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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43호

남중국해 군사화의 새로운 차원

― 중국 해저 무인기지 추진의 파장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 장

이서항

남중국해의 군사화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에 의한 여러 암초들에 대한 인공도서 매립 이후 방공망 및 미사일 설치·폭격기 착륙 등 군사시설의 배치에 이어 해저에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무인기지까지 들어설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의 South China Morning Post(SCMP)지는 중국이 인공지능 기술을 동원해 남중국해에 과학연구와 군사관련 임무를 수행할 해저 무인기지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신화속 지옥의 신(神)인 ‘하데스’(Hades)로 명명된 이 계획은 지난 4월 시진핑 주석의 해남도 심해연구소 방문시 과학원에 시달됨으로써 밝혀진 것인데 해저기지 후보지는 수심 5,000m 이상의 마닐라 해구(스카보로 암초 인접지역)로 꼽히고 있다. 약 1억6천만 달러(한화 1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인 이 계획은 인공지능 로봇이 상주하는 해저기지 건설 후 잠수정을 이용, 해양생물탐사·광물자원 채취 등의 자료를 수집하여 현지에서 분석한 후 결과를 지상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 소재 및 기술 개발 차원에서 우주 정거장 건설만큼 어려운 사업으로 비유되어 중국의 해양강국 추진의 또 다른 징표가 될 수 있는 이 같은 인공지능 이용 남중국해 심해저 무인기지 추진 계획이 이 시점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해저무인기지는 과학탐사 및 자원개발 등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군사적 목적의 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 즉, 무인기지는 다른 나라―특히 미국―잠수함과 군함 등의 동태를 감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최근 아·태지역에서의 미·중간 해양패권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미국의 군함출동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인기지는 상대방 함정의 동향 파악과 같은 군사관련 업무를 주 임무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중국은 무인기지의 상업적 활동과 군사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할 동력원(動力源)으로 남중국해상에 20여기의 ‘부유 핵 발전소’(floating nuclear power plants)를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인기지와 핵발전소의 후보지가 되고 있는 마닐라 해구는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했고 이 지역이 세계 최대의 지진 지역으로 꼽히고 있어 자연재해가 덮칠 경우 핵발전소로부터 나올 수 있는 피해는 막대하기 때문에 주변국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셋째, 무인기지 후보지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카보로 암초와 인접한 지역이어서 기지 건설과 운용이 오히려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안고 있다. 중국측은 무인 해저기지로부터 생성되는 자료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관련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지만 과연 관련 국가가 중국의 의도에 동의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의 계획은 남중국해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 주변국들은 물론 ‘남중국해의 중국 내해화(內海化)’를 우려하고 있는 미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 계획은 남중국해 거의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관할권을 ‘기정사실화’(fait accompli)하는 의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11월초에 열린 중국과의 장관급 외교∙안보대화에서 남중국해 인공매립도서에 배치된 미사일등을 철수하고 일체의 강압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인공도서 매립 후 방공망과 미사일 설치 등으로 이미 관할권 분쟁의 대세가 중국측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해저 무인기지 설치는 중국 관할권 행사의 정당한 사례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우려이다. 이것이 바로 최근 중국이 자국의 안보목표를 야금야금 성취하기 위해 구사하고 있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과거 중국은 관련국들의 남중국해 군사화 우려에 대해 자신의 인공도서에 대한 미사일 설치나 폭격기 착륙 같은 행위 보다는 미국의 ‘항행자유 작전’(FONOPs) 실행이 남중국해 군사화의 실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각국의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남중국해 군사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논쟁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으나 앞으로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 해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당사국들이 오해와 분쟁 촉발요인의 추가보다는 자제와 기존 오해유발 요인들의 자발적인 제거가 절실한 때이다. 이것이 바로 역내 신뢰구축을 향한 ‘협력상승 나사못’(cooperation spirals) 접근방법의 첫 걸음이다.

이서항 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이 소장은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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