부상하였다. 북한은 분명히 러시아에 파병의 대가를 요구했을 것이다. 월남전쟁 파병으로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1개 비행대대를 편성할 수 있는 F-4 팬텀기를 무상 임대받았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도 러시아 파병 대가로 인공위성 발사기술과 탄도 미사일 재진입기술 및 정밀도 향상, 최신예 잠수함과 전투기 지원 등을 러시아에 요구하여 북한의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파병으로 인해 북한군은 우리 국군이 갖지 못하는 현대전쟁의 실전 경험도 하게 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은 대한민국 안보에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모든 역량과 가용한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군이 러시아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막아야 한다.
- 악력
전창빈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47기로 국방대학교에서 석사학위(국제관계)를 취득하고, 서울벤처대학원에서 박사학위(국방정책)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해군대학에서 주변국해양전략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국내외 추천자료
- Amy Hawkins and Helen Davidson “North Korea’s involvement in Ukraine draws China into a delicate balancing act” The Guardian, November 6, 2024.
- Choe Sang-Hun and Marc Santora, “What We Know About North Korea’s Role in the Ukraine War.” The New York Times, November 5, 2024.
- Karolina Hird, Daniel Shats, and Alison O’Neil, “North Korea Joins Russia’s War Against Ukraine: Operational and Strategic Implications in Ukraine and Northeast Asia.”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October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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