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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35호

중국과 아세안의 새로운 남중국해 질서구축 가능성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김 원 희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일대일로’와 ‘해양굴기’로 대표되는 공세적인 해양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여 왔다. 중국은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재판에서 패소한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로부터 국제법 준수와 중재판정 이행을 요구하는 압박을 받았다. 이에 중국은 남중국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해양굴기 전략은 유지하면서도 아세안 회원국들과는 해양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별적인 전술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지역질서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최근 활동의 내용은 무엇이며 중국과 아세안 간에 국제법에 기초한 새로운 남중국해 지역질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북극이사회 모델의 남중국해이사회 설립 제안

  2018년 5월 23-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해양법 국제학술회의에서 가오 지구오(高之国)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를 모델로 한 남중국해 이사회의 설립을 제안했다. 가오 재판관이 제안한 남중국해 이사회의 법적 성격은 남중국해 당사국들이 체결한 다자협정에 근거한 정부간 기구이고, 설립 목적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협력∙조율 및 상호활동의 증진이다. 또 가오 재판관은 남중국해 이사회의 기본원칙으로서 중국과 아세안이 지지하고 있는 평화공존의 5대 원칙, 주권 및 독립에 대한 상호존중, 합의에 기초한 협의 원칙이 규정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중국해 이사회의 조직과 관련해서는 의장국∙당사국∙옵서버 국가∙사무국으로 구성하되, 의장국은 회원국들이 2년간 교대로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당사국으로는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인도네시아 6개 남중국해 당사국과 대만을 상시참여단체(Permanent Participant)로 포함시키는 ‘6+1’ 구성안이 제시되었다. 한편 가오 재판관은 싱가포르∙태국∙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는 남중국해의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이 아니라고 보고 옵서버 국가로서 남중국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가오 재판관은 북극이사회에서 회원국들이 컨센서스 방식에 입각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이사회가 설립되면 남중국해 해양분쟁의 직접 이해당사국인 회원국들만 의사결정 관련 배타적 권리와 책임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의 운영과 관련하여 이사회와 각료 회의를 2원화하여 진행하고, 해양환경보호∙신뢰구축조치∙공동개발∙지속가능한 개발∙예방 및 비상사태 대응과 같은 5개 주제별 작업반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가오 재판관은 남중국해 협력 및 개발 기금을 설립하여 남중국해 이사회의 예산을 확보하고, 남중국해 해양영토 분쟁의 평화적 관리와 신뢰구축 조치들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오 재판관의 남중국해이사회 설립 제안은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의한 분쟁수역의 평화적 관리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중국의 일방주의적 태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극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은 영토분쟁의 존재여부나 해상운송로서의 직접적 활용 등에 있어 근본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북극이사회의 거버넌스를 그대로 차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극이사회와 거버넌스에 의한 다양한 행위자들 간의 협력체계를 남중국해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변용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남중국해 이사회를 설립함으로써 국제법과 국제레짐에 기초한 남중국해 지역질서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중국 남중국해 행동준칙 단일 초안 합의

