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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34호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간평가

― 긍정과 부정의 혼재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재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가 나온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시점인 지난 7월말 아세안 지역 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에 참석하기에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향방을 가늠할 주목할 만한 연설을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다린 발표라서 그런지 실망이 더 앞선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나로 1억 1300만 달러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자할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경제적인 지원 방안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사이버안보를 포함한 디지털 경제 부문∙에너지 분야∙그리고 인프라 건설 부문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부문에 약 2천5백만 달러, 아시아 EDGE (Enhancing Development and Growth through Energy)라는 이름을 단 에너지 부문에 5천만 달러, 그리고 인프라 건설 부문에 나머지 액수가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제적 관여 계획과 함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는 미국의 이니셔티브에서 각각 ‘free’와 ‘ope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함께 밝혔다. ‘자유’는 외부의 억압으로부터 한 국가의 주권을 보호하는 대외적인 측면과 국내적으로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편 ‘열려 있다’라는 것은 전략적으로는 바다 길과 하늘길이 열려 있다는 것과 경제적으로는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 열린 투자 환경, 투명한 계약, 그리고 향상된 연계성 (connectivity)을 들었다. 이 내용들은 대부분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 항행의 자유, 그리고 미-중 무역 갈등 등을 염두에 둔 묘사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인도-태평양 경제 전략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첫 번째 청사진이다. 많은 관심을 모았을 법도 한데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이 발표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우선 지원 액수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1조 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시행하는 개별 인프라 건설 사업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패키지의 1억 달러를 쉽게 넘어선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폼페이오가 발표한 액수를 듣고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들고 나온 지원 패키지 치고는 너무 작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미국의 이런 경제 관여 정책에 대해서 동남아 국가들이 액수를 논하지는 않았지만, 큰 환영의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이 동남아 국가들의 실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물론 폼페이오 장관은 ARF에 참석한 자리에서 미국은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안보를 위해서 3억 달러를 더 지출할 것이라는 언급을 했지만, 이는 동남아 국가나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바라는 경제적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이 추가 3억 달러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안(NDAA) 통과와 함께 군사비 지출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즉각적인 부정적 평가 이후 다소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는 미국이 준비하는 많은 인도-태평양 이니셔티브 중의 하나이고 처음 발표된 것이다. 경제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후속 조치들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발표가 곧 미국이 인도-태평양 이니셔티브를 지속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경제 지원 패키지만 놓고 보면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1억 달러는 순수한 정부 지출이다. 즉, 향후 미국 정부의 투자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큰 액수를 동원할 수 있는 미국의 기업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자를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는 미국 기업들의 인도-태평양 지역 투자를 끌어오고 보증하는 선지급금 혹은 착수금(down-payment)의 성격을 가진다는 긍정 평가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 스스로도 미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또한 더 나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동남아와 서남아 국가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의 이런 경제 패키지가 나왔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몇몇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중국에 대한 채무 불이행도 우려되고 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은 대외 채무 변제를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거나 앞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채무의 상당 부분이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진 빚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부정적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미국은 경제 지원을 파고 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어떤 계획을 발표하든 또한 어떤 패키지를 가지고 나오든 평가는 지역 국가들이 내린다. 미-중 경쟁에서 어느 한쪽에 박수를 보내거나 야유를 보내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관객인 지역국가들이다. ‘인도-태평양’과 ‘일대일로’로 요약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상관없이 지역 국가들의 보다 큰 우려는 오히려 다른데 있다. 어쩌면 일대일로나 인도-태평양이 아니라 지금 현재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전쟁이 지역 국가의 경제에는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재현 박사(jaelee@asaninst.org)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후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남아 국내 정치 및 아세안 국제관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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