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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12호

북핵 대응 ‘핵무기 공유’ 주장의 의미

해군본부 전평단
교리발전처장

박 주 현

지난해 9월 북한이 실시한 6차 핵실험과 5~11월 사이에 연이어 실시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 및 14호 그리고 15호 발사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시간표보다 훨씬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핵능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북한 외무상 이용호는 그 해 10월11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협상 대상으로 하는 대화에 절대 동의하지 않으며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실질적 힘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 목표를 향한 길에서 거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고 밝힘으로써 추가적인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암시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한국과 미국에서 두 가지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한국에서는 그 동안 금기 시 되다시피 했던 독자 핵무장과 핵무기 공유에 대한 논의를 화두(話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북한이 지닌 핵능력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으니 손에 잡힐 수 있는 실질적인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제기된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대북제재 효과를 기대하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 설 자리를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군사적 수단 선택을 거론하며 전략자산을 전개시키는 압박을 구사하고 있다.

  독자 핵무장 또는 핵무기 공유에 의한 대북 억지력 확보 주장은 궁극적으로 비대칭 동맹이 지닌 방기(放棄)와 연루(連累)의 딜레마에서 연유한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코리아 패싱’ 이라는, 다소 부정확한 어법의 용어는 방기와 연루의 우려를 함께 반영한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은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한국이 방기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표현하는 반면, ‘코리아 패싱’은 미∙북 직접 협상에 따른 방기 가능성뿐 아니라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선제공격 결정을 우려하는 연루의 가능성도 담고 있다. 독자적 핵무장 또는 핵무기 공유는 방기와 연루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능동적인 정책 선택을 가능케 만드는 물리적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일례로,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 또는 핵무기 공유가 존재할 경우 미∙북 양자만이 참여하는 한반도 핵군축은 성립하기 어렵다. 또한 핵과 탄도미사일 동결 및 감축을 미끼로 생존(정권유지)에서 자신의 국익극대화(북한식 적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조성)를 아우르는 일련의 순차적인 행보─ 제재해제·평화협정 체결·한미 군사훈련 축소∙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외과수술식 선제타격(surgical strike)이나 전면전쟁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대남 무력사용 수준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물론 이 경우는 북한 지도부가 상호공멸을 의미하는 ‘공포의 균형’ 논리를 받아들일 때에만 성립한다.

  그러면 독자 핵무장 또는 핵무기 공유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를 가능케 하는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독자 핵무장은 한∙미 동맹의 성격과 구조, 국내 정치경제 구조, 국제적 여건 측면에서 북한처럼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독자 핵무장의 비현실성으로 인해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안이 핵무기 공유이다. 핵무기 공유체제는 1950년대 후반 구소련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함에 따라 유럽 나토동맹국들이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되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그러나 핵무기 공유체제는 유럽 나토동맹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였으며, 실질적인 군사적 효용보다는 동맹의 노력을 상징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핵무기 공유는 미국이 생산하고 보유한 핵무기를 우리나라가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이므로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사전(辭典)적으로 공유(共有)는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정의한다. 소유는 사용과 처분 권한이다. 핵무기 저장∙보관 및 사용통제와 관련된 일체의 과정─ 배치·정비·이동·방호·표적선정·사용조건 및 방법 결정·사용결심·계획수립·훈련 등─에 한∙미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한국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핵무기 공유라고 말할 수 없다. 핵무기 공유는 나토 사례가 유일하다. 현재 독일·이태리·네덜란드·벨기에·터키 등 나토 5개국이 미국과 핵무기 공유 정책을 유지하며 자국 영토에 미국 B-61 핵폭탄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핵무기의 자국 배치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접근∙관리 및 사용과 관련된 독자적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군 통수권자에게만 핵무기사용 최종 결정권을 부여한 미국 국내법령과 핵무기 및 기폭장치 관리권의 양도를 금지한 NPT 조약이 이들 국가들의 ‘실질적 공유’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결정은 미국과 이들 국가 간 양자 합의가 아니라 나토회원국들의 만장일치제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사실상 미국이 거부권을 갖고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다. 다만, 나토의 결정에 의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핵폭탄을 탑재하고 투하하는 임무는 이들 국가의 공군이 담당한다. 나토 사례는 실질적인 핵무기 공유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이 개별 국가와 양자협정으로 핵무기를 공유한 전례가 없다는 점과 핵무기 공유를 위해서는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모양새도 어려움을 추가한다.

  우리의 독자 핵무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핵무기 공유가 실질적인 억지력을 담보하는 공유가 아니라면, 이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정치적 수사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세 가지 측면에서 핵무기 공유 주장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민감한 주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냄으로써 국민들의 안보인식을 제고하고 의무와 책임을 공유한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제약 받으며, 그 근거는 무엇이며, 합리적 문제 해결의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의 장(場)을 넓힘으로써 안보가 인기영합주의에 휘둘리는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둘째, 당장의 실현성을 둘러싼 논쟁에 매몰되기 보다는 향후 대응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예상을 벗어난 북한의 핵능력 발전추세는 향후 전개될 상황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상용화를 위한 행보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핵무기 공유 주장의 성격을 변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상황전개에 종속하여 주장의 가치가 결정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 가기 위한 독립변수로서 가치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2016년 12월 발족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의제와 활동이 북한 핵동결 및 핵감축 영역까지 포괄하는 외교∙안보 협의체로 발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나토의 사례가 보여주는 ‘실질적 공유’의 부재는 국제법적 효력을 지니는 문서들과 외부로 드러난 결과에 근거한 판단이다. 미국이 지닌 독점적 사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즉, 동맹국과의 이익관념 공유·상호존중·신뢰와 명성·합리적 미래 계산 등─들은 국가 간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호행위를 통해 그 영향력을 갱신하며 의사결정과정에 무형적으로 침투한다. 이는 한·미 동맹 조약상 유사시 미국참전을 강제하는 조항의 부재가 유사시 한국에 대한 방기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믿는 이유와 상통한다. 유럽 나토동맹국들이 ‘암묵적 양해’ 또는 ‘축적된 관례’를 활용하여 핵에 대한 미국의 독점적 결정권에 어느 정도 개입하여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박주현 대령(irnavy@hanmail.net)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해군 병과교에서 대잠전 과정을 연수했으며, 미국 클래어몬트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남원함(PCC-781) 함장 역임후 합참 군사전략과에서 해상전략을 담당했으며 현재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에서 교리발전처장으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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