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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행사 및 동정

미 해군 해양전략의 진화와 조선산업 위기, 그리고 한·미 조선협력의 전략적 필요성

미국 해군의 해양전략은 역사적으로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전략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왔다. 19세기 말, 미 해군의 전략가인 알프레드 마한(Alfred Thayer Mahan)은 강력한 해군력, 해상교역망, 그리고 세계 각지에 구축된 해군기지를 핵심으로 하는 해양통제 전략을 주창하였다. 그의 이론은 단순히 군사적 우위를 넘어 세계적 해상물류에 대한 통제권을 국가안보와 국부창출의 핵심요소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 전략적 기초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해양전략을 점진적으로 수정·보완하였다. 1차 대전에서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대응하면서 미국은 해양수송로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였고, 2차 대전에서는 항공모함 중심의 기동전투단 체계로 완전히 재편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 마한이 주창한 해전결정론의 한계가 드러났고, 이에 미 해군은 해군전력은 단일 결전을 통한 단기적·전술적 승리가 아니라 지속적 해양통제와 전략적 거점 확보를 통한 장기적·전략적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냉전기에는 소련 해군력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해역에서의 전진 배치와 다국적 훈련, 핵심 해로 확보를 중심으로 하는 해양전략이 전개되었다. 특히 1980년대 말에 공식화된 『The Maritime Strategy』는 미 해군의 전략적 존재감을 동맹 및 우방과의 연계 속에서 증대시킨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탈 냉전기에는 비전통적 위협과 지역분쟁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등장했다. 『From the Sea』와 『Sea Power 21』, 그리고 2006년의 『A Cooperative Strategy for 21st Century Sea Power』는 연안작전, 사전배치, 정보연결 기반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해군의 임무 영역을 재 정의하였다. 그리고 2020년에는 『Advantage at Sea』를 통해 분산해양작전(DMO)과 원정기지작전(EABO) 개념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중국의 A2/AD(접근거부 및 지역거부 전략)에 대응하고 동맹과의 연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은 자국의 조선 산업 기반이 심각한 수준으로 약화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미 국방부조차도 미국 내 조선소들이 1년에 구축함 두 척조차 건조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했으며, 관련 문제는 단순한 산업 위기를 넘어 국가안보적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CNN과 CBS는 물론, 미 해군성 고위 당국자들까지 한국과 일본 조선소의 고품질, 고속생산,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 조선소에서 설계된 함정이 미국의 전략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최근 미국 해군은 자국의 함정 정비 및 보수(MRO)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조선소에 대한 인증을 추진했으며, 더 나아가 신조 함정 건조조차 해외 동맹국에 의뢰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 중이다. 2025년 2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Ensuring Naval Readiness Act’는 미 해군 함정 및 해양경비대 함정을 연합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미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 원칙이 철회되는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나아가 ‘SHIPS for America Act’는 미국산 화물의 수송 시 미국 선박 또는 동맹국 선박을 활용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는 미국 수송선박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의 조선산업 기반이 붕괴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는 반면, 한국은 고도의 설계·생산 통합 능력,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조선소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 미국의 전략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동맹국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Siemens, NVIDIA, HD현대가 공동 개발한 3차원 설계 플랫폼은 설계, 생산, 데이터 저장, 엔지니어링이 하나로 연결된 혁신적 사례로, 향후 미국과의 협력에서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산업적 협력을 넘어 해양전략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 해양안보는 단순한 군사력 보유를 넘어 정비, 보급, 생산, 수리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해양역량의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의 역량은 미 해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전력 전방 전개력을 보완하는 핵심자산이 될 수 있으며,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속에서 한·미 해양협력은 새로운 형태의 안보 파트너십으로 자리 잡을 걸로 예상되어 진다. 지금은 단순한 수주나 협력 차원을 넘어, 해양전략의 공동 실행자이자 기술동맹으로서 한·미 간 조선 협력이 제도화되고 고도화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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