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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03호

역동하는 국제정세 변화와 러시아의 향방

― 지속되는 푸틴정권, 도전과 과제

정 재 호

박사

러시아는 지구의 1/8을 차지하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에 인구 1억 5천만 명, 다민족 185개, 공화국 22개, 러시아 정교를 포함한 다종교 등 다양한 환경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 곳은 풍부한 석유와 가스로 인해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다문화와 시공간적 다양성은 국민을 통합하여 강대국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2000년 집권 이후 연례행사처럼 국민과의 마라톤 대회를 17번째 실시해오고 있다. 2019년 6월 20일에도 무려 4시간 동안 생중계로 정치외교, 국내외 경제, 군사안보 등 국가의 모든 현안을 망라하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81개의 질문에 답하며 국민과 소통하였다. 그해 2월 국정연설에서는 신무기를 소개하며 강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최근 3년을 되돌아보면 2018년에는 100여 분 시간 중 절반가량을 러시아 최신무기 소개에 할애하며 러시아 국방력을 강조한 데 이어, 2019년에는 90여 분 동안 외교-국방 분야와 사회-경제 분야를 적절히 배분하여 국가전략을 설명하였다. 올해 1월에는 80분가량의 국정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사회 발전 및 성과 발표에 이어 내각 인적 쇄신을 위한 헌법 개정이라는 중대한 발표로 이어졌다.

매년 실시되는 ‘국민과의 대화’, ‘국정연설’ 등은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와 국가의 목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러시아가 당면한 현안 문제와 향후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러시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래의 내용은 최근 지속되는 푸틴 정권 기간 중 나타난 정치외교, 경제 그리고 군사안보적 주요 이슈와 러시아의 도전과 과제에 대한 소견이다.

냉전 이후 최악으로 평가받는 미러 관계가 내년 New START조약 재협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2019년 8월 2일은 미러간 INF조약 폐기로 핵안보전략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날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양국 간 INF조약 위반 주장으로 발생한 양국 간의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1987년 조약 체결 이후 미러를 제외한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북한 등 국가들이 핵무장 능력과 중거리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면서 미러 간 INF조약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 이제 미러 간 여러 핵감축조약 중에서 유일하게 남은 조약은 2021년 계약이 종료되는 ‘New START’만을 남겨두고 있다. New START조약이 종료되면 핵강국 간의 통제수단이 사라지는 국제 핵안보환경의 대전환 시대가 도래할 조짐이다.

2021년은 미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의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 ‘New START’조약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역설적으로 New START조약의 재타결로 인해 미러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New START조약의 재연장 및 합의점 도출을 통한 핵무기감축을 이끌어냄으로써 미러 간 화해모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당장 가시적으로 보이는 관계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서방의 대러 추가경제제재 강화와 국제유가 하락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의 경제발전이 가능할까?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반하는 서방의 제재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추가 경제제재마저 있었다. 이제 러시아의 국내 경제적 상황은 서방의 경제제재와 국제유가라는 대외환경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원유감산 협상 실패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이 러시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19도 석유 수요 감소를 불러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앞으로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80루블까지 뛸 수 있고,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 외국기업의 러시아 수출 중단 위기를 맞게 되어 러시아 경제는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러시아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 저성장 대응책으로 민영화와 정부 규제의 약화에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러시아는 국제시장 참여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대외 경제환경 변수에 더욱 민감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한 러시아의 내수경제 성장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의 동진정책과 북극의 에너지 안보경쟁 속에서 ‘강한 러시아의 부활’이 가능할까?

1999년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국가들이 나토에 가입되고 동쪽으로 세력권을 넓혀 가며 시작된 나토의 동진정책으로 인해, 그리고 우크라이나까지 나토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의 움직임은 결국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이르게 된다. 이제 러시아에게 나토는 안보를 위협하는 주적으로 간주되고 있고, 북극은 에너지 자원과 연계하여 러시아의 군사안보환경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지역이 되었다. 북극을 둘러싸고 미국, 캐나다를 포함 8개국이 총성없는 영토전쟁을 전개 중이다.

러시아를 둘러싼 군사안보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는 신무기 개발과 해외 해군기지 확대강화를 진행 중이다. ICBM탑재 극초음속 활공 유도탄두 ‘아방가르드’ 미사일은 작년 말 12월에 실전 배치되었고, 신형 레이저무기 ‘페레스베트’는 방공 및 미사일 방어(MD)용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미국의 신속글로벌타격(PGS)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신형 5세대 ICBM ‘사르맛’, 극초음속 장거리 공대지/공대함 미사일 ‘킨잘’, 핵탄두 수중무인기 ‘포세이돈’은 러시아가 강대국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무기 개발과 더불어 소련시대 유지했던 군사외교력으로 해외군사기지 확대를 통한 외연확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16년 10월 시리아 타라투스항을 ‘영구 주둔기지’로 격상하여 현대화하고, 쿠바 하바나 ‘레이더 기지’를 재건하여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베트남 캄란 해군기지는 ‘태평양함대의 보급기지’로 복원하기도 하였다. 2017년 필리핀 마닐라항에 입항한 러시아 군함에 필리핀 대통령이 방문하여 러시아 군함의 자유로운 입항을 허가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였다. 러시아는 정치-군사적 외연확대를 위해 군사외교역량 강화라는 지렛대를 활용하고 있다.

상기 내용에서 언급한 3가지 주요 국제적 이슈 대응전략으로 러시아는 올해 초 내각개편을 단행하였다. 특별히 3명의 주요장관이 눈에 띄었다. 외무장관(라브로프, 2004년부터 16년간), 국방장관(쇼이구, 2012년부터 8년간), 재무장관(실루아노프, 2011년부터 9년간) 등 요직 장관은 대부분 유임되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세계 속 위상강화”라는 명백한 목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방증으로 보인다. 최근 역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변화하려는 분명한 목표를 향한 러시아 정부의 노력이 실현될 것인지 향후 러시아의 향방이 기대된다.

정재호 대령(mockba74@korea.kr)은 해군사관학교(국제관계학) 졸업 후, 한국외대 노어과 학사, 모스크바 국립대학교(MSU)에서 국제관계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원주함(PCC) 함장을 마치고, 주러시아 해군무관, 함상토론회 기획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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