  남중국해 행동준칙(Code of Conduct)에 관한 협상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위치한 Mischief Reef를 점령했던 1995년부터 시작되었으나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교착상태가 지속되었다.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은 당분간 법적 구속력을 가진 행동준칙 채택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2002년 일단 기본적 원칙만을 규정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eclaration of Conduct)을 채택한 바 있다. 그 후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들의 행동준칙 채택을 위한 협상 요청을 무시하면서 남중국해에서 대규모로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기지화를 시도하는 등 일방적 조치를 계속하였다.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재판에서 2016년 필리핀의 승소 판정이 내려지자 중국은 태도를 바꾸어 남중국해 행동준칙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그 결과 아세안 10개 회원국들과 중국은 8월 3일 공표한 제51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행동준칙 단일 초안(이하 ‘단일 초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단일 초안은 2017년 5월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이 채택했던 ’행동준칙에 관한 기본합의’(Framework Agreement on the Code of Conduct, 이하 ‘기본합의’)에 관련 당사국들이 제출한 제안들을 추가하여 작성되었다. 단일 초안은 본격적인 협상 개시를 위해 합의된 문서에 불과하지만 남중국해 해양분쟁의 당사국인 중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들이 20여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도출한 합의이고, 남중국해 해양분쟁의 평화적 관리와 해결을 위한 초석이 놓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동준칙 단일 초안은 2017년 아세안-중국 기본합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서문∙일반 규정∙최종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행동준칙의 적용범위∙분쟁해결∙협력의무∙제3국의 역할∙행동준칙의 법적 지위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단일 초안은 유엔해양법협약의 규정을 참조하여 해양협력 의무∙ 군사활동을 포함한 해양활동의 자제 및 신뢰 증진∙충돌 방지∙충돌 관리∙기타 의무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중국해에서의 협력의무에 관한 규정들은 가장 첨예하게 입장이 대립되고 있는 부분이다.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구체적인 협력내용∙군사활동을 포함한 자제의무와 신뢰증진 관련 조치∙전통적 어업권의 행사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수정제안을 제출하였다. 향후 협상에서도 협력의무와 구체적인 조치들에 관한 다양한 제안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것이고, 이에 관한 합의 도출 여부에 따라 행동준칙 협상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중국 합동 해군훈련 실시

  한편 아세안 10개 회원국들과 중국은 8월 3일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에서 최초로 도상 합동 해군훈련(table-top exercise)을 실시했다. 이는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해양협력이 해양환경 보호∙해양과학조사∙해상수색구조 등의 비군사적 협력에서 군사적 협력 단계로 발전해 가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싱가포르 국방부는 올해 11월에 아세안과 중국이 최초로 중국의 해역에서 실제 합동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남중국해 합동 해군훈련은 중국과 싱가포르가 주도한 것이지만 나머지 아세안 회원국들도 모두 참여했다. 약 40명의 해군 장교들이 훈련계획을 함께 검토하고, 해상충돌이나 선박화재 등의 상황에 대비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 준칙’(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 CUES)에 따라 수색∙구조∙대피 및 헬기 착륙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향후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합동 해군훈련을 지속함으로써 제한적이나마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중국이 또 태도를 바꾸어 남중국해에서 일방주의적인 군사활동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영토분쟁이 있는 스프래틀리 제도의 주요 거점지에 대한 군사기지화를 완료한 상태에서 미국이나 제3국의 개입을 불러올 불필요한 군사적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중국해 행동준칙 협상의 최종 타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합동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법적 구속력 있는 남중국해 행동강령을 통해 해양안보 협력을 제도화할 수 있다면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중재판정의 이행은 거부하면서도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새로운 남중국해 해양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미국을 비롯한 역외 국가들이 남중국해 해양분쟁에 영향을 주거나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자국이 주도하는 남중국해 지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중국이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남중국해 중재판정에서 제시된 국제법 규칙은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들 간의 행동준칙 협상의 결과에 따라 다시 중국을 구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남중국해 이사회 설립이나 행동준칙 협상과 같이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기초한 협력질서를 추구하는 것은 남중국해 중재판정이나 미국의 항행의 자유 압력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스스로 아세안 회원국들과 평화적인 지역질서를 만들어 나간다는 명분과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의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세안 회원국들은 이러한 중국의 활동에 대해 동조하거나 비판적 지지 입장을 보이며 중국과의 행동준칙 협상에 임하고 있다. 남중국해 해양분쟁의 평화적 관리와 해결을 위한 협상은 많은 부침을 겪었으나 아세안이라는 지역기구의 구심력과 미국을 비롯한 남중국해 역외 국가들의 개입을 배제하려는 중국의 노력으로 인해 단계적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 간의 신뢰구축조치가 강화되고, 행동준칙을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해양안보 협력이 제도화된다면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기초한 새로운 남중국해 해양질서 구축이 요원한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김원희 박사(siddharta@hanmail.net)는 아주대에서 법학사와 법학석사를, 서울대에서 법학박사(국제법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뮌헨대 국제법연구소에서 단기 방문학자로 영토분쟁과 국제재판에 대해 연구했으며 현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해양법∙국제재판∙남중국해 해양영토 분쟁∙탈식민주의와 영토분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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