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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62호

‘물 안보’(water security)와 남북협력

한국수자원공사
전문위원

이  광  만

일반적으로 국제정치에 있어서 안보(security)는 한 국가가 외부의 군사적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자국의 주권·국민과 영토를 수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국가는 군사력을 기본으로 하는 재래적 안보뿐만 아니라 환경·기아 및 인권 등을 포함하는 인간안보와 에너지·광물 및 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안보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 중 물은 대체자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시장경제도 형성되어 있지 않아 영토주권주의에 근거해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는 수문지리적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필요한 물을 확보하고 있다. 인구증가와 산업화 그리고 삶의 질 향상에 따른 물 스트레스는 물 안보를 위협하는 중요 요인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현상의 불확실성은 물을 확보하고 자연재해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011년 발간된 UN미래보고서는 “2025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상황에서 생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OECD는 「환경전망 2050」(2012)에서 “2025년까지 세계인구의 40% 이상이 심각한 물 스트레스 지역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1994)는 인간안보의 한 영역으로 환경안보, 즉 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의 감소는 국제공유하천에서 민족 간 분쟁과 정치적 긴장요인이 될 수 있으며, 수질오염 및 생태환경의 악화는 자연과 상호 공존관계에 있는 인간의 삶을 위협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Global Water Partnership’(GWP) 제목의 보고서(2015)는 물 안보를 “인간과 환경의 영위를 위한 충분한 수량 및 적합한 수질의 물에 대한 유역단위에서의 지속가능한 접근권”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영국의 공공정책연구소(IPPR)보고서(2010)는 물 안보를 “안전한 물의 공급과 위생, 식량-에너지 생산, 유역 상·하류 간 연결, 수질오염과 생태훼손 방지를 위한 충분한 지하수와 하천수를 유지하고, 물 관련 재해와 질병으로부터의 보호, 건강하고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물에 대한 접근성, 인간적 삶과 환경의 온전한 보존을 영위할 수 있는 충분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의 물 안보상황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서울·경기 및 인천으로 구성된 수도권의 인구는 전체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2,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지역 용수공급원인 한강의 하천수에 의존하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물 안보는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한강의 주요 지류인 임진강과 북한강 역시 수도권 지역의 물 공급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2000년 이후 북한강 상류에 임남댐을 완공하여 동해로 유역변경하고 있으며, 임진강 본류에는 황강댐을 건설하여 예성강으로 유역변경하고 있다. 또한 임진강 상류 구당리천에 농업용수용·유역변경용 댐을 건설하여 대동강 곡산천으로 물 흐름을 변경하고 있으며, 원산청년발전소와 원산군민발전소를 완성하여 원산 송도원유원지로 유역변경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강에서는 하천수 전량을, 임진강에서는 70% 이상을 유역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하류지역의 물 안보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른바 ‘월경하천’(transboundary river)은 국제공유하천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데 국가 간·지역 간 물 자원 확보를 위한 분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The National Interest(2015)는 앞으로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도래는 물 이용과 관련된 인간의 이성적 지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극한가뭄과 과도한 지하수 및 하천수 이용 및 강우의 극심한 계절적 변화로 인해 중동·동남아시아·중미·중국북부지방·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및 미국서부 등지에서 물 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중국·인도 방글라데시가 공유하는 갠지스 강 상류의 브라마프트라 강, 터키·시리아 및 이라크가 공유하는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 그리고 이집트·수단 및 에티오피아가 공유하는 나일 강 등이 순수히 물 안보를 전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북공유하천에서도 북한이 임진강과 북한강에 건설한 유역변경용 댐을 일방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하천수량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댐 시설의 안정성 및 하천생태환경의 악화 등에 대한 우려와 논쟁 가능성은 언제든지 야기될 수 있다. 앞으로 이상가뭄 등 극심한 물 부족이 발생할 경우 물 안보차원의 대립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는 휴전상태이므로 물이 매개가 되는 자원전쟁은 지금도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New York Times(2007)가 북한의 임남댐과 우리의 평화의 댐을 빗대어 “두 개의 코리아처럼 두 개의 댐은 쌍둥이처럼 태어나 DMZ를 마주보고 서 있다”고 일갈했듯이 남북공유하천의 물 이용 문제도 대척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결국 남북공유하천의 물 이용 문제는 큰 틀에서의 인간안보, 즉 국가안보의 한 축으로 볼 수 있다. 남북 간 갈등과 협력관계가 북한비핵화 문제와 연루되어 요동치며 남북 간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어 협력관계구축이 요원한 상황에서도 물 안보의 중요성은 뒤로 미뤄질 수 없다. 이를 방치하면 남북공유하천에서의 하류지역 물 안보는 북한의 상류지역 지위를 이용한 비대칭 물 이용전략으로 더욱 훼손될 것이다. 최근 북한 함경도 북부에서의 홍수로 대규모 쓰레기가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밀려오는 것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남북 공유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피해를 하류지역 국가인 우리나라가 남북 간 대치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부담해야 하는 갈등비용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방안보와 함께 물 안보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광만 박사(lkm@kwater.or.kr)는 중앙대 토목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서 수자원조사 · 통합유역관리 및 물 관리분야 기술 개발 연구업무를 25년 이상 수행해 왔다. 특히 북한 수자원 및 남북공유하천에 관한 논문 및 학술기사를 국내외 저널에 발표했으며, 현재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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