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159호
미 코스트 가드 함정 한반도 파견의 국제법적 시사점
지난 2월 말 하노이 미·북 비핵화 회담이 결렬된 후 유엔 안보리 대북전문가 패널의 연례보고서 발표와 함께 미국 연안 경비대(U.S. Coast Guard) 함정(버솔프-Bertholf함)이 한반도에 파견된 바 있었는데 이에 대한 국제정치적 의미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었다. 미국 함정의 파견은 얼핏 해상을 통한 대북제재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대북 제재위반에 대한 해상 단속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먼저 유엔 안보리 결의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북제재는 2006년 제1차 핵실험(1718호)에서 2017년 12월 탄도미사일 발사실험(2397호)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간 12번에 걸쳐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이다. 회원국은 대북 제재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위반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를 가진다. 해상에서 대북 제재는 크게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두 가지 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PSI에 의한 대량살상무기 운반선박의 차단(interdiction)은 회원국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며 유엔 차원의 국제법적 제재는 아니다.
해상에서 안보리 제재의 이행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규정하는 공해에서 ‘항해의 자유’와 ‘기국주의’(旗國主義) 원칙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금지물품을 운송하거나 환적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회원국의 검색(inspection)은 다음의 조건하에서만 실행될 수 있다. 첫째, 북한에 입출항하는 선박이 자국의 영해에 있거나 영해를 통과하는 경우에 한한다. 둘째, 공해상에서 단속하는 경우는 기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공해상 검색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기국은 대상 선박을 인근 항구에 입항시켜 항만국의 검색을 받도록 해야 한다. 넷째, 회원국은 금지물품 운송·선박 간 유류 환적에 관여한 선박을 자국 항만이나 영해에서 검색과 선박 동결조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직접적인 검색은 북한의 동의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북한 소유이되 다른 나라에 등록된 편의치적선인 경우 기국— 즉, 편의치적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기국이 동의하더라도 기상조건·단속 요원의 거대 선박 승선과 수화물 검색·승선원의 저항 등의 요인으로 인해 공해상에서 직접적인 단속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육해공에서 AIS(Auto Identification System)— 즉, 인공위성을 활용한 의심 선박의 추적감시나 위반행위 채증으로 해당 선박이 인근 회원국 항만에 입항했을 때 검색·압류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북한은 선박 간 유류 환적과 함께 취약한 환적 규정이용·선박 서류위조·재등록과 선박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한 AIS 미작동 등의 회피수단을 사용해 왔다.
2009년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운송선박에 대한 태국의 단속 및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유류를 환적 한 홍콩 선박(Lighthouse Winmore)에 대한 한국의 단속도 미국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실행되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버솔프함도 해상에서 직접적인 단속보다는 주변국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해상감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은 북한 선박 외의 파나마·라이베리아 등 주요 편의치적국과 양자 간 승선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공해상에서 직접적인 단속을 시도하는 경우 승선과 검색을 위한 기국의 동의는 용이할 수 있다.
국토안보부 소속의 연안경비대는 우리의 해경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조직과 임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섯 개 군사조직의 하나이고 함정은 군함의 지위를 가진다. 평시에는 인명구조·법집행·해양안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전시나 대통령의 지시에 의하여 해군에 배속되어 지휘를 받게 된다. 1790년 신생국 미국의 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해상밀수 단속을 위한 ‘Revenue Cutter Service’로 시작하여 1915년 인명구조 조직(Life-Saving Service)과 통합하여 오늘날 코스트 가드로 출범하였다. 군사조직이지만 세계 다른 어떤 해상집행기관보다 다양한 임무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버솔프함을 파견한 것은 수집된 정보를 관련국에게 전달하여 단속하던 방식에서 대북 제재 감시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버솔프함의 파견은 비핵화의 압박과 대북제재 고수·북한의 재재회피 경고 및 주변국의 적극적인 감시 역할 촉구 등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해군함정이 활동 중인 동중국해와 달리 연안경비대 함정을 투입한 것은 군사적·정치적 함의를 줄이고 재재 위반에 대한 국제법 집행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광범위한 해역에서 한 척의 함정으로 감시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북 해상감시의 성공은 한국·일본 등 주변국의 단속의지와 실행과 함께 미국 등 다른 회원국과의 긴밀한 공조에 달려있다고 본다.
- 약력
김석균 박사(sukkyoon2004@hanmail.net)는 제3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하여 법제처 사무관을 시작으로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다. ‘Maritime Disputes in Northeast Asia’(Brill, 2017) 등 해양분쟁•해양법 집행•해양안전 분야에 대한 국내외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 국내외 관련자료
- Devlin Barrett and Jeanne Whalen. “U.S. authorities seize North Korean coal ship, accuse Pyongyang of violating international sanctions.” The Washington Post, May 09, 2019.
- Dan Lamothe. “To help counter China, US turns to the Coast Guard.” Stars and Stripes, April 20, 2019.
- Geoff Ziezulewicz. “Why did a Coast Guard cutter take a jab at China?” Navy Times, March 25, 2019.
- Zhenhua Lu.”US coastguard cutter takes part in ‘freedom of navigation’ in Taiwan Strait for the first time.” SCMP, March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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