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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42호

개정 중국 해상교통안전법 내용과 문제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김석균

중국은 지난 2월 시행된 ‘중국해경법’과 함께 ‘해상교통안전법’을 개정하여 확장적 해양권익 주장과 회색지대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8일, 제13차 중국 전인대 제28차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되어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1983년 제정된 후 이번 개정을 통하여 시대변화에 맞게 해양안전관리제도를 수용하거나 기존 제도를 개선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12장 53조로 이루어진 현행법은 개정을 통하여 10장 122조로 늘어났다.

개정 해상교통안전법에서는 (1) 선사의 안전관리 및 오염예방, (2) 선박보안, (3) 선원의 근로안전과 건강 보호, (4) 선원 관련 해외비상사태 경보·대응, (5) 해상교통자원 관리·개발·이용, (6) 영해 입출항 외국 선박의 보고의무, (7) 해상 페리 안전관리 등의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였다. 그 외에도 선원관리, 화물과 여객수송 안전관리, 수색구조, 해양사고 조사·처리, 법적 책임과 행정조치 등의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하였다.

특히 선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의 예방과 통제를 위한 선장의 비상조치, 감염자 격리조치 등을 의무화(제40조)했고, 조난 시 “선장이 퇴선명령을 내리는 경우 승객과 선원의 순서대로 하선”하고 “선장은 최후에 퇴선해야 한다”(제74조)는 선장의 구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개정 해상교통안전법은 해양환경보호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한 해상교통안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사항의 많은 부분이 유엔해양법협약이나 다른 국제해양법에서 허용된 연안국의 권리를 넘어서거나 ‘자유롭고 안전한 해양의 이용’ 원칙에 합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과 해양관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중국의 개정 해상교통안전법이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심각히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상운송을 통한 압도적인 대중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개정 해상교통안전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국제해양질서와 규범에 비추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검토해 본다.

첫째, 개정 해상교통안전법은 적용범위를 “연안수역”에서 “중국 관할해역”으로 확대하고 있다(제2조). 해경법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자국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구단선 내 해역, 동중국해의 오키나와 해구 수역, 이어도 수역까지 자국의 해상교통안전법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관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이들 해역에서 동 법을 적용하는 경우 분쟁 당사국들의 반발과 마찰이 예상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해사안전법(2011. 21, 해상교통안법에서 개정)의 적용범위는 “대한민국 영해, 내수에 있는 선박이나 해양시설,” “내수와 영해 밖에 있는 대한민국 선박”이다.

둘째, 영해와 그 이원해역의 지정된 도선구역에서 외국 선박에 대한 강제 도선 의무(제30조)는 ‘무해통항’과 ‘항해자유’를 보장한 국제법에 위배된다. (1) 외국 선박, (2) 핵추진 선박·방사능 물질 운반 선박·초대형 유조선, (3) 액화가스 벌크선·위험화학물질 벌크선, (4) 항해 제한조건에 근접한 규모의 선박이 도선구역을 이동하는 경우에는 강제도선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다(제30조). 중국의 항만이나 내수에 들어가지 않고 무해통항을 하는 외국 선박에 강제도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의 “무해통항을 실질적으로 부정하거나 손상하는 의무부과를 금지”(제24조)하는 규정과 배치된다. 더욱이 통항의 자유가 보장되는 영해 이원해역을 항해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강제도선 의무 부과는 “자유로운 항해”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 침해할 수 있다.

셋째, 중국 영해를 출입하는 특정 외국선박에 대하여 ‘사전통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해통항권 제한을 아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국제법 원칙에 배치된다. 개정법은 “잠수함, 핵추진선박, 방사능 물질·유해물질 운반 선박과 해상교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선박에 대해 사전통보와 관련 증명서 소지, 특별예방 조치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54조). 중국은 연안국으로서 이들 위험선박에 대해 항로지정과 통항분리, 관련 서류 소지 및 특별예방조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추진체계, 적재화물로 무해통항을 제한하는 것은 ‘선박의 행위’를 기준으로 무해통항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유엔해양법협약의 규정에 합치되지 않는다.

넷째, 개정법 상의 ‘무해통항의 일시정지’ 조건은 유엔해양법협약 상의 정지조건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악천후, 항해에 영향을 주는 해상사고, 군사훈련이나 관련 활동”을 이유로 “항해정지, 속도제한, 교통통제 구역 설정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제52조)는 규정은 무해통항의 정지는 “무기훈련과 같은 안전보장”에 제한하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 상의 정지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영해 이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국제해사기구(IMO)에 먼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고 외국선박에 대한 통항의 자유를 해치는 일방적인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중국 영해에서 외국 정부 선박이 중국의 법과 행정규칙을 위반한 경우 “관련법과 행정규칙에 따라 처리한다”(제120조)는 규정은 군함과 비상업적 목적의 정부선박에 대한 ‘주권면제’에 합치되지 않는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군함과 정부선박이 무해통항을 위반한 경우, 연안국의 권리를 “영해로부터 즉시 퇴거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에 제한하고 있다(제30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의 개정 해상교통안전법의 핵심내용은 확립된 국제해양질서와 규범에 합치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중국은 해양강국을 목표로 해양굴기를 추진하면서 자국 해양법제의 제·개정을 통하여 해양관할권 확대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의 이른바 ‘법률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내정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해양법제는 결코 중국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해양의 평화와 질서는 해양을 이용하는 모든 국가들이 국제사회의 합의된 규범과 원칙을 존중함으로써 유지되기 때문이다.

김석균 박사는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양법 집행, 해양보안, 해양분쟁 등에 대한 연구와 집필을 하고 있으며 최근의 저서로 Coast Guards and International Maritime Law Enforcement (Cambridge Scholars Publishing,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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