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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48호

중국 해양안전법의 시행 배경과 의미

前 해군참모총장

정호섭

최근 중국 해사국은 외국적 선박과 관련된 해양안전법(Maritime Security Law)을 개정, 발효(2021.09.01)시켰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조선, 잠수선, 핵동력 선박, 방사능물질 적재선박, 유류, 화학기체 등 유해물질 적재선박, 그 외 중국정부가 법률, 행정법규, 규정으로 정한 중국의 해상교통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선박 등 외국적 선박이 중국의 영해(領海)에 진입할 때 중국정부에 선명, 위치, 적재화물, 출·입항지 등을 보고하고 중국인 도선사(Chinese pilots)를 반드시 편승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동·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며 지역해 및 핵심 해상교통로에 대한 통제를 달성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한국도 주시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동(同) 법이 적용되는 중국의 영해는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과도한 해양 영유권 주장과 해경, 해상민병대 등을 동원한 소위 회색지대 작전(gray zone operations) 시행 사례 등을 고려 시 중국이 주장하는 관할해역(Beijing’s claimed waters), 즉 남중국해 9단선 내 해역, 동중국해 센카쿠 주변에서 오키나와로 확장되는 해역, 그리고 한국의 서남해역 EEZ 내에 위치한 이어도 주변해역 및 해저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동(同) 법이 직접 관련되는 외국적 선박은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관련국인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부루나이, 인도네시아, 대만 외에 한국 및 일본의 선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지역 내 해양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당연히 관련된다.

2016년 7월 UN 해양법 중재재판소(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는 남중국해에서 9단선이라는 역사적 근원을 고집하는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중국은 이를 무시하는 한편, 오히려 중국의 주권과 해양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 시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후 중국은 자국이 건설하여 군사화한 인공도서 주변 해역에 대한 모호하고 불법적 주권(영해) 주장을 하면서 해상민병대(maritime militia)나 해경(海警)을 사용, 주변국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무력분쟁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의 저(低)수준 도발을 지속하며 남중국해를 중국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기정사실화에 들어갔다.

스탠포드대학교 국제문제 전문가 Mastro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도서를 군도(群島)로 간주, 군도기선을 설정하고 그 내부는 내해(內海)로 선포할 수 있으며 군도기선을 기준으로 200nm EEZ를 선포하면 남중국해의 80%는 중국의 관할해역이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지역 내 다른 국가가 중국의 이러한 일방적 행동을 중단시킬 능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 시, 중국에게는 현상유지(status quo)가 해양영토를 확장하는데 가장 편리한 전략인 셈이다.

따라서 동(同) 법은 지난 2월 1일 시행된 중국의 해경법과 함께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동중국해, 더 나아가 이어도해역까지 중국이 주장하는 관할해역의 해양팽창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장기적 기도(企圖)로 보인다. 즉, 중국이 동⋅남중국해 등 주변국과 경합하는 해역을 통항하는 외국선박의 항행을 위협하고 제한하여 자국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자국의 관할해역으로 고착하려는 것이다. 이 후 시간이 가고 새로운 현상이 고착되면 이들 해역은 말 그대로 중국의 ‘내해(內海)’가 되는 것이다.

그 후 예상되는 중국의 행동은 남중국해 인공도서 주변에 영해를 선포하고 방공식별구역(ADIZ: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s)을 설정하여 미군의 공해상 항행·비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공도서를 군사기지로 하여 중국의 전력투사 범위를 서태평양 외해로 더욱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개정 발효된 중국 해상안전법은 궁극적으로는 동⋅남중국해 해역이나 황해 해역에 중국이 일종의 배타적 구역(an exclusion zone)을 설정하려는 선행조치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이들 해역에 있는 유류, 가스 해저자원 및 어족자원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하며 동⋅남중국해를 통과하는 지역의 핵심 해상교통로를 사용하는 대내·외 국가의 자유교역을 제한하는 능력을 보유하여 이들에게 엄청난 정치, 외교, 경제적 강압수단을 보유하게 된다. 중국이 이를 통해 지역 내 해양통제를 획득하면 해양이라는 인류 공공재를 자국에 유리하게 통제함으로써 전⋅평시 타국에 자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강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중국이 지역 내 해양질서를 유지해온 미 해군을 물리치고 해군주도(naval primacy)를 달성하려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중국은 이러한 법률전과 법적 증거를 축적하는 노력을 통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동⋅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주장이 현재와 같은 경합(競合)상태에서 점차 법적으로 인정되는 지위를 획득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법적 노력을 통해 중국 인민들의 마음속에 해양 주권의식을 부식(扶植)시키고 다른 영유권 주장국에게 중국의 의지를 과시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미 해군의 전력투사에 대항하는 패권 도전자로서 힘의 전이(轉移)를 효과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 동안 미 해군의 해군주도를 통해 지역 해양안보를 보장해왔던 미국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현상변화이다. 그 결과, 지역 내 미⋅중간의 해양 패권경쟁은 심화하고 동(同) 법의 집행과정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짐으로써 지역 해양안보는 더욱 위태로운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교역에 국가번영과 경제생존을 의존하고 있는 무역국 한국은 이러한 상황변화를 냉정하게 주시하고 유사시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90012@naver.com)은 영국 Lancaster 대학교(국제정치학 박사)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KAIST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미·일 안보관계, 군사전략·정보, 군사기술 혁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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