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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54호

기니만(灣) ‘석유해적’: 제2의 소말리아 해적이 되는가?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김석균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해사국(IMB)의 해적발생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전 세계 해적발생은 201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0여건 증가했다. 과거 한 해 평균 350∼450여건이 발생하던 때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기에 해적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주목을 끈다. 다행히 아시아 지역의 작년 해적발생 건수도 76건으로 작년에 비해 약 25% 감소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해적퇴치 노력의 결과 오늘날 해적의 대명사였던 소말리아 해적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지만 기니만(Gulf of Guinea)을 중심으로 서부 아프리카 해역이 새로운 해적 발호지가 되고 있다.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콩고에 이르는 기니만 해역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해적사건은 빈도와 수법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작년에는 전년에 비해 발생 건수가 배 이상 증가했고 전 세계에서 발생한 선박납치 6건 모두가 이 해역에서 일어났다. 선박에 대한 총기발사 18건 중 13건, 인질로 잡힌 선원 141명 중 130명, 몸값을 위해 납치한 선원 83명 중 78명이 기니만 해역에서 일어났다.

  기니만 해적의 중심국은 나이지리아다. 이른 바 ‘석유해적’으로 불리는 나이지리아 해적들은 그간 석유운송 선박을 납치하여 환금성이 높은 석유를 탈취하는 수법을 보여 왔다. 영해나 연안으로부터 멀지 않은 해역에 정박한 유조선이나 석유 저장시설이 주된 목표였다. 납치한 유조선을 은밀한 장소로 이동시켜 적재유류를 다른 선박에 옮겨 싣고 육상 저장시설로 운송하여 정제한 다음 암시장에 내다 파는 방식이었다. ‘석유해적’의 목표는 유류탈취이기 때문에 선원들은 몸값을 요구하지 않고 대부분 온전히 풀어주었다. 기니만 연안국들은 중앙통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소말리아에서와 같이 장기간 인질을 억류하여 몸값을 받아내기 어려운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니만의 이러한 해적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첫 번째로 주목되는 점은 연안에서 주로 발생하던 해적행위가 100마일이나 떨어진 먼 바다까지 확대되고 있고 대상선박도 유조선에서 벌크선∙컨테이너선∙일반화물선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둘째, 최근의 몇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석유해적들은 납치선박의 유류만 탈취하는 것에서 나아가 선원들을 인질로 잡고 적극적으로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해적발생 지역도 나이지리아에서 베냉∙토고∙가나∙카메룬 등 다른 연안국 해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에는 인접국인 베냉의 코토누(Cotonou) 정박지에서 영국 석유 운반선 납치와 3건의 유조선 공격사건이 발생했다. 넷째, 모선에 딸린 쾌속선(skiff)을 이용하여 중무장한 해적들이 선박을 납치하거나 공격하는 등 수법이 더욱 공격적이고 조직화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과 같은 기업형 모델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나이지리아 남부 산유지에서 활동하는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Movement for the Emancipation of the Niger Delta)과 같은 반정부 무장단체들이 석유생산 이익과 오염에 대한 주민보상을 명분으로 유조선 및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공격행위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니만 해적은 니제르 델타 지역의 계속된 불안정∙고질적 부패∙불투명한 석유산업∙취약한 치안역량 등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니만 ‘석유해적’은 이같은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범세계적 의제가 된 소말리아 해적에 비해 한 차원 낮은 지역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무역국들의 국제통항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요구도 낮은 것이다.

  무장군인이나 보안요원이 승선하여 선박을 호송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이나 모든 선박을 호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선사가 무장보안요원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문제는 한 국가나 지역, 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니만 해적은 무엇보다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공동으로 퇴치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김석균 박사(sukkyoon2004@hanmail.net)는 제3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하여 법제처 사무관을 시작으로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다. ‘Maritime Disputes in Northeast Asia’(Brill, 2017) 등 해양분쟁•해양법 집행•해양안전 분야에 대한 국내외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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