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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47호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중동, 서남아시아 정책 재편 신호

국립외교원
아중동연구부장

인남식

8월 30일 마지막 미군 수송기가 카불 공항을 이륙했다. 이와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전쟁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막을 내렸다. 9.11 테러 주범 알카에다 거점 타격과 용의자 검거를 목적으로 2001년 10월 7일 시작된 후 20년만의 종전이었다. 철군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수도 카불 등 5대 도시를 방어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아프가니스탄 정규군이 무기력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러까지 중첩되었다. 이슬람국가 호라산 지부(Islamic State Khorasan, ISK)의 유혈 사태가 이어지면서 철군을 결단한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은 커졌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요동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자신 있게 옳은 결정이었음을 밝혔고, 비록 예상외의 혼란이 있었지만 ‘영원한 전쟁’을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는 없었노라 천명했다. 아울러 중국 견제에 진력할 것임을 다시 강조했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승리라 보기 어렵다. 비록 알카에다는 형해화되었고 수괴 오사마빈라덴은 사살되었기에 1차적 목적은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전쟁의 목표를 국가 건설(state building)로 바꾸면서 지리한 소모전에 빠져들었다. 미국이 지원하는 카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국에서 공권력을 작동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제정러시아와 대영제국의 그레이트게임, 그리고 냉전기 소련군의 진주 경험을 가진 땅이다. 미국은 세속적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20년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심고자 했으나, 외세를 경원하는 다민족, 부족중심 사회인 아프가니스탄의 정치문화는 미국의 의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탈레반 세력이 발호했고, 결국 미국은 더 이상 무의미한 현지 주둔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철군을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시점에 왜 철군을 강행했을까? 한마디로 다중 포석에 가깝다. 첫째, 인력과 자원의 무의미한 투입을 이제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2,446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2.26조 달러의 전비를 투입했다. 그럼에도 미군과 나토군은 8만 병력으로 추산되는 탈레반 게릴라를 궤멸시키지 못했다면 결국 이 전쟁은 영원한 전쟁(forever war)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둘째, 테러와의 전쟁의 새 단면을 의미한다. 9.11 직후 개전한 이 전쟁은 정당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한 테러리스트들의 위치를 알고도 그대로 있으면 제2, 제3의 9.11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종의 자위권 차원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테러전에서 본토 방어 능력이 20년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향상되었다. 실제로 이후 아프가니스탄발 미국 테러는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소모전을 이어갈 이유도 없다. 셋째, 현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정부군을 지원하면 할수록 더 부패와 무능으로 이어지는 역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막대한 원조와 군사-치안 역량강화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인 착복의 기회로 삼는 악순환의 구조가 존재하는 한 계속 주둔 및 지원은 무의미했다. 자기를 지킬 의지와 역량이 있는 국가가 아닌 한 지원 자체가 더 미국을 위험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바이든의 철군 이후 계획은 무엇일까? 먼저 중국 견제 매진이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식으로 전세계 리더를 자임하며 여기저기 분산시켰던 힘과 자원을 재편성하여 중국 문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오래 지속되는 전쟁을 정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히 미국의 발목을 잡아온 중동에서의 관여 축소 의지가 두드러진다. 아브라함 협정 등 역내 평화분위기 조성을 통해 이스라엘 안보 강화, 이란 핵합의 (JCPoA) 복귀 타결을 통한 핵확산 방지 등의 장치를 해놓고 역외로 빠지겠다는 그림이다. 이후 모든 군사, 외교, 개발 역량을 동원 중국의 부상을 막는데 집중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둘째,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결국 실질적 집권 세력인 탈레반의 변화를 통해 해결하는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한 유도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강 미군과 나토군이 20년간 벌인 싸움에서 이들을 궤멸시키지 못했다면 군사적 접근은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다. 결국 외교와 개발을 통해 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다. 포용적 정부 구성 및 여성 인권 보호 등을 조건으로 국가 운영을 위한 원조와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유화적 수단과, 유엔안보리 제재 강화 등을 전제로 탈레반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압박 수단 등을 총동원할 기세다. 다만 탈레반의 이념적 특성, 분파적 속성 및 이중적 행태 등을 종합해서 볼 때 변화 가능성에 관해서는 비관적 견해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이 결국 다시 혼란으로 빠져들어도 미군 철군으로 인한 역내외 불안정성의 일차적 부담을 인근 국가들이 진다는 점이다. 일단 아프가니스탄의 혼돈국면은 미국 본토보다는 접경국가인 이란, 중국, 파키스탄 및 중앙아시아 국가 (러시아 포함)에게 1차적으로 노출된다. 난민의 확산과 테러위협의 증대가 역내 국가에 부담을 먼저 준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의 난맥상을 유럽과 함께 안정화시키던 부담을 놓아버리고 이를 중국 등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군후 아프가니스탄이 내전 등 혼란으로 빠져도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대처가 가능하다.

향후 미국의 대외전략 행보는 선택과 집중, 즉 중국 압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정부 당시 시도했던 아시아 재균형을 바이든은 보다 밀도 있게 추진할 전망이다. 워싱턴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로 떠들썩하지만 정작 바이든은 쿼드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은 호주, 영국과 함께 새로운 안보협약을 발표하는 등 신속한 대중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 바 ‘오커스(AUKUS)’ 라 불리는 삼자안보협력체다. 사이버안보, 인공지능, 퀀텀 컴퓨팅 및 해저 역량 등 4대 안보협력 주력분야가 담겨있으나 핵심은 해저 역량 중 핵추진 잠수함 전단 구축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는 중국이 아시아판 나토라 부르며 비판하는 ‘쿼드’, 앵글로 색슨 정보공유협력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과 함께 삼중 대중(對中) 방어망을 구성하는 계획으로 보인다. 특히 쿼드에서 중국에 대한 공세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인도 및 일본과 달리 호주가 공세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에 눈길이 간다. 결국 동맹 중에서도 동심원적 층위가 생기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오커스는 미주-유럽-대양주를 잇는 글로벌 앵글로 색슨 군사 동맹전력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반향도 크다.

바이든의 동맹 대우는 트럼프식 거친 동맹 정책과 사뭇 다르다. 동맹을 예우하며 경청하는 태도를 먼저 보여주었다. 한미 정상회담 역시 성과가 있었고 우호적이었다. 이와 함께 미사일 사거리 지침 해제도 발표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동맹을 예우하며 미국의 중국 견제 수위를 조금씩 높이는 상황으로 읽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에서의 정보실패와 여론악화에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다소 성급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평에도 불구, 자기 신념에 따른 정책 행보를 좌고우면 하지 않는다. 오커스로 인해 대 호주 잠수함 수출 계약이 틀어지자 프랑스가 분노했고 미국과 호주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이처럼 미국의 전통적 대서양 동맹국의 이익도 미국의 전략적 행보와 상치될 경우 넘어서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오