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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65호

핵잠수함 • 해저케이블과 스파이 특수전의 해저 삼각안보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 정 현

러시아 잠수함 사고 해저 케이블 중요성 일깨워
정보도청 위한 ‘보이지 않는 통신전쟁’ 진행중

  지난 7월 1일 북극의 바렌츠(Barents)해에서 러시아 핵잠수함 한 척이 화재를 당해 14명 승조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노보야 가제타 등 러시아의 비관영 통신들은 방사선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AS-12 내지 AS-31로 보도하고 있는 해당 핵잠수함에 장착된 원자로(E-17) 1기의 상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심해저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러시아 당국의 설명은 해당 잠수함이 6천여미터 수심까지 잠항하며 ‘해저통신케이블’(submarine communication cable)을 도청 내지는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와 연결될 때 우리에게 특별한 주목을 요구한다.

  신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있어 실제 기반적 여건을 제공하는 핵심 토대의 중요성에 대한 전략적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인류가 쏘아올린 탐사선이 화성으로부터 고화질의 영상을 실시간대로 보내오고 이미 태양계 밖으로까지 인류의 창조물을 보내게 된 시대라 할지라도 지구의 방대한 정보들의 99%에 이르는 소통과 이로 인해 매일 10조 달러의 금융거래 등이 실제로는 바로 해저에 부설되어 있는 이 단순해 보이는 케이블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에 바로 이번 잠수함 화재사건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경고가 담겨 있다.

  정보화시대를 넘어 ‘지식·지능화 시대’로 향하는 이 시기에 현대전의 관건은 ‘통신’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에서 해저케이블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지대는 남극뿐이다. 지구 곳곳에 설치된 기지들에서 생산하는 정보량은 이미 위성을 통한 전송이 소화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위성을 통한 정보소통의 한계를 드러낸다. 해저케이블은 위성을 활용한 송·수신보다 비와 구름 등 기상변화와 기후의 영향을 덜 받으며 설치 후 위성의 수명보다 2∼3배인 25년간의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데다 더욱 저렴하다. 정식 전화기가 발명되기 전인 1866년 이미 해저케이블이 처음으로 대서양을 횡단하여 가설된 이래, 초기의 구리선(전력·통신)은 빛의 99.7%에 근접하는 속도를 갖춘 광섬유(통신)로 대체되고 있고, 위상모듈화(phase modulation)·해저케이블 터미널장비(submarine line terminal equipment)등 관련된 장비의 지속적인 발전에 따라 정보소통능력도 수십 배로 증대되면서 앞으로도 계속 현재의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요하다는 것은 그만큼의 민감성과 취약성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해저케이블의 직경은 얕은 바다에서는 콜라병 정도이며 심해에서는 불과 매직펜 굵기에 불과하기에 해저생물(상어·고래)에 의한 손괴를 비롯하여 닻과 트롤 등의 어업 및 탐사활동에 따른 파손뿐 아니라 해저화산 활동과 해저 산사태 및 지진 등의 자연재해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손상에 취약하다. 이러한 파손은 공공시스템과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기에 국가안보의 핵심사안이 된다. 특히, 불순한 의도에 따른 인위적 파손에는 더욱 취약한 현실이다. 실제 2014년경 이집트의 잠수부 1명이 서남아-중동-서유럽을 잇는 해저케이블 4개를 고의로 절단하여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였고, 2011년 일본 동북 지방과 인접한 태평양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과 연결된 해저케이블이 손상되어 우리도 유튜브나 구글 등 해외사이트 연결에 심각한 지장을 경험한 바 있다. 

