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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76호

미국의 서태평양 전역구상과 한국

KAIST
초빙교수

정호섭

중국의 패권 기정사실화 시도 차단이 미국의 목표
한국은 스스로의 전략적 가치 증명하고 역할 모색필요

  미 · 중간 군사적 패권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과시했듯이 중국은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중심으로 하는 A2/AD전력을 집중 배치하며 대만 등 유사상황이 발생할 때 미 해군의 개입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서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자 한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북방위협을 제거하고 海洋正面으로 모든 국력을 집중하며 전세계로 뻗어 나가려 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 · 불법적 팽창활동은 외부의 이렇다 할 저항없이 이루어져 왔고 현재 기정사실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제 시간이 흘러 현 상황이 고착되고 기정사실화되면 세계 물동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남중국해는 중국의 內海가 되고 사실상 중국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

  반면에 미국은 남중국해는 자국의 핵심이익이 아니라는 전략적 오판 속에 중국의 불법행동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미국은 기껏해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작전(FONOPs)을 실시하며 중국의 기정사실화를 막으려는 노력만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2016년 7월 유엔 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무시하는 중국의 방종(放縱)을 묵인하며 스스로 건설한 지역해양질서가 붕괴하는 것을 자초했다. 또한 중국의 해양팽창에 대항하는 지역국가들의 지원요청에도 미국은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역안보에 대한 자국의 공약(公約)을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도 ‘너무 늦었다. 이미 상황은 끝났다’는 비관적 시각이 등장했다. 심지어 몇몇 학자들은 ‘off-shore balancing’ 전략을 주창하고 나섰다. ‘off-shore’란 20세기 전통적 지정학자 Nicholas Spykman이 유라시아·아프리카가 아닌 美洲 · 大洋洲 · 영국 · 일본 등 도서대륙이나 국가를 지칭하던 용어이다. 즉, 섬나라 미국은 해외전쟁에의 개입을 가능한 억제하되 사활적 국익이 걸린 경우— 즉, 유라시아에서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패권국이 등장할 때에만 선택적으로 개입하여 이를 예방함으로써 힘을 비축하고 세계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자는 것이 바로 ‘off-shore balancing’ 전략이다. 이와 맥을 같이 하며 중국에서는 미·중간 태평양을 분할 지배(?)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전략의 결과로서 태평양의 분할점령은 커녕 오히려 심각한 전략상황— 즉, 西태평양을 중국에 넘기고 미국이 東태평양으로 후퇴할 때 그 다음 미 · 중 전선은 미 本土 서해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미국이 지난 태평양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은 미국의 안보는 태평양 전역에 대한 해양통제를 요구한다는 것이었고, 그 교훈에 입각하여 서태평양에서의 미 해군의 해양통제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딜레마 속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등장하였다. 이 전략은 인도라는 잠재대국을 미국편에 끌어들여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견제하는 한편 지역동맹 및 새로운 파트너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역 내 미국의 군사태세를 증강함으로써 나날이 증가하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봉쇄하고 서태평양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America First’ 노선으로 이 전략은 향후 어디로 갈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한편, 이 전략의 군사전역(military campaign) 측면에서의 구상— 즉, 현재의 미·중 경쟁이 군사충돌로 악화될 경우, 미국은 과연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보자. 먼저 미 RAND 연구소는 War with China: Thinking Through the Unthinkable(2016)이라는 보고서에서 미 · 중간 전쟁이 발생한다면 이는 재래식 · 국지전이 되고, 양국이 엄청난 피해만 입고 승자도 없는 지연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그 차선책으로서 미국은 고강도의 ‘장기전’(a prolonged high-intensity war)을 기획 · 준비하고 이러한 의도를 중국에 분명하게 알려서 전쟁을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특히 이 보고서는 미국이 초전에 중국의 A2/AD 능력을 파괴하는 종전의 ‘공해전투(AirSea Battle)’ 개념에 의존하면 중국으로 하여금 오히려 기습공격을 하도록 유도하며 분쟁을 치열한 소모전으로 몰고 간다고 경고하며, 미국은 미사일 · 잠수함 · 드론 · 사이버 · 對위성(ASAT) 무기 등 중국의 A2/AD 위협 하에서도 생존 가능한 무기플랫폼과 스스로의 A2/AD 능력을 증강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보고서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에게 강력한 방어력을 구축할 것을 제언하는 한편 한국은 對中 전쟁에 거의 확실하게 참전하지 않을 것이나, 일본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확실하게 참전하며 증강된 自衛隊 전력이 전쟁의 향방과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였다.

