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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19호

일본 해군력의 역사적 전환점 ‘8함 8기 체제’의 시사점

합동참모본부 분석실험실
중 령

류재학

일본 해상자위대의 인도-태평양 해역에서의 해외파견훈련이 활발하다. 2017년 헬기탑재 구축함 이즈모함과 구축함 사자나미함이 3개월 간 해외파견훈련을 최초로 실시한 이후, 매년 3개월 정도의 기간으로 2018년에는 헬기탑재 구축함 카가함과 구축함 2척, 2019년에는 이즈모함과 구축함 2척, 올해는 카가함과 구축함 1척, 탑재항공기 3대, 잠수함 1척 등 규모가 증강되어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과 훈련 및 친선교류 활동을 진행하고 원양작전 능력을 키웠다. 한국해군이 NLL 작전, 아덴만 해외파병, 순항훈련 등으로 구축함 운용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해상자위대의 과감한 행보는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력의 주요 행위국가로서 기여를 통한 국제위상을 제고하려는 일본정부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한 해군력, 4개 호위대군(護衛隊群, Escort Flotilla, 한국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된 호위함대(護衛艦隊, Fleet Escort Force, 한국의 창설 예정인 기동함대와 유사)가 전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해상자위대의 전력증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은 2차 대전시 제국해군 운용경험과 도서국가로서의 역사와 환경, 경제부국, 미·일 동맹 등을 이유로 해군력은 자연스럽게 증강된 것이라는 단편적인 사고가 일반화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구축함 건함사(建艦史)와 전력건설 관련 논문, 특히, 해상자위대 제독들의 연구 등을 살펴볼 때, 해상자위대는 초창기 구일본해군과의 일시적 단절, 구소련 위협에 따른 육상병력 중심의 전략사고, 반군정서의 팽배, 중동오일 쇼크 등으로 번번이 전력건설이 좌절된 경험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해상자위대는 창설 초기부터 전력건설에 대한 의지가 흔들리지 않았다. 1958년 자위대 창설 후 최초 군비계획에서는 무모하게 느껴질 정도로 함정톤수 45만 톤을 요구하였는데, 이는 2020년 해상자위대의 함정톤수 46만 2천 톤에 놀라울 정도로 근접한 엄청난 수치지만, 당시 계획의 결과로는 9만 9천 톤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에 멈추지 않고 미·일 동맹의 축에서 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라는 작전분담의 형식으로 해상자위대 전력은 점진적으로 증강되었다. 현재 아·태지역의 가장 강력한 기동부대로 평가받는 호위함대는 1961년에 신편되었는데, 창설 당시 대부분의 함정은 미국으로부터의 대여함(貸與艦)이었고, 호위함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기함(旗艦)조차도 미국의 역외조달(域外調達)로 건조되었다. 1971년이 되어서 4개 호위대군이 편성되고 일본 국산구축함 시대가 펼쳐지며 역량을 구비하였고 해상전력이 강화되면서 해상교통로 보호에 대한 의지는 더욱 공고해졌고, 구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전략·전술의 발전 기회로 활용하고 1976년 방위계획대강의 ‘기반적 방위력 정비’ 개념에 따라 호위대군을 4개에서 5개로 증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하지만, 1개 호위대군 증편 요구는 예산상의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해상자위대는 이에 굴하지 않고 그 차선으로써 전략구상을 검토하였고, 미반영에 따른 해상방위의 부족함을 해상방위력의 질적 향상, 장비의 근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그 핵심은 ‘8함(艦) 8기(機) 체제(eight DDG/DDs ships/eight antisubmarine helicopters organization)’를 기본으로 한 기동부대의 구상이었다. ‘8함 8기 체제’는 기동 운용하는 구축함 부대의 전술단위를 나타내는 용어로 구축함 8척과 대잠헬기 8대의 편성이고, 구소련의 원자력잠수함 및 폭격기의 위협을 상정하고 운영분석(Operations Research)으로 적정 전력을 산출한 결과를 반영하였다. 당시 구 일본해군의 88함대 구상의 명칭과 유사하여 ‘신(新)88함대’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해상자위대 지휘부는 ‘8함 8기 체제’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대계획으로 이것을 신88함대의 별칭으로 비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며, 별칭의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하였을 만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8함 8기’는 전력건설 논리로써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1993년에는 이지스구축함이라는 당시 미군만 보유하고 있던 최신예 함정을 세계에서 2번째로 도입하고, 고도경제 성장에 힘입어 현재의 50여 척의 구축함을 도입하는 핵심논리로 역할을 하였다. 이에 따른 전력의 급성장은 미해군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면서, 미해군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평가받게 되었다. 비록, 호위대군 1개 증강의 양적인 목표는 실패하였지만 해상방위력을 질적으로 보완하려는 ‘8함 8기 체제’ 구상은 현재 해상자위대 전력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으로 변모시킨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해상자위대는 ‘8함 8기’의 장점인 이해하기 쉽고, 운영분석에 근거한 산출로 객관성이 높다는 점을 활용하여, 고성능 고가의 신형함정, 무기체계 등 전력증강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최신예 전력은 이 논리의 구성요소로서 설명되기 때문에 반대여론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였던 것이다. 2020년, 4개 호위대군은 완벽한 ‘8함 8기 체제’를 뛰어넘는 전력으로 편성되어 있으며, 각 호위대군에는 경항모로 개조 가능한 헬기탑재 구축함 1척, 이지스구축함 2척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국해군은 어떤 방향으로 전력건설을 해 나가야 하는가? 물론, 해상자위대를 모방하는 구상은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다. 한국해군은 한국의 정치구조, 해양정체성, 국방예산의 재원, 한·미 동맹과 주변국 관계 등 한국 특유의 상황에서 더욱 고민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일본의 ‘8함 8기’를 재조명하며 한국해군 전력건설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해군력 건설방향과 견고한 논리가 정부의 의지에 반영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일본은 도서국가라는 역사·지리적 환경과 2차대전에서 연합군의 해상봉쇄에 따른 막대한 피해를 경험하였고 막부 말기 해군혁명이 일본을 근대적 국가로 변용시켰고, 국제사회의 열강으로 성장했던 기억이 1~2세대를 거쳐 해상자위대 전력건설에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한편, 한국은 일본에 비해 해상교통로 보호의 공감대 확보는 해양정체성 부족, 경험하지 못한 역사 등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무역경제, 에너지 확보, 전 세계 해양활동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위한 해상교통로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으며, 이를 위한 활동의 중심에 해군이 중심이어야 한다.

