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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Working Paper

KIMS Working Paper 제1호

코로나19가 뒤흔든 2020 미국 대선, 어떻게 될 것인가

미네소타 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김 한 나

2020년 11월 3일 화요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는 미국 경제의 활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았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상황(10월 5일 현재, 미국 약 7.44백만 명 확진, 약 21만 명 사망)이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올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주별 외출통제령/자택 대피 명령과 재오픈 시기를 두고 주지사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 이견을 보이면서 보수, 진보 진영 간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었다. 무엇보다 11월 대선 전에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며 이를 대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용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2일 트위터에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백신보다 먼저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선거 캠페인 기간에는 코로나19 외에도 흑백인종차별문제, 미·중 갈등, 재난지원금 지급, 트럼프의 소득세 문제 등 많은 쟁점이 있었으나, 9월 18일 사망한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자 문제와 함께 10월 초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다른 쟁점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선 캠페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5월 말 경찰의 과잉 진압에 따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전국적 시위 사태가 번지며 인종 차별 철폐 운동(Black Lives Matter)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시위를 지지하는 진보 세력(민주당)과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주 방위군과 경찰 병력을 투입하여 진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이전에도 경찰의 위력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은 있었지만,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동양인, 남미계 미국인 등 많은 미국 시민들이 흑인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 대한 돌파구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에서 코로나19 이전의 본인의 경제적 업적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화웨이와 틱톡 등 중국기업 때리기에 나서며 중국과의 경제 갈등을 부각하는 동시에 2016년 대선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Joe Biden)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실패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문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비판하였다. 또한, 최근 발생한 서부 지역의 유례없는 산불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으로 바이든 후보는 흑인들의 결집을 기대하며 부통령 후보자로 아프리카/아시아계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연방 상원의원을 지명하였으나, 고학력 엘리트 부모 아래 성장한 해리스의 출생과 성장 과정은 일반적인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큰 차이가 있기에 지지율에서 예상보다 큰 결집 효과는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9월 29일에 진행된 대통령 후보자 첫 번째 TV토론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평가는 역대 최악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60대 40으로 바이든 후보의 토론이 우세했다고 평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진행 규칙을 일방적으로 어기면서 토론의 내용보다는 두 후보자의 태도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10월 15일과 10월 22일에 예정된 2, 3차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10월 7일 부통령 후보자 TV토론이 예정되어 있는데, 민주당 부통령 후보자 카멀라 해리스가 공화당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Mike Pence)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선한 인물이지만, 민주당 후보 경선 시에 유력 상대 후보였던 바이든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하였던 경력이 있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8일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erg) 대법관의 후임자 지명을 강행하며, 코로나19, 경제 상황 악화, 서부 산불, 소득세 납부 문제 등 자신에게 불리했던 선거 지형을 변화시킬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공화당 상원의원, 미치 매코넬(Mitchell McConnell)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의 유력 상원 의원들은 미국 대선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법관을 트럼프가 지명하면, 상원에서 후보자 청문회와 인준을 추진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되었다. 왜냐하면,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2016년 오바마 행정부 때 대법관 앤터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의 사망 후,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있는 해라는 이유로 대법관 후보자 매릭 가렌드(Merrick Garland)의 인준 논의 자체를 거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관 인준은 미 상원 의원 100명 중 50명의 동의를 받으면 가결되기 때문에, 만약 공화당 상원 의원 중에서 4명 이상 이탈표가 생기지 않는다면 대선 전 대법관 지명이 가능한 상태이다.