  한편, 2018년 미국방전략(NDS)은 미군의 모든 합동전력은 강대국과의 최고수준의 전투수행(high-end warfighting)에 준비해야 한다고 명시한 가운데, 중국이 향후 미국의 主敵으로 인식되면서 각 군의 새로운 전력운용 개념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해양통제가 더 이상 당연시될 수 없는 서태평양에서 미 해군은 ‘분산해양작전’(Distributed Maritime OPs) 개념을 채택하며 중국의 A2/AD 환경에서 생존 가능하면서 보다 살상력 있고, 신속하게 다수 획득 가능한 전력으로서 10척의 대형 무인수상함으로 구성된 유령함대(ghost fleet)와 같은 혁신전력을 건설하고 있다. 미 해병대도 경합된 연안지역에 상륙한 후 해안으로부터 미 해군의 해양통제 달성 및 유지를 지원한다는 개념의 ‘경합환경에서의 연안작전’(Littoral OPs in a Contested Environment) 및 ‘원정 선견기지작전’(Expeditionary Advance Base OPs)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 육군과 공군도 여기에 부합하여 多전장영역(multi-domain)작전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된 전력을 건설하며 서태평양에서 발생 가능한 중국과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의 서태평양 군사전역 구상으로서 미·중이 경합하는 연안에서의 전투수행개념을 준비하되, 중국의 A2/AD 전력을 소위 제1 도련(일본-대만-필리핀-말레이 도서 및 반도) 내에서 봉쇄하는 능력을 구축한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의 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s (CSBA)는 Tightening the Chain: Implementing a Strategy of Maritime Pressure in the Western Pacific(2019)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서태평양에서 미·중간 군사균형을 안정화하고 중국의 A2/AD를 통한 기정사실화를 예방하기 위한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로서 ‘해양압박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전략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중국이 기정사실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초전에 신속하게 중국의 공격을 지연 ·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미 증원전력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공격을 자행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그 결과로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분쟁을 더 높은 수준으로 확전할 수밖에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중국 A2/AD 영역 내에서 고도로 생존 가능한 ‘내부전력’(inside force)으로서 미 해군 · 공군 · 전자전부대의 지원을 받는 지상배치 미사일전력(정밀타격 네트워크)을 제1도련을 따라 배치하여 중국군을 공격하고, 멀리 ‘외부’(outside)에 있는 해 · 공군이 ‘내부전력’을 지원하며 중국군을 추가로 압박한다. 이 전략의 목표는 중국이 무력분쟁을 도발한 후 기정사실화를 시도하는 것을 처음부터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미군과 일본 · 호주 등 동맹전력 간의 교차전장영역(cross-domain)에서의 긴밀한 공조가 이 전략과 작전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이다.

  문제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러한 미국의 서태평양 전역구상에서 한국의 역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리적 특성상 제1도련 내측— 즉, ‘중국 중심적’인 지역에 위치한 한국이 거부적 억제를 위한 미국의 전역구상에서 수행할 역할이 없거나 극히 제한된다는 의미이다. 미국이 동맹국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인지, 만약 그렇다면 미 · 중 분쟁 시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방위를 지원할 것인지, 미 · 중 어느 편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은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은 또다시 강대국 패권전쟁의 무대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핵 ·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은 중국 편에 서서 과연 어떤 도발행동을 할 것인지 등 한마디로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이 다가올 수 있다. 정말 심각한 것은 미국 내에서 미 · 중간 분쟁 발생 시 地 · 經 · 戰略學的 요소로 인해 한국은 결국 미국편에 가담하지 않거나 중립을 선택할 것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지금 ‘한국은 스스로의 전략적 가치를 미국에게 명확하게 증명해야 할 때가 드디어 왔다’고 주문한다. 극도로 복잡하고 위태롭게 전개되고 있는 주변 안보상황 속에서 국가지도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가안보에 모든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가 있어야 자유·민주도 있고 평화와 번영도 가능한 것이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90012@naver.com)은 영국 랭커스터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 미·일 안보관계 • 군사전략·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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