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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11호

일본의 ‘인도-태평양’(Indo-Pacific) 개념 : 배경과 의도

前 해군참모총장
(제31대)

정호섭

  최근 들어 ‘인도-태평양’(Indo-Pacific)이라는 개념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이 개념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 말 발표된 미국의 2017년 국가안보전략서에서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a 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는 개념이 언급되었다. 이 개념이 향후 미국의 아시아 지역안보전략으로 공식적으로 추진된다는 의미이다. 이 개념은 원래 일본의 아베(安倍晋三) 총리가 도입한 것이라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이 개념은 어떤 배경과 의도에서 나온 것일까? 그리고 이것이 우리에게 던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먼저 이 개념의 출현 배경부터 살펴보자. 일본에서 이 개념이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아베 총리의 1차 임기(2006년 9월∼2007년 8월) 훨씬 이전이다. 그 배경은 무엇보다도 전체 무역량의 99% 이상을 해상무역에 의존하는 일본에게 있어서 中東으로부터 말라카해협, 남·동중국해에 이르는 해상교통로의 전략적 중요성에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역대 일본정부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해양아시아 국가들과의 안보관계 강화를 국가안보전략 상의 중요한 정책으로 견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2년 12월 제2차 내각으로 다시 등장한 아베 총리는 안보전략의 지평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그 배경은 다름 아니라 범세계적 권력배분의 변화─ 즉, 국제사회의 다극화 진행이다. 강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과 달리 미국의 힘과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2010년과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요)와 관련하여 중국과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경험한 일본이 분쟁이 상존한 그 같은 ‘회색지대’(grey zone) 사태가 장기화될 시 양국 간의 중대한 무력충돌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간파하여 (미·일 동맹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이에 추가하여) 일본 나름대로 보다 적극적인 안보전략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의 등장이다.

  2012년 12월 제2차 내각을 출범한 직후 아베 총리는 해외 웹사이트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해군 및 영토확장이 2007년 이후와 같이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면서 동·남중국해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쟁은 일본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안보전략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해양민주국가 일본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있어서 평화·안정 및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호주·인도·일본 및 미국 하와이를 연결하는 ‘안전보장 다이아몬드’를 형성하여 이들 국가 간에 인도-태평양 지역에 펼쳐진 해양권익을 공동으로 보호해 나가자고 제안하였다. 2013년 12월 아베 총리는 외교·안보전략을 수립하고 조정하기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설치하였고 최초로 발표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해양국가로서 일본은 각국과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법의 지배에 기반, ‘열려있고 안정된 해양 질서’의 유지·발전을 향해 주도적인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다. 일본이 국가안보를 위해 국제협조주의에 기반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추진하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동시에 발표된 ‘신방위대강’에서도 미·일동맹 강화와 자위능력의 증진에 추가하여, 일본 주변 이외의 해역에 있어서 제(諸)외국과의 양자간·다국간의 안보협력을 적극 추진하여 방위력의 능력발휘를 위한 기반을 확립하며 다양한 기회를 이용한 공동훈련·연습의 충실 등 각종 조치를 추진한다고 명시하였다.

  이러한 일본의 안보전략의 지평은 중국이 ‘일대일로’의 기치아래 더욱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함에 따라 확장되는 양상을 띈다. 2016년 8월 개최된 아프리카 개발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전략’이란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일본에 있어서 인도-태평양지역의 개념은 아시아태평양과 인도양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대륙까지 이르는 것을 시사하며 이들 지역을 하나로 묶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의 유지를 위한 노력을 일층 강화해 나갈 방침을 언급하였다.

