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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77호

미·중 ‘전쟁’ 양상의 진화

― 경제전쟁에서 다시 안보전쟁으로

해군사관학교
교 수

임경한

국익 추구 미국 우선주의와 中華思想 대결 본격화
상호 세력과시 치열한 경쟁 통해 진짜 전쟁 진화 가능

  국제정치이론 중 현실주의(realism) 관점에서 보면 국가는 절대적인 수준의 국가이익보다는 상대적인 국가이익을 중요시한다.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보다 내가 더 가져가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는 국제질서 속에서 갈등과 협력이라는 양면의 탑을 타고 오르는 국가 간의 관계 변화와 그 사이에서 행해지는 개별 국가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잘 설명한다. 그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한 국가가 갈등을 어떻게 통제하고 그 갈등 속에서 어떤 국가이익을 추구하는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에서는 국가 간 갈등을 ‘전쟁’(war)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전쟁에 관한 클라우제비츠(Karl Clausewitz)의 정의를 논할 여유도 없이 국가 간 갈등이 치열한 모습을 전쟁 수준의 경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글도 이런 전제에서 시작한다.

  최근 국제문제와 관련된 세상의 관심은 온통 국가 간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경제 및 안보 갈등은 단연 제1의 관심사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중의 경제 갈등을 ‘무역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두 강대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전쟁 수준의 경쟁적인 양상으로 해석한다. 201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상호 관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이후 미·중 양국은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방식으로 관세 품목 및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양국은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해 10-25%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거나, 확대 적용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자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제재하거나 동맹국으로 하여금 특정기업 제재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무역전쟁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 화웨이(Huawei)에 대한 미국의 전 방위적인 제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미·중 경제전쟁의 또 다른 양상은 ‘환율전쟁’과 ‘금융전쟁’이다. 지난 8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위안화 가치 절상을 압박하자 중국은 위안화 약세와 농산물 수입 금지 확대로 응수하여 무역전쟁에 더해 환율전쟁을 시작했다. 환율전쟁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트럼프 행정부는 급기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금융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방면의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 조치를 실행에 옮긴다면 미국 자본이 중국으로 흡수되는 상황을 막으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중 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을 넘어 금융전쟁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수준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다소 희망이 섞인 기대는 미·중이 무역협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협상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언제 도착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한 가운데 미·중 간 가장 큰 갈등이라고 볼 수 있는 ‘안보전쟁’이 다시금 고개를 내밀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과 중국의 일대일로구상(One Belt One Road Initiative) 간 갈등이 서서히 불붙는 모습이다. 세계 패권국으로서 국가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미국의 우선주의와 세계 중심에 서고자 하는 중국의 중화사상 간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양국이 추진하는 각각의 구상 및 전략은 사실상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을 배경으로 한 치열한 안보전쟁을 예고한다. 그 이유는 미·중이 직접적인 무력 사용을 하지 않고서도 상호 자극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해군력을 이용한 무력시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같은 곳에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현실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의 팽창적인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억제하려 하고, 중국은 역내로 향한 미국의 접근과 자국을 포위하려는 시도를 억제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안보정책에 따라 2018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는 용어 사용을 공식화하며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고자 한다. 최근 임명된 오브라이언(Robert O’Brien)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을 공식화했으며, 에스퍼(Mark Esper) 국방장관은 역내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국을 향한 군사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중국의 웨이펑허 국방장관은 지난 6월 샹그릴라 회의에서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라는 표현을 통해 남중국해의 문제를 당사국 간의 문제로 한정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의 이익에 간섭하려는 세력에 대한 경계를 직접 언급하면서 시진핑 중국주석의 ‘중국몽’ 실천을 위한 군사적 대비태세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밝혔다.

  미·중은 수사적인 표현에 더해 군사력을 사용한 직접적인 힘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군사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하다. 그동안 미뤄뒀던 숙제를 하듯 미국은 지난 6월부터 매주 또는 격주 단위로 연이어 ‘항행의 자유작전’을 실시하고 있으며, 9월 초 남중국해 인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역내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7월 러시아와 함께 역내에서 최초로 연합 초계 비행훈련을 했으며, 4만톤급 상륙강습함을 처음으로 진수하는 등 응전태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중국이 공개한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 젠-20 스텔스 전투기 등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미(對美) 군사대비 태세를 과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중의 안보강화 움직임이 이전에 비해 특별한 점은 자국의 군사적 역량을 숨기지 않으며, 주변국과의 연합훈련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등 세(勢) 과시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력 사용의 한 가지 방법으로 ‘과시’(swaggering)를 통해 미·중은 상호 자극하는 것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미·중의 안보전쟁은 단기적으로 해양안보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화될 경우에는 주변국을 포함한 직·간접적인 무력충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중의 불편한 관계를 현대판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부상에 두려움을 느끼고 무력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했던 것처럼 중국의 부상은 미국으로 하여금 패권국으로서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미국과 중국이 해결해야 할 경제·안보 전쟁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어쩌면 그 함정을 미국과 중국이 더 깊게 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큰 우려는 그 전쟁과 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미·중 양국의 관계가 진짜 전쟁의 모습으로 시나브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임경한 교수(seaman53@naver.com)는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장으로서 전략론 · 해양전략 · 주변국 군사전략 · 국제정치와 전략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강대국의 안보 경쟁과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군사전략 및 해양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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