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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00호

미·북 간 말폭탄― 허풍인가 고도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인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정 삼 만

 최근 미·북 간 입에 담기에도 섬뜩한 험한 말들이 오가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는 급속도로 치솟고 있다. 그저 허세를 부리는 공허한 말잔치이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러한 말들이 고도로 기획된 전략 커뮤니케이션(SC: strategic communication)이라면 우리는 최근 미국과 북한이 주고 받은 폭탄적 선언들을 주의 깊게 귀담아 들어야 하고, 그들의 선언들에 이어 진행된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선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너무나 엄중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SC는 단순히 홍보나 공보차원의 일방적 사실전달의 행위가 아니라 분명한 전략적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고도의 기획된 행위이다. 여기에는 사전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개적인 언어적 표현도 있지만 이 언어가 빈말이 아님을 입증시킬 수 있는 실제적 행동들도 포함되어 있다. 통계적 수치이지만 지금껏 미군이 SC를 시행함에 있어 중점을 20%는 언어에, 80%는 행동에 두어왔다. 즉, 언어적 경고 뒤엔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구체적 행동이 이어져 왔다는 의미이다.   지난 달 23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B-1B 폭격기 2대가 미국령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이륙한 F-15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면서 무력시위를 단행했다. 전례가 드문 경우이지만 미국의 이러한 무력시위는 평소 북한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결코 허풍이 아님을 것을 입증시켜 주는 하나의 방증이었다.

  그동안 미군의 언행은 언제나 일치한다는 데서 세계적 신뢰를 쌓아왔다. 결코 빈말이 없었다. 이러한 전통과 관행을 활용, SC가 발전되어 왔으며 현재 한·미연합사 내에도 SC만을 전담하는 부서가 창설돼 운용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미 본토 샌디에고에서 출항, 부산항에 입항한 직후 비행갑판에서 항모강습단장 제임스 킬비 제독과 해군작전사령부 해양작전본부장 최성목 제독이 한·미 연합으로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날렸고, 연이어 동해에서 대규모 한·미 연합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었다. 현재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선 전보다 더 강력한 무력시위가, 그것도 동·서해 양쪽에서 감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게 공허한 말잔치는 대외신뢰도의 추락에 직결되는 것이며, 이는 또한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이라는 트럼프의 비전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무력시위(show of force) 또는 현시(power presence)라는 전략적 행동에 대한 해석에 대해선 우리와 미국이 다소 다르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저 군사력의 위력을 공개하는 단순한 퍼레이드식의 시위 정도로 이해하곤 한다. 하지만 지난 3월 10일자 뉴욕타임지에서도 군사력 현시(military presence)는 정확하게 억제적 조치이고, 여기에는 상황에 따라 위협의 근원지인 핵기지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적 타격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된 바 있듯이 미국의 언론계나 학계에선 무력시위나 힘의 현시를 비교적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중국이나 러시아에선 북한과 미국이 서로 마주보며 가속하는 열차라며 상호간 자중할 것과 북한은 핵개발을 중단하고 한·미는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심히 우려가 되는 저의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전제로 한 한·미훈련의 중단은 곧 북한의 현 보유 중인 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되고, 나중엔 북핵 제거나 폐기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에 대한 북한의 요구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어쩌면 이 같은 중국의 주장도 또 하나의 고도의 SC일 수도 있다.

  중국은 최근 미·북 간의 관계를 일종의 ‘치킨게임’으로 비유하면서 사태의 엄중함을 애써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의 근거도 사실이 아니다. 치킨게임은 상호 공멸의 위험이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북한이 충돌했을 때 상호간 공멸이 아닌 북한만의 자멸일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상식이다. 현재 점증하는 한반도 위기의 심각성을 염려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취지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또 하나의 SC 차원에서 우리의 내부적 갈등을 부추기는 의도라고 한다면 G2라는 강대국의 지위에 걸맞지 않는 행위이다. 그저 사태의 평화적 해결만을 바라는 것으로 읽고 싶을 뿐이다. 이제 공은 북한에게 넘어 간 것이나 다름없다. 향후 북한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 현재 한·미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SC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정삼만 박사(smchung715@kims.or.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군사전략 석사와 미국 미주리 주립대 군사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군사전략 ∙ 해양전략 ∙ 해양안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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