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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79호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우리 외교의 앞길

(사)한미협회
부회장

김재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1일 서울에서 정상회담 개최 및 공동성명 발표 후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작년 5월 21일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회담 후 1년만의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방문하는 아시아 국가가 되었으며, 한미정상회담이 윤 대통령 취임 후 불과 11일 만에 이뤄졌고, 도쿄에서 개최된 제4차 쿼드(Quad) 정상회의, 제1차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 및 일본 공식방문에 앞서 개최된 데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양국정상은 수교(조미우호통상조약 체결) 140주년 기념일인 5월22일 오산 공군기지 내 한미연합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함께 방문함으로써 연합방어태세의 신뢰도를 재확인하였고 바이든 대통령 방한 첫날인 5월 20일에는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서로 처음 만나 최첨단기술협력을 통한 동맹 강화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였다. 양국이 안보동맹을 더욱 튼튼히 할 뿐 아니라 이를 경제동맹 및 기술동맹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주일 전인 5월 12~13일간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우리나라 및 일본 방문의 성과는 그와 대조적으로 대단히 큰 것으로 알려져 다행스럽다.

작년 공동성명이 모든 분야를 망라한 이례적으로 방대한 내용(국문 5,964자, 영문 2,632단어)인 데 비해 금년에는 주요 강조점만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로는 매우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포함된 오히려 더 긴 분량(국문 8,705자; 영문 2,842단어)으로 발표되었다. 총 24개 문단 가운데 (1) 모두(冒頭) 및 말미 각 2개 문단에서 의례적이고 종합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2) 전반부 4개 문단에서 한반도 및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다뤘으며, (3) 절반인 12개 문단을 경제 및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상술하는 데 할애했고, (4) 후반부 4개 문단에는 양국의 범세계적 전략동맹에 관한 합의사항을 서술하였다.

우선 미국이 “핵, 재래식, 미사일방어”를 포함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하기로 정상차원으로서는 최초로 확약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조기에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하고 한미연합훈련 확대논의를 개시하기로 하는 등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였다. 양 정상은 (1)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 목표임을 재확인함과 아울러, (2) 북한의 대화복귀를 촉구하고, (3) 인도적 지원 의사도 밝혔다.

원전수출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양자(quantum)기술, 생명공학, 우주분야를 포함한 핵심 신흥기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 대통령실 간 경제안보대화를 개설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구상을 설명하고 우리나라가 우선 IPEF 13개 창설회원국의 일원으로서 디지털경제,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촉진에 방점을 둔 여타 우선순위를 포함해 IPEF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함께하는 데 동의하였다. 윤 대통령은 5월23일 도쿄에서 개최된 제1차 IPEF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실시간 참석함으로써 우리나라가 향후 규범설정 과정에 동참하게 되었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범세계적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범세계 중추국가(GPS)라는 기조 하에 외교를 전개할 구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인데, 먼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가 태평양지역으로 규정되어 있는 데 유념해야 한다. 한반도보다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고 대만방위 공약을 공공연히 천명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베트남전 및 걸프전에 파병했던 동맹국인 우리나라가 군사적 활동영역을 다시 태평양지역 이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대만방위에 우선적으로 협조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GPS로서 한반도 주변 및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전쟁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데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에 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 간의 이해상충을 대변하는 대리전의 주체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강대국 간의 정면대결에 휘말리는 위험도 극구 회피하는 전쟁예방 및 확전방지를 위한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IPEF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예상대로 거세다. 왕이 외교부장은 “IPEF가 미국의 지역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며 미국이 IPEF를 통해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 망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시각을 대변한 데 이어, “미국은 경제문제를 정치화, 무기화, 이념화하면서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쪽에 설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역의 국가들은 미국에게 성실한 답변을 요구할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아태지역에서 자국의 독보적인 경제영향력을 앞세워 역내 무역체제의 현상유지를 추구함으로써 미국의 중국배제 시도에 대항하고 있다. 우선 중국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화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여 IPEF가 다루지 않는 시장접근 분야에서 대미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왕 부장은 5월19일 베이징에서 브릭스(BRICS) 외무장관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회원국 확대를 제안하였다. 또한 5월26~6월4일간 남태평양도서 8개국을 순방하였으며, 5월30일 피지에서 열린 중국·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11개국(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파푸아뉴기니, 쿡 제도, 나우에, 미크로네시아연방, 동티모르)과 경제·안보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포괄적 개발비전’을 논의하고 이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일부국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중국이 자국으로 되돌아올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과거 사드보복과 같은 가혹한 처사를 재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나라가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중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국도 우리나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작년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이미 보여준 “동맹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그대로 견지하면 된다. 먼저 미국과의 동맹이 공고해야 중국이나 여타국들이 우리나라를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호주도 최근 교체된 노동당 신정부가 대중국정책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밝혔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이 중국과 대결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원한다고 못 박았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한미양국이 새로운 길을 공동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 8년간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시간을 벌도록 방치한 결과를 초래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압박 정책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주효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 문제는 북한이 수행하는 건설적 역할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매사 거부만 하는 데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나머지 3개 상임이사국과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는 현재로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묘안을 찾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그렇게 하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하면 역효과밖에 나지 않는다. 당분간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상황을 관리해나가는 수밖에 없겠으나,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지원 제의에 대하여 아직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못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및 러시아 공군기 6대의 5월24일 동해상 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북한의 5월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 및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동해상 발사, 5월27일 유엔안보리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에 대한 중국 및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북한의 6월5일 SRBM 8발 동해상 발사 등으로 이어진 최근의 긴장고조 추세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황을 최대한 악용한 결과다. 이제 한미양국은 북한이 제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9월3일 제6차 핵실험으로 전략핵을 확보했고 제7차 핵실험 및 핵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를 통해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의 실전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기간 동안 매일 일정을 함께하면서 친분과 유대를 돈독히 하였으므로 앞으로 워싱턴에서 개최될 차기 정상회담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초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8일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를 위한 당내경선이 지난 3월에 이미 시작된 가운데, 앞으로 그의 국정지지도 하락을 만회하는 데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방미해주도록 제의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방한기간 중 삼성전자 및 현대자동차에게 미국 노조원들과의 협력을 당부했고 우리나라 대미투자 기업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부각했다. 또한 오산 공군기지에서는 주한미군의 투표를 독려한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였다.

미국 내의 현행 물가상승, 스태그플레이션, 이자율상승 등이 지속되는 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지지도가 호전될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상하양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여소야대의 상황 하에서 치러질 2024년 대통령선거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 및 협력을 끊임없이 지속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한 민관협력체제도 완비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기간 중 우리 대기업 총수들이 수행한 역할이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우리기업의 대미투자와 더불어 국내투자도 증대될 것이고 미국기업의 대한투자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5월24일 4대기업(삼성전자, 현대차, 롯데, 한화)이 향후 5년간 약588조원, 5월26일에는 6대기업(SK, LG,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이 약468조원의 투자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한미정상이 합의한 경제안보 및 안보경제를 위한 기술동맹 방침이 양국 공동번영의 전망을 밝게 한 것이다. 우리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 2차 전지, 자율주행 차, 도회지항공교통(UAM), 로봇 등이 석유나 핵무기보다 더 중요해진 시대가 세계적으로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5월30일 경제안보외교센터(CESFA)를, 5월31일 IPEF 대응팀을 각각 설치했다. 이 기관들이 범세계적이고 복합적인 경제안보 동향을 상시 관찰‧분석하고 문제를 조기에 포착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많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김재범 부회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국방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석사과정, 미국 아태안보연구소 고위관리과정 등을 수료했다. 현재는 (사)한미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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