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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91호

지휘계통 준수 ? 함장의 지휘권 ? 무엇이 먼저일까 ?

前 해군참모총장

정호섭

지난 3월 30일 미 항모 Theodore Roosevelt함은 베트남을 친선 방문한 후 임무수행 중 함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하였다. Brett Crozier 함장은 ‘평시에 승조원들이 죽을 필요가 없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가장 값진 자산인 승조원을 적절하게 보살필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4페이지의 e메일을 지휘계통 안팎에 있는 이십여 명의 해군지휘부에 보내 환자의 조기 후송 및 함 전체의 신속한 검사 및 격리를 호소했다. 이 서한은 곧 이어 함장의 고향 언론인 San Francisco Chronicle지에 보도되어 전 세계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물론 승조원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함장이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자신의 서한을 다수의 해군 지휘관에게 보낸 것은 지휘계통을 중시하는 미 해군 전통에 위반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그의 행동은 자기 배가 처한 상황에 대한 관심을 얻기 위하여 함의 임무를 망각하고 함 전비태세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였고, 이로 인해 코로나 대응에 대해 해군 지휘부를 공개적으로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인식되었다. 즉, 그의 서한은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조성하고 미 해군과 더 나아가 미 정부가 항모에서 발생한 코로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었다고 미 해군 지휘부는 판단한 것 같다. 미 해군의 이미지, 더 나아가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의미였다. 그 결과, Crozier 함장은 정식조사도 없이 서한 발송 이틀 만에 Thomas Modly 해군장관에 의해 ‘잘못된 판단’이라는 이유로 보직 해임되었다.

얼마 전 함정 충돌사고로 10명의 승조원이 익사했던 John McCain 함장이 보직 해임되기까지 41일이나 걸렸던 것에 비해 이는 매우 신속하게 내려진 행정조치였다. Crozier 함장은 함 승조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치는 가운데 자기가 지휘하던 항모에서 조용히 하함하였다. 그 후 Roosevelt함은 괌에 정박하여 약 4,800명의 승조원 중 23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금도 검사 및 격리가 진행 중이다. Crozier 함장 자신도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이 된 후 이 사건은 더욱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함장의 보직 해임에 대해 미 해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Michael Gilday 미 해군참모총장은 조사 후 인사조치하기를 희망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Modly 해군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하기 전에 일종의 先手를 쳐서 함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전해진다. Modly는 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그의 前任이었던 Richard Spencer 해군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놓아서 해임되었다고 밝히며 그런 일이 다시는 해군에서 일어나선 안 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트럼프가 함장을 보직 해임시키는 것을 희망했다고 그는 암시한 것이다. 2019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 UDT SEAL 대원이던 Edward Gallagher 상사의 전쟁 중 살인 및 敵 시체 옆에서 사진촬영 등 전쟁범죄에 대한 징계문제에 개입하면서 자기 견해와 맞지 않던 Spencer 해군장관을 해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핵추진 항모 함장이 전화로 지휘계통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서한을 보내 마치 항모에 약점이 있는 것인 양 오해하게 만든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고 Crozier 함장의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사건은 코로나 사태로 혼란에 빠진 미국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가진 정치 이슈가 되었다.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Joe Biden 前 부통령은 함장을 보직 해임시킨 Modly 해군장관의 조치를 보복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Ray Mabus 前 해군장관도 전쟁범죄자를 사면시키고 자신의 의견과 동의하지 않는 지휘관은 누구나 해고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거론하며 이번 함장의 보직 해임은 다른 군 지휘관들에게 불길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어떤 상황에서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함장이 함내 현안을 자유롭게 언론매체와 소통하는 일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휘계통(chain of command)이며 이는 조직 내에서 지휘체계를 지키도록 신뢰받은 사람들에 의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Modly 해군장군이 자기 전화번호를 함장에게 알려주었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이는 오히려 함장에게 지휘계통을 무시하라는 이야기와 같다며 국방부 감사관 등과 같은 제3자가 자세한 내막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Modly 미 해군성 장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된 Roosevelt함을 방문하여 함내 방송 1 MC를 통해 Crozier 함장이 자기가 써서 보낸 서한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너무 순진하거나 멍청한 사람’이며 그의 서한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항모의 전비상태에 관한 중요첩보를 대중매체와 더 나아가 敵에게 공개함으로써 승조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하였다. 또한 그는 殉敎者(함장)가 언론공개를 통해 자기가 필요한 지원을 얻으려 함으로써 상관의 신뢰를 배신했다고 질책했다. 이는 어떤 공식조사도 없이 사태의 책임을 함장에게 모두 돌리는 적절하지 않은 언행, 즉 전형적인 ‘부절절한 지휘영향력(unlawful command influence)’ 행사였다. 통상 야전 지휘관은 해임되더라도 조사결과가 나온 후 해임이 공식 발표되는 것이다. 그러자 함내 많은 장병이 오히려 장관을 비난하며 Crozier 함장은 승조원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 Modly 해군성 장관은 의회로부터 사임하라는 강력한 압력에 부딪히고 결국 4월 7일 사임했다. 많은 예비역들도 그는 해군장관으로서 지도자 자격을 잃었으며 즉각 해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사건을 통해 군은 정치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고 문민통치에 복종해야 하는데 군이 너무 정치화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즉, 군에 어떤 해가 될 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든가, 아니면 해고되든가 하는 상황이 현재 미군 내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과 충돌이 생기면 누구든 진실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는 의미이다. 함장의 보직 해임을 둘러싼 혼란 때문에 다른 지휘관들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긴급 상황을 보고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항모 Roosevelt함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군 통치스타일과 맞물려 미 해군의 전비태세는 물론, 군의 정치적 중립성, 군 지휘계통 내 소통부재 및 불신 등 총체적 국가안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90012@naver.com)은 영국 Lancaster 대학교(국제정치학 박사)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미·일 안보관계, 군사전략·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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