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위기의 전개상황과 우리의 전략적 고려방안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일 새벽 이란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을 이동중인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Qassam Soleimani) 장군 일행을 드론 MQ-9 공격을 통해 제거하였다. 솔레이미니 제거 작전으로 촉발된 미-이란 상황은 향후 보다 복잡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며, 이에 대한 한국의 행보가 중요해졌다.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사건 전개과정과 이와 관련된 이슈를 파악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이 제거한 솔레이마니 장군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엘리트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으로 쿠드스군은 혁명수비대의 대외작전 부대이다. 솔레이마니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원을 지원하였고, 이라크 시아 민병대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등 중동지역 전체로 이란의 영향권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적 역할을 책임지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이란과 핵합의(JCPOA)를 2018년 파기하고 경제재재를 기반으로 한 최대의 압박정책을 강화하면서 상호 관계가 악화되었다.  2019년 4월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분자 조직으로 지정하였다. 미국의 압박에 대해 이란군 장성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였다.

2019년 6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유조선 2척이 정체불상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란 방공부대는 미 무인기 글로벌 호크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격추시켰다. 7월 이란은 영국유조선을 나포하였고, 9월에는 예멘 후티반군이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 공격하여 막대한 피해를 야기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국제적인 해역보호 작전(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Operational Sentinel)을 개시하고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12월 27일 이라크 군사기지에 대한 로켓 공격으로 미국 민간이 1명이 사망하였으며, 미군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 기지 5곳을 공중 타격하였다. 이라크 시아 민병대는 미 대사관 안내실 지붕을 불태우고, 대사관을 2일간 포위하여 위협함으로 미국이 1979년 테헤란 이란 인질사건 악몽을 생각나게 하도록 하였다.

이란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혹독한 보복을 다짐하였다. 솔레이마니 장례식에 참석하였던 이라크인과 이란인들은 미국에 대한 강한 보복을 주문하였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군사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 이행하였다. 미국은 52개의 이란 공격표적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란에 불균형적(disproportionally)하게 응징할 것을 위협하였고 신속대응부대 3,000명을 신속히 파견하는 등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1월 8일 새벽 이란은 미군 시설에 대한 수십 발의 미사일 보복 공격을 성공적으로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 군사적 보복작전은 상당히 절제된 비례적 대응으로 기지 내 미국인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이 위기를 확전시키지 않고자 하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고 이란이 중동지역에 테러분자 지원을 중단하고 핵합의로 복귀할 것을 요구하였다.

미국-이란 간 군사적 상황은 상호 간의 자제된 행동으로 전쟁으로 확전될 상황은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많은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은 상황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필요한 대응방안을 유연하게 강구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한국이 고려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자원의 수급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이행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세계 원유의 1/3, 우리 석유 수입의 약 73%가 이동한다. 또한 우리 많은 국민과 기업이 이라크 등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는 야크부대를 파병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제적인 위협은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미국중심의 해양안보작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해군력은 아덴만 대해적 작전과 호르무즈 해협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은 미흡하다. 따라서 한국은 이 지역에서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적 방안에 대한 고민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사 상황 발생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적시에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군사적 준비태세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이란 상황의 북한에 대한 악영향을 방지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정면돌파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이란 상황은 북한 비핵화 협상을 보다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은 이란 핵협상의 결과,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등을 고려할 것이다. 미국-이란 간 현 상황은 미국의 이란 핵개발 방지를 위한 정책에서 출발하였다. 이란 상황은 미국의 핵문제에 대한 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미국은 이란과 북한을 분리하여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접촉을 재개하고 한반도에서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위험을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란 상황과 관련한 미국의 안보적 요구가 커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보호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셰일혁명을 통해 석유의 자급능력을 달성하면서 중동지역의 안정과 해상교통로 안전보장에 대해 관련국들이 직접 책임지고 역할을 담당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이에 참여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 안전보장의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미국과 협력하고 우리 선박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역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는 중동의 종교‧종족 분쟁에 직접적으로 휘말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넷째, 현 불안정 상황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미국의 전략적 딜레마가 심화되어 발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작전은 이란에게 미국의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고 이란의 행동을 자제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은 이란과 이라크 내 반미세력을 결집시키고 미군의 역할을 어렵게 하는 상황을 조성할 것이다. 이라크 의회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이미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가 이를 이행할 경우, 강력한 제재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라크 군사기지를 기반으로 한 대 ISIS 작전이 일시 중단되었으며, 향후 미국에 어려움을 보다 가중시킬 것이다. 이란은 핵합의를 공식으로 종식하고 우라늄 농축활동을 강화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이란 핵상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보다 커졌다. 이란의 전략은 미국과 고강도 대결보다는 시아파를 중심으로 한 세력을 결집시키고 저강도 도발 방식과 장기전에 의해 미국에 승리하고자 할 것이다. 상황의 복잡성을 고려하건데 미국은 동맹국과 우방국의 지원과 협력을 얻기가 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중동지역에서 철군을 선언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보다 집중하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