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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40호

퀸 엘리자베스 항모 방한의 해양전략적 의미

해군대학
교 수

권영일

영국의 퀸(Queen) 엘리자베스(Elizabeth) 항공모함(이하 QE) 전단의 8월 방한 보도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항모전단의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 때문에 보안을 이유로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렇게 대략적인 일정을 공개하는 것은 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루어진 예외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QE는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시켜 16세기 초반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영국을 세계 최대 제국으로 만드는데 이바지한 퀸 엘리자베스 1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다시 말하면, 그 이후 5세기 동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든 왕에 걸맞게 현재의 QE는 영국해군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함정이자 QE급의 선도함(lead ship)이며 영국해군의 기함(flagship)으로서 브렉시트(BREXT)이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력 보유국답게 영국의 영향력을 전세계(Global Britain)에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1일 28주간의 세계일주를 위해 영국의 포츠머스항을 출항한 QE는 우선 지중해로 향하였다. QE전단은 2척의 구축함, 2척의 호위함, 2척의 보급함, 그리고 1척의 핵추진 잠수함으로 구성된다. 또한 네덜란드 구축함과 미국의 구축함도 항모전단에 동참한다. 뿐만 아니라 18척의 F-35중에서 10대는 미국 해병대 소속이며 8대만 영국 공군 소속이다. F-35를 이용한 IS에 대한 공습작전이 최초의 전투임무가 될 것이다. 이전에는 사이프러스에 위치한 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공습임무를 수행하였다. 이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여 오만, 싱가포르, 한국,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시아 방문목적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자원과 능력이 부족한 영국은 중국 대응에 있어서 QE전단 구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영국내에서도 반론이 대두되었다. 영국은 NATO와 북대서양에 집중하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중국과 대결구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이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남중국해를 항해할 때에 2018년 알비온(HMS Albion)함이 파라셀 군도(Paracel Islands)에 근접하여 항해하다가 중국을 자극했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 물론 해상에서는 일본, 호주, 미국과 연합훈련을 하되 항구에 정박할 때에는 경제와 외교적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면 2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북극해를 통해 보내 태평양에서 부상시키는 것이 오히려 나은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항모를 보내는 것은 군사적 임무보다는 외교적이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가관계 강화를 통한 장기적 전략을 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기적 차원에서 영국해군의 항모뿐만 아니라 함정이 한국을 방문한 주요 사례를 되짚어본다면 영국의 한국에 대한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영국의 동양함대가 1885년 러시아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조선의 영토인 거문도를 불법으로 2년간 점령한 사건이다. 거문도는 러시아의 남하를 차단할 수 있는 대한해협의 군사적 요충지였다. 결국, 청나라의 중재로 러시아가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철수했다. 이 사건은 조선이 영토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고 강대국간의 경쟁구도에서 발생하였다. 한반도의 이러한 지정학적 특수성은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고로 이후 러시아의 견제는 영•일동맹을 통해 일본을 지원하고 일본이 러시아를 견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1904년 러•일전쟁이 발생했다.

두 번째로 영국이 한반도에 개입한 사례는 1950년 발발한 6.25전쟁에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해 참전한 것이다. 영연방국가(호주, 캐나다, 인도, 뉴질랜드)와 함께 UN군 소속으로 참전한 영국은 약 3년이라는 전쟁기간 중 적어도 1척의 항모가 한반도 해역에서 작전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총 5척의 항모를 투입시켰다. 호주도 1척의 항모뿐만 아니라 기타 전투함정을 지원하였다. 북한을 통한 한반도 공산화를 지원한 세력은 소련과 중국이었고 영국의 관심은 소련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도착한 군대는 패망한 일본을 점령한 영연방군대(BCOF)였으며 한국에서는 영연방한국군(BCFK)으로 재편성되었다. 첫 번째 사례와 유사하게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국가적 역량을 키울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반도 공산화 위협에 대응하는 강대국간 대결구도에 휘말려 들었다. 

1997년 2만톤급 경항모 일러스트리어스(HMS Illustrious)가 부산에 기항하였다. 한국해군에서는 대양해군 개념을 국내에서 처음 공론화했던 안병태 총장이 일본의 독도가 일본 영토의 일부라는 망언을 계기로 1996년 4월 김영삼 전대통령으로부터 수직이착륙기 20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경항모 도입계획을 재가 받은 다음 해였다. 필자는 당시 호스트함(hostship)의 일원으로서 일러스트리어스 항모를 방문하고 연합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포클랜드전과 걸프전을 참전했던 함정에서 운용했던 해리어기의 위용은 기억에 생생하다. 냉전이후 위협의 다변화와 한국의 위상증가는 영국과 방산협력 기회를 확대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3년 구축함 데어링(HMS Daring)이 필리핀 태풍피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마치고 부산에 기항한 것이다. 양국에서 운용중인 링스헬기에 대한 이해 및 정보교환을 증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고 데어링 함상에서는 영국 방산업체에서 고위급을 대상으로 신기술을 전시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처럼 영국 함정의 한국 방문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방문 사례를 기준으로 영국이 동북아에 가지고 있는 이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러시아에 대한 견제이다. 앞서 언급한 2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영국이 러시아의 세력확장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이다. 세계 제2차대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해군력을 자랑하며 전세계에 식민지를 두었던 영국이 비록 냉전시부터 미국에 해양패권을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영연방을 중심으로 한 영향력은 상당부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이러한 영향력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셋째, 경제 및 외교적 영향력이다. 영국은 미국과 안보이익을 공유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가담(tilt)하고 있지만, 미국보다 약한 국력을 보완할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영국의 외교력을 강화시켜 주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며, 강화시키고자 한다. 

국제안보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은 상당부분 유지되고 있다. 이를 빗대어 혹자는 현재 한국의 안보환경이 19세기말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문도 사건과 6.25전쟁시에는 약한 국가의 힘 때문에 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냉전시부터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해 지금은 세계 10위권 이내의 국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국익에 걸맞은 영향력 행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국은 영국이고 한국은 한국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해양력이 국가이익의 핵심요소라는 점이다. 한 국가의 해군력이 국가 이익을 위해 평시에도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QE의 한국방문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권영일 박사(youngkwon237@gmail.com)는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국제정치입문, 아태안보, 한반도안보를 강의했고 지금은 해군대학에서 해양전략을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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