둘째, 한국의 경제발전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의 국방비는 현재 세계 9위 수준이다. 이럴 때일 수 록 민첩하게 전력건설 방안을 발전시켜야 한다.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조차도 전력건설 논리가 정립되고 해상전력의 기반이 구축될 때까지 약 15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기반을 구축한 해상자위대는 일본의 20년 이상의 저성장에도 ‘질적 향상의 선순환 증강 시스템’에 따라 비용대비 효율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셋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해군력 건설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 그 논리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할수록 효과가 크다. 그리고 대외 과시와 플랫폼 도입을 위한 목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해상자위대는 지금까지 스스로 ‘대양해군’의 개념을 내세우지 않았고, 이지스구축함, 경항모 등 고가의 플랫폼 건설도 목표로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8함 8기 체제’의 구성요소로 전력건설을 추진하여 반대여론과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웠다. 자칫하면, 군 이기주의로 폄하될 수 있는 한국의 국방현실 속에서 플랫폼 도입을 내세우는 전력건설보다는 정교한 논리 속에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전략의 구사가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 한일 관계에서 IT산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우월하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 해군력도 가능하다. 미래 30년을 내다보고 경제력과 국가 위상에 맞는 전력건설 논리를 창출하고 보완하는 시스템과 지혜가 모아진다면 핵심전력의 기반 구축과 운용으로 북한 위협 대비와 주변국 간 해상분쟁을 억제하고 해상교통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군사잡지에서 해상자위대 예비역 제독이 지난 30여 년간 해상자위대의의 전력건설을 바라볼 때, 그 방향이 옳았다고 자평한 기고문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이를 굳이 마무리에 소개한 이유는 앞으로 30년 후, 40년 후 한국해군에서 나올 것을 기원하며 또한 확신하기 때문이다.

류재학 중령(rjh0303@naver.com)은 해군 최초로 일본 방위대 대학원에서 군사운영분석을 전공하였고, 일본 해상자위대 지휘막료 및 간부고급과정을 유학하였으며, 현재는 합동참모본부 분석실험실에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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