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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93호

중국해군의 055형함 건조에 따른 함의 분석

해군미래혁신단
소 령

정재영

2014년 상하이 외곽의 장난(江南, Jiangnan) 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한 055형 선도함 난창(南昌, Nanchang)은 2017년 6월 28일 진수, 2020년 1월 12일 취역하였다. 전장이 무려 180m에 배수 톤수는 12,000톤급으로 미해군의 줌왈트급을 제외하면 세계 주요 해군의 전투함 중 가장 대형이다. 동함의 VLS 셀은 총 112기이며, 7종의 다양한 대공/대함/대잠/대지 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다. VLS는 해상에서 재장전이 제한되기 때문에 많은 셀이 탑재될수록 실제전투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서방측 분석에 따르면, 중국 VLS는 미국의 VLS보다 개별 셀의 부피가 약 60%크기 때문에, 대함탄도탄(ASBM, Anti-Ship Ballistic Missile)까지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고에너지레이저무기, 레일건과 같은 첨단 무기체계도 장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055형함의 출력 중 20%는 현재 “예비용(redundant)”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앞서 언급한 향후 추가 장착될 무장에 대한 공급용으로 풀이된다. 통합마스트에는 중국해군 최초로 S밴드와 X밴드, 즉 이중대역(dual-band) 레이더를 탑재하여 표적 탐지, 추적 능력면에서도 획기적으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055형함 자체 성능뿐만 아니라 중국해군의 놀라울 만한 전력증강 속도와 양이다. 미해대에서 발행한 “China’s Dreadnought? The PLA Navy’s Type 055 Cruiser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Future Maritime Security Environment”에 따르면, 현재 다양한 건조단계의 12,000톤급 055형함 8척이 동시에 건조중이며 2025년까지는 모두 전력화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에 따라 상이하지만 이지스급으로 분류되는 055형 및 052D형 각 24척씩 총 48척을 건조할 것으로 전망하는 일부 관측도 있다. 1:1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15,000톤급의 미해군 줌왈트급도 단 3척만 건조한 것을 고려해 볼 때 중국해군의 전력 증강은 규모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압도적이다. 2019년 한 해만 따져보아도 중국해군은 1월 1일 056A형 코르벳함을 시작으로 매월 1척 이상, 총 28척의 군함을 진수하여 한 서방 언론표현에 따르자면 ‘수확의 해(year of harvest)’을 보냈다. 1년간 진수한 군함의 총톤수가 약 153,000톤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전력의 총톤수가 500,000톤에 조금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2019년 단 1년만에 일본이 가진 모든 군함의 약 1/3을 건조하는 막대한 생산능력을 보여주었다. 군함의 보유 척수도 2019년 5월에 이미 미국을 추월하였으며, 척수로만 따지자면 독일, 인도, 스페인, 영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중국은 이렇게 질적, 양적으로 성장한 해군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양한 A2/AD 전력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어느 정도 내해화(內海化) 시킨 중국이 과연 영해와 인근 바다만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은 대형 전투함들이 필요한가? 서태평양 지역에서만 머물기에 이는 너무 많은 전력이다. 당장 떠오르는 간단한 답은 중국 해군 활동과 영역의 “확장”, “팽창”일 수밖에 없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해안선을 따라 외곽에 위치한 일련의 섬들을 기준으로 1도련(島聯, island chains), 2도련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2도련선 너머 원해작전이 가능하도록 해군력을 건설하는 것이다.

중국이 4개 항모전단을 운용할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24척의 055형함은 항모 호위에만 운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중국에서 공개된 항모전투단 개념도에는 2척의 055형함이 항모주위를 호위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총 8척이면 충분해 보인다. 즉, 055형함은 항모 호위뿐만 아니라 해상교통로 보호, 정기적 외해 경비, 해군력 현시, 유사시 전력투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055형함 건조가 미치는 영향과 함의는 무엇인가? 첫째, 서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공백이 예상되고, 그 자리는 중국해군이 차지하려는 힘의 이동이 발생할 것이다. 중국항모 뿐만 아니라 다수의 055형함이 2도련선 너머 태평양 전반, 심지어 대서양까지 작전 영역을 넓힌다면, 미 해군은 이를 추적하기 위한 전력 재배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대만을 비롯한 핵심지역에서 미 해군이 이탈한다면 중국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가치있는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인도-태평양 너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책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중국해군의 행동반경 확장은 미 해군의 관심을 서태평양 밖으로 돌리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다.

둘째, 향후 중국이 보다 공세적인 해양정책을 펼칠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과 압도적인 생산력을 바탕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서 인용한 미해대 연구자료에 따르면, 일부 서방의 전략가들은 필요시 중국이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수상함 전력을 기꺼이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손실된 전력을 재빠르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강해지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그 힘을 사용하고자 하는 경향과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기원전 416년 “자연법에 따라 누구든지 할 수 있다면 지배하려 들 것입니다. 이 법은 우리가 만들게 아니라 우리에게 힘이 생겼을 때 저절로 알게 된 사실입니다.”라고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 강대국 아테네인들이 상대적 약소국인 멜로스인들을 힘으로 협박하고 굴복시킨 역사적 사실은 오늘날 국제 정치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셋째, 중국의 공세적인 행동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서 해양을 둘러싼 갈등과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항해의 자유작전’은 중국과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9단선을 둘러싼 영유권 다툼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일본과 갈등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우위다도) 문제도 향후 그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다. 또한, 중국의 공세적 정책은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을 부추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이러한 다양한 갈등의 불씨에 중국의 공세적인 행보가 지속된다면 계획적이든 우발적이든 물리적 충돌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의 적극적인 해군력 증강은 당장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서해 및 남해상 중국해군 활동 증가와 관련된 해양분쟁 고조 가능성, 해양경계획정,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등 해양관련 다양한 현안이 산재되어 있다. 한-중간 직접적인 해양문제뿐만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에 의해 휘말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 및 공세적 운용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향후 서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당장 우리 주변 바다에서조차 중국의 공세적 확장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해군력은 단 시간내 준비하고 육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군 스스로의 노력,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적인 정책지원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동의와 지지도 필요하다.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말이 있다. 중국 해군의 급속한 증강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중국산(made in china)’이라는 막연한 과소평가는 경계해야 한다. 지나친 과대평가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그 반대는 더 조심해야 한다. 특히 군은 태생적으로 전투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집단이다. 교만함을 필연적으로 화를 부른다. 중국군사평론가인 첸슈오렌이 Science and Technology Daily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년간 미국이 공개적으로 레일건을 개발해왔다고 해서, 중국이 이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단지 중국은 보안 문제로 이를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언급한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한다.

중국은 수 천년간 아시아 대륙을 지배해왔다. 지난 1세기 동안 힘을 잃고 방황하였지만, 이제는 ‘중국몽(中國夢)’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다시 전진하는 중이다. 중국 해군력 증강 또한 그런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아시아를 지배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는 나라가 다시 그만한 힘을 회복하고 있다면, 앞으로 다시 지배하려고 시도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 아닐까?

정재영 소령(kor05271918@gmail.com)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미해군참모대해군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해군미래혁신단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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