해저케이블은 파손뿐 아니라 통신내용 도청에도 취약하다. 해저케이블을 타깃으로 한 활동은 그 자체가 지니는 스파이적 속성으로 인해 자칫 국가 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가장 은밀하게 진행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 해군은 1971년 CIA·NSA와 함께 ‘아이비벨(Ivybell)’로 알려진 작전을 통해 구(舊) 소련의 해저케이블에 접근해 10년간 도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저케이블(동축케이블)의 소재가 되는 구리선은 전자파를 외부로 방출하게 되므로 해저케이블에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통신내용을 가로챌 수 있었던 것이다. 몇 해 전 미국의 전(前) 국가안보국 분석관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미국이 외국의 정보를 은밀히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제로 몇몇 국가들은 자국의 해저케이블 설치에 있어 미국 회사의 참여를 배제하는 한편 해저케이블을 미국을 우회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일찍이 해저케이블의 전략적 중요성을 간파하여 이를 통한 정보획득과 적의 정보소통 교란을 특수전의 중요한 활동으로 발전시켜 왔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기습 시 해저케이블을 절단하여 상대방의 통신을 차단한 바 있다. 해저케이블을 타깃으로 하는 이러한 작전들은 그 중요성과 민감성, 해저의 지리적 특성 등으로 인해 심해에서 장기간 잠항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현재 미국은 씨울프(Seawolf)급 공격핵잠수함(SSN) 3번함인 지미 카터함에 해저케이블을 도청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많은 소형 핵잠수함을 이러한 목적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러시아는 팔투스(Paltus)급 소형 핵잠수함 또는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함정으로 지목되고 있는 로샤리크(Losharik) 등 함정을 러시아의 델타-3 내지 4급 잠수함에 탑재하면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특수임무를 위해 노르웨이와의 국경 동쪽 1백여 킬로미터에 위치한 올레니야 만(Oleniya Bay)의 심해연구국에서 원자로 1기를 탑재한 9척의 미니 핵잠수함을 운영하면서 활동을 급증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저케이블을 통한 통신망을 지배하는 국가가 곧 국제 데이터유통의 패권적 지위를 점하게 되는 현실로 인해 보이지 않는 ‘통신패권’을 위한 경쟁 또한 가열되고 있다. 현재 가설된 전 세계 400여회 선의 해저케이블은 미국(TE 서브컴)·일본(NEC)·유럽(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의 3개사 의해 90% 이상이 부설되었으나 불과 얼마 전부터 중국의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간 동남아와 극동을 중심으로 단거리 케이블에 주력하던 화웨이의 서브마린 네트웍스가 작년 9월 브라질과 카메룬을 잇는 6km의 해저케이블 사업을 완성하였고 신규 부설사업도 30여건 진행중이다. 비록 최근 이 회사가 해저케이블 사업을 자국 내 타기업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중국의 해저케이블 굴기를 위한 도전은 어쨌든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전략적인 논리를 통해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해 ‘백도어’(backdoor)를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압력을 형성하는 이면에는 통신안보적인 고려가 중요한 내재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년 3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이 부설한 해저케이블이 중국 당국의 스파이 행위에 취약하다고 지적하였고 스타브리디스 전(前) 나토군사령관도 지난 4월 중국의 해저케이블 부상을 중국의 해양굴기의 관점에서 평가한 바 있다. 또한 금번 사고의 지리적 공간이 북극해라는 점도 주목이 필요한 부분이다. 북극해는 실제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의 매장과 북극해 해빙에 따라 가능해진 극동과 유럽을 잇는 신항로 개척을 위해서도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 지대이지만, 아시아와 유럽·미주를 잇는 해저케이블의 새로운 부설지대로 부상중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금번 핵잠수함 화재는 최근 러시아가 해저케이블 부근 잠수함과 감시정찰선 활동을 증가시키는 가운데 북극해 근해에서 해당 작전·활동 도중 발생한 사건으로 이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저접근과 반(反)접근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통신전쟁’(communication war)의 한 단면인 셈이다.

최정현 박사(jounghyun_choi@hotmail.com)는 해군사관학교 졸업(1996년)후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레딩대에서 박사학위(전략학 전공)를 취득했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국제군비통제협력담당·해군본부 해양전략개념담당과 무관연락실장 등을 역임 후 전역했다. 군사전략 및 해양전략·군비통제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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