현재 많은 진보 진영의 시민들은 긴즈버그 후임 대법관 후보자 임명을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자는 운동을 하고 있고, 그녀의 사망을 계기로 민주당 진영도 결집하고 있다. 일례로 긴즈버그 사망 후, 민주당 진영 캠페인 모금액은 급격하게 증가해 1시간에 6.2백만 달러, 1분당 10만 달러 이상 모금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승리 시, 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을 지명하겠다고 응수하며, 차기 대통령이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을 지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9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낙태나 LGBT 이슈 등에서 긴즈버그 대법관과는 확연한 입장 차이를 가진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하였다. 만약 배럿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거쳐 상원에서 인준되어 임명된다면 미국 최상위법원인 연방대법원 내에서 보수(6명)와 진보(3명)의 균형이 깨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종신직인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한 인물로 기록된다.

무엇보다 신임 대법관 임명 문제는 현재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전 투표(우편투표) 논란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되기에 투표율과 투표 방식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의 셈법이 다른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지자들에게 사전 투표(early voting)를 독려하며 지지자들이 우편 투표(voting by mail)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고, 트럼프의 공화당은 우편 투표의 문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지지자들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이다. 사전 투표 상황은 주마다 다르며, 일부 주에서는 9월 중순부터 사전 투표가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대선 때 우편 투표 비율은 10% 미만이었으나 (22개 주),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많은 유권자가 사전 투표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유권자의 50% 이상이 사전 투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전 투표 마감일이 주마다 다른 상황에다가, 우편물이 늦게 도착하거나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제대로 서명하지 않을 경우 등 무효표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이러한 사전 투표는 경합 주(swing states)에서 득표수 차이가 근소할 경우,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정당성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였고, 바이든 후보 캠프에서는 트럼프의 대선 불복 가능성에 대비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법률팀을 구성한 상황이다. 따라서 진보 성향의 긴즈버그 대법관의 공석을 누가 채울 것인가는 대선 불복 가능성이 있는 현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2000년 대선처럼 결과의 해석을 놓고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시, 결국 연방대법원이 그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배럿 판사가 청문회를 거쳐 선거 전에 임명된다면, 긴즈버그 대법관 재직 시 5 대 4의(보수:진보) 균형이 6 대 3으로 깨지게 되고, 당장 대선 결과가 근소한 차이로 논란이 되는 경우, 대법원 결정이 2020년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2000년 대선의 경우,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자가 총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자에 패배하였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승리하였다. 당시 약 한 달간 플로리다(선거인단 25명)에서 개표 및 검표, 재검표 논란이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이 5 대 4로 부시 후보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결국 선거인단 수에서 271 대 266으로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된 역사가 이미 존재한다.

특히, 10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10월 5일 현재 다수의 백악관 참모진이 확진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이 확진되었기 때문에 대법관 청문회와 인준 절차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셈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단기간에 건강을 회복한다면 코로나19도 이겨낸 “강인한 아이콘”으로 본인을 부각할 수 있고, 기존에 본인이 주장했던 대로 코로나19는 크게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며 지지자를 결집할 수 있다. 또한,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나 브라질 볼소나로 대통령처럼 코로나19 확진과 회복 후, 국민들의 자국 지도자에 대한 동정심으로 인해 지지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황과 치료 방법을 매일 브리핑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국 유권자들에게 관심과 동정표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선거비용을 쓰지 않고도 트럼프 대통령 관련 뉴스를 언론에 쉽게 노출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마치 대통령이 되기 전에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처럼, 코로나 극복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전국에 생중계되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선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된다면 수정헌법 25조에 따라서,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양받거나, 선거 전에 사망한다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를 개최하여 새로운 후보자를 선출하게 되고, 선거 후에 사망한다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다. 물론 세계 최고의 의료진에게 집중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유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고령에다 비만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확신할 수도 없다.

이에 대응하여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선택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진 상태이다. 실제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캠페인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보다는 본인의 정책 홍보에 더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과연 이 전략이 지지층의 확장과 결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지만, 2016년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이번 선거의 승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한나(kimx3433@umn.edu)는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미국정치 전공, 정치심리학 부전공으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관심 연구 주제는 정치 양극화, 투표 행태, 여론과 정책, 외교정책과 선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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