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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33호

미국 ‘역외균형’ 전략 및 ‘우선주의’ 정책 평가와 한국의 대응

해군본부 전평단
교리발전처장

박 주 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천명하였고 행정부 출범 1년 6개월여 동안 관련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높인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존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판을 바꾸려는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대선유세가 한창이던 2016년에 시카고 대학 미어샤이머(J.J. Mearsheimer) 교수는 Foreign Affairs지에 ‘역외균형 전략 예시: 미국의 대전략’(The Case for Offshore Balancing: A Grand Strategy)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으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이 글에서 제시된 정책들과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

  ‘역외균형 전략’의 목표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고 여타 지역에서는 미국의 ‘우월적’(dominant)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반구이외의 3 지역─유럽•아시아•중동─에서 장차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 패권국(regional hegemon)의 등장을 차단해야 한다. 미국은 이들 지역에 대한 개입을 삼가하고 해당 지역 국가들이 상호 세력균형을 통해 역내 패권국의 등장을 막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2차 대전이후 구소련처럼 어느 한 국가가 역내 지배력을 행사할 정도로 강대해 지고 나머지 국가들이 자력으로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동맹형성 및 군사력 전진배치 등으로 개입하여 역내 세력균형을 유지한다. 역외균형 전략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서는 시장경제•인권•민주주의 확산을 통해 안정된 세계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 전략을 대체하기 위한 전략이다. 역외균형 전략은 냉전종식 이후 세계평화 증진•민주주의 확산•인권보호• 환경보호•인도주의 지원•분쟁방지를 위한 무분별한 개입과 관여로 미국의 국력이 소모되고 동맹국 및 우방국들의 무임승차 동기만 강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익이며, 이상주의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들은 인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처럼 역내 패권국의 등장을 막기 위한 목표에 기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들 문제들은 해당 또는 인접 당사국들이 스스로 대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WMD확산•테러•지구온난화 등 범세계적 문제들도 미국의 국익계산에 근거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 국가들과 공조해야 한다.

  미어샤이머 교수가 2016년 Foreign Affairs지 7/8월 호에서 제시한 주요 정책들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럽과 중동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중국견제에 집중하라’이다. 주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는 과거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므로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견제하도록 맡겨둬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분쟁들은 미국의 핵심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으므로 유럽과 러시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친(親)러시아 정책을 추진하여 러시아와 중국이 밀착하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이들의 핵보유 의지를 부추기고 중국과 밀착하도록 만드는 정책이므로 폐기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을 견제할 능력이 없으므로 미국이 개입하여 역내 균형을 유지하며 중국의 부상을 차단해야 한다.

  2018년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추진•오바마의 친환경 에너지정책과 의료정책 폐기•파리기후협정 공식탈퇴•키스톤 XL송유관 건설 등 셰일가스 개발과 판매 인프라 확대•37년만의 최대 규모 감세법안 시행•나토회원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 EU의 대미수출품에 대한 관세부과•유럽주둔 미군철수 거론•러시아의 G8 복귀 지지•시리아로 부터의 미군철수 언급•대만에 대한 13억달러 무기판매 승인 및 미 해병대 파견 추진•대만여행법 승인•인도-태평양 사령부 명명•항행의 자유작전(FONOPs)강화•미북 정상회담•중국과 전례없는 수준의 무역전쟁 시행•아프간 추가파병 추진•예루살렘으로의 미 대사관 이전•이란 핵합의 탈퇴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제외하고는 대선유세 기간 강조했던 공약들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일치한다. 그 방향과 내용은 21세기 안보환경에서 역외균형 전략의 창조적 적용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기존 역외균형 전략은 21세기 안보환경을 양차대전 이전시기의 안보환경과 본질적으로 동일시한다. 그러나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 등 인간 삶의 전 영역에 걸쳐서 상호의존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익 영역과 수단이 과거와 동일할 수는 없다. 중동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역외균형 전략의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정치의 출발점은 국내정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외균형 전략의 출발점은 국내 제조업의 부활과 이에 따른 ‘공고한’ 일자리 창출이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우선주의 성공여부는 미국 제조업 부활여부에 달려있다. 그 핵심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 생산의 필수요소인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에너지 공수급 조절능력은 곧 패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국내외 정책은 미어샤이머 교수가 역설한 형태의 역외균형 전략에서 일정부분 일탈할 수밖에 없다. 셰일가스 생산과 인프라 확충은 오바마 2기 이후 미국경제가 부활하고 있는 이유이다. 대규모 감세정책과 재정투입에 의한 투자와 소비 확충 및 미국기업들의 본국 회귀(回歸-reshoring) 유도•적절한 노동인구 유지를 위한 이민자 제한•셰일가스 생산을 위한 환경규제 철폐는 국내정책 영역이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유지와 이란 핵합의 탈퇴•EU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러시아 노드스트림 2 가스관 사업비난 등은 대외정책 영역이다. 아사드 정권의 존재는 지정학적으로 중동 가스관의 유럽진출을 막아 준다. 이란 핵합의 탈퇴 등 중동지역에서의 불안정은 고유가를 유발하고 미국산 셰일가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준다. 에너지 공급조절을 위해 미국은 중동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유럽은 미군을 계속 유럽에 주둔시키고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셰일가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외균형 전략이 제시한 바대로 중국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역시 출발점은 국내 제조업 부활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와서 생산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이는 또한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로 풀려있던 달러를 미국으로 흡수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 전쟁은 쉽게 종료되지는 않을 것이나 극단으로도 치닫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 및 산업부분별로 미국 제조업 부활이 가져다 주는 혜택과 중국산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혜택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까지 각기 다른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무역전쟁은 제품별로 적절한 타협이 반복되면서 느슨하게 진행될 것이다. 제조업이 지닌 특성상 무역전쟁을 통해서 미국이 제조업을 회귀시키는 효과는 제한된다. 중국의 성장잠재력 자체를 꺾을 수도 없다. 싫든 좋든 중국은 미국의 무역 및 재정적자를 메워 주기 위해 필요한 존재이다. 중국은 중국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라는 채찍과 금융시장 개방이라는 당근으로 미국과 타협을 시도하며 새로운 무역관계를 설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기존 관행에 익숙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위한 분명한 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전략적 사고와 행동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의 정책들은 1980년대 이후 약 40여년 간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기조에 대한 워싱턴 정가와 미국 유권자들의 반발을 대표한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세계적인 반발과 수정 요구를 촉발시켰을 뿐 아니라 미중 경쟁구도에서 중국의 위상을 끌어올린 기폭제로 작용했다. 트펌프 대통령의 정책들은 과거 정책들과 사건들이 초래한 결과물이므로 결코 단기간 내 종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동맹국의 역할과 분담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자율성 제고와 역할 확대의 계기로 활용하도록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박주현 대령(irnavy@hanmail.net)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해군 병과교에서 대잠전 과정을 연수했으며, 미국 클래어몬트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남원함(PCC-781) 함장 역임후 합참 군사전략과에서 해상전략을 담당했으며 현재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에서 교리발전처장으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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