  일본은 새로운 안보전략에서 특히 해양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자국으로부터 1,000해리의 해상교통로를 방위하고 그 밖의 해역은 미 해군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미 해군의 힘과 영향력이 쇠퇴함에 따라 미국은 지역해양안보 분야에 있어서 동맹 및 파트너에 의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도 동맹국으로서 상응하는 지역해양안보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안전은 향후 10년, 20년 후의 인도-태평양지역 전체의 질서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일본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중점은 다층적인 협력을 통해 해양안보 분야에 있어서 파트너십과 지역에 있어서 일본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양자간·다자간의 연습 및 훈련·방문·교류 등이 포함된다. 또한 방위성을 중심으로 파트너국가의 능력향상을 지원하는 조치도 중시되고 있다. 방산(防産) 장비품 기술이전 협정 체결, 항공기·함정 엔진 등 장비 제공, 교육훈련 및 유지·정비 지원, 해도 작성 능력 구축지원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일본은 파트너국가의 해양에서 법 집행기관인 연안경비대 또는 해양경찰의 정보수집·경계감시·수색 및 구조능력 구축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ASEAN 국가를 상대로 하는 해양·항공분야에 있어서 국제법의 인식을 촉진키 위한 심포지움·세미나를 개최하고 2014년 서(西)태평양해군 심포지움에서 채택된 ‘해양에서의 우발적 조우시 행동규칙’(CUES)의 보급에도 노력함으로써 공해상 항행의 자유·분쟁의 평화적 해결·법의 지배 존중 등 규범과 원칙을 해양아시아제국(諸國)과 공유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일본이 주창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구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권력배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치 상황에서 일본이 국가안보를 위해 추진하고자 하는 합리적이며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시각이다. 중국이 급속하게 대국화하며 힘으로써 세계질서의 현상변화를 일방적·공세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대응하여 일본은 4개국 간의 연대를 강화해 특히 동·남중국해에서의 강압적인 중국의 행동을 견제하고 국제법과 규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둘째,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미국의 역내개입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국제법과 규범에 의한 해양질서를 지지하는데 필요한 미 해군의 개입 및 전방전개를 지원하는 활동 등을 역내 제국과 함께 수행하는 것은 미·일동맹 체제 내 일본의 역할 제고를 통해서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강화하는 것으로 일본정부는 인식한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미·일 동맹에 추가하여 안보 2중안전장치로서 4개국 간의 결속을 통해 점점 소극적이고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을 아시아지역 안보역할에 계속 묶어두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셋째,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나름대로 자국의 안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센카쿠 열도와 같은 회색지대 사태가 발생할 시 일본은 미·일 안보조약의거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미중관계에서 일본의 국익이 무시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인도와 호주라는 역내 지원세력과의 연대를 공고화함으로써 對중국 안보전략 상 자구적인 능력과 태세를 강화하며 무력분쟁에 대한 억제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의도이다.

  한편 미국은 일본이 인도-태평양구상을 발표했을 때 취지에는 공감하나 공개적으로 이를 지원하거나 여기에 동참하려는 의도는 적었던 것 같다. 당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對中)정책은 강대국간 전쟁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른 바 ‘투키디데스 함정’을 의식하여 중국과 대립하기 보다는 가능한 긴장을 감소하고 분쟁을 예방하며 우발사고나 오산으로 인한 잠재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려는 ‘위험감소’(hedging) 전략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봉쇄(포위)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이 개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동·남중국해와 인도양 등에서 중국이 점점 더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는 가운데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한다. 그 결과로 최근 발표된 2017년 미국 국가안보전략서는 이 개념을 아시아 지역전략으로 언급하면서 인도·호주·일본과 테러·해양안보·북한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천명하면서 ‘관련 있는 당사자’로서 중국을 제외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이 일본 아베 총리가 제안한 것처럼 다이아몬드 형태의 4각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구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첫째, 세계 제2위의 막강한 재래식 해군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이 중국의 급부상에 맞서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스스로의 자위능력을 꾸준히 증강하는 가운데, 인도-태평양은 물론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안보전략의 지평을 확대하며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대비를 하고 있는 집요함과 끈질긴 자세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둘째, 향후 이 구상으로 인해 해양아시아와 대륙아시아 간의 대립 또는 분단구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한국은 이러한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사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외교·안보정책에 관한 정부부처·기관간은 물론, 한·미 동맹 간의 밀접한 조율과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012@yahoo.co.kr)은 영국 Lancaster대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충남대 군사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미·일 안보관계, 군사전략·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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