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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55호

‘기동부대’와 ‘과업부대’의 개념적 차이

― 해양전략용어의 명료화를 위한 제언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정 삼 만

최근 우리 해군에서는 해양전략의 용어와 관련하여 영어의 ‘Task Force’(이하 TF)를 ‘기동부대’(機動部隊)로 번역할 것인가, 아니면 ‘과업부대’(課業部隊)로 번역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꽤 오랜 기간 동안 제기되어 왔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쟁을 단순한 용어 사용 대립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깊은 언어적 성찰을 실시하여 관련된 조직이나 개인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상가인 알렝(Alain, 1868-1951)은 “정신의 온갖 수단은 언어 속에 있다. 언어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성찰하지 않는 자다”라고 했다. 인간은 결국 언어적 성찰을 통한 깨달음과 새로운 각오로 진정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어의 TF에 대한 정확한 우리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미군은 TF에 대해 ❶ ‘특정한 작전 및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단일 지휘관의 지휘 하에 임시로 구성, 편성된 조직’; ❷ ‘연속성 있는 특정한 임무수행을 목적으로 단일 지휘관의 지휘 하에 반영구적으로 구성 편성된 조직’; ❸ ‘함대로부터 차출, 특정 임무수행을 위해 구성된 함대사령관 또는 차상관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일본은 통합적으로 ‘일정한 담당구역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작전하는 특수 임무부대이며, 해전에서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순양함∙구축함 등으로 편성되어 항공전을 주 임무로 하는 고속함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TF는 전투부대∙지원부대∙구조부대∙잠수함부대∙항공부대∙경계부대∙정찰부대 등 다양한 임무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한 TF라는 용어는 본래 미 해군이 최초로 사용한 개념으로서 최근 이 용어는 우리 일상의 삶 속에서도 특정 임무수행을 위해 임시적으로 편성, 임무완수까지 유지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어 지고 있다. 한편 전자는 함대처럼 현장에서 이동이나 기동과 같은 실제 행동을 하는 조직이지만 후자는 연구나 검토와 같은 지적인 ‘활동’(activities)을 위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후자의 TF는 물리적 움직임이 특징인 전자의 TF와는 크게 구별된다.

  이상의 정의에서 핵심적 단어나 문구들을 살펴보면 ‘특정’, ‘단일 지휘관’, ‘임시’, ‘구성∙편성’, ‘특정한 임무수행’, ‘조직’, ‘차출’, ‘자유롭게 행동’, ‘특수 임무부대’, ‘고속함대’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용어들은 TF라는 개념을 구성하는 핵심 문구들이며, 또한 TF는 전투부대∙지원부대∙구조부대∙잠수함부대∙항공부대∙경계부대∙정찰부대 등과 같은 기능부대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사물의 범위가 다른 사물의 범위보다 커서 그것을 자기 속에 포괄하는 경우 전자가 후자의 ‘유개념’(類槪念, generic concept)이라고 하고, 범위가 작아 포괄 당하는 경우를 ‘종개념’(種槪念, species concept)이라 한다. 예컨대, 인간∙식물∙동물 등은 종개념이고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생물은 유개념이다. 그래서 TF의 기능부대들을 종개념이라 한다면 이들 모두를 포괄하는 유개념으로서 ‘과업’(課業, task)이라는 용어를 선정하여 Task Force를 ‘과업부대’로 번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식엔 논리적 오류가 있다. 본래 최고의 유개념이란 존재를 존재답게 하고, 그리고 동시에 비존재를 비존재답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TF를 과업부대로 부른다면 이 TF는 다른 조직과는 개념적으로 확연한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어느 한 해역에서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일단의 해군부대들(TF)을 ‘과업부대’라고 칭한다면 우선 명칭 자체로만 볼 때 그 현장에서 활동 중인 TF는 그 현장에 없는 다른 부대들과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현장에 없는 다른 부대들도 그 당시 유개념으로서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업이라는 유개념이 논리적으로 최적의 유개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TF로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다양한 단위 부대들을 포괄할 수 있는 최적의 유개념은 무엇인가? 상기 정의들의 핵심 용어들(key words)과 TF의 구성요소인 다양한 기능부대들을 고려 할 때 ‘기동’(機動)이라는 용어가 보다 적합한 유개념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동부대라는 존재는 수리, 정비, 장기적·주기적 교육·훈련 중인 함정 등과 같은 비기동부대의 존재를 동시에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 기동이란 용어는 이해를 위해 추가적 설명이 필요한 용병술상의 개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움직임’ 또는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추가적 해설이 필요 없는 보통명사 그 자체일 뿐이다. 현재 TF를 우리 군과 합참, 그리고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도 기동부대로 번역, 사용하고 있다.

  영어 격언에 “There is no silly question, but there is only silly answer, if any” 라는 문구가 있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세상에 어리석은 질문은 없고 오직 있다면 어리석은 답변만 있을 뿐이다” 라는 의미이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사자성어 또한 어떠한 질문이라도 질문 그 자체는 정당한 만큼 답변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현재 논쟁이 제기되고 있는 ‘기동부대’와 ‘과업부대’의 개념적 차이에 대한 설명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정삼만 박사(smchung715@kims.or.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군사전략 석사와 미국 미주리 주립대 군사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군사전략 ∙ 해양전략 ∙ 해양안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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