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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26호

한반도 비핵화와 ‘트럼프식 모델’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정 삼 만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는 방법 중 하나는 금리를 인하한 뒤 양적완화조치를 취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진단없이 시중에 막대한 돈을 일시에 풀면 경기의 회복보다 인플레가 먼저 와 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금리인하 조치는 단계적이고 완만하게 진행된다. 즉, 위험(risk)을 직면하기보다는 피하려는 지극히 보수적인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위험을 관리할 자신만 있다면 초반에 고폭의 금리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할 수도 있다. 예컨대, 은행의 싼 이자는 당장 주식투자를 유도할 것이고, 이는 다시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주식소유자는 전보다 더 부자가 되어 시장에서 지갑을 열게 된다. 그래서 내수는 살아나고 경기가 활성화된다. 이것이 ‘부의 효과’(wealthier effect)이며, 이는 ‘초반부에 많은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해서’(front-loaded)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소위 ‘Trump식 모델’이라 일컫는 ‘초반에 핵심역량을 쏟아 붓는다’라는 뜻을 갖는 ‘Front-Loaded’이란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규정된 개념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 과정 초기에 북한이 무언가 통 큰 결정을 하여 이행을 하고, 미국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현재 각종 언론매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물질 및 대륙간탄도탄의 대미 조기반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미국과 북한은 이미 ‘Front-Loaded’식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 핵문제 등을 해결할 시에는 사안이 워낙 중대한지라 ‘선이후난’(先易後難)순서로 진행하여 상호 신뢰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여건이 허락되고 자신만 있다면 ‘선난후이’(先難後易)라는 역의 방식을 과감하게 취해 초반에 전폭적인 신뢰를 쌓을 수도 있다. 즉, 초기에 ‘신뢰효과’(trust effect)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미국과 북한 공히 지난 70여 년 동안의 적대적 관계를 단기간 내에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험적 방식 외의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을 수도 있다.

  민심이 밥심이다. 그리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도 때가 있다. 세계는 현재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가미된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자율주행차를 만들려면 자동차 제조기술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우산을 쓰고 곡예를 하려면 먼저 자전거가 있어야 하고 또한 이를 잘 탈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줄 모르겠지만 북한에겐 아직도 세계 경제시류에 편승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특히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미국과 민족적 동질성을 갖고 있는 한국이 도와줄 준비도 되어있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조건이다. 북한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지금까지의 선제적 조치들을 볼 때 북한은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에 돌입했다고 생각된다.

  미국도 현재 이에 화답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미∙북 간의 이러한 선의적 조치들을 당리당략이나 정파적 이익에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체제보장 차원에서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한다면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비핵화 초기단계에서 미국으로 반출시킬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의 안보를 외면한 ‘미국 우선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전략적 무지의 소치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전략적으로 볼 때, 북한의 대미(對美)타격력이 없어진다는 것은 곧 미국의 대한국(對韓國) 확장억지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확고한 한미동맹이 견지되는 한 가능한 명제이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트럼프식 모델’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더라도 한미동맹만은 더욱 견고하게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정삼만 박사(smchung715@kims.or.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군사전략 석사와 미국 미주리 주립대 군사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군사전략 ∙ 해양전략 ∙ 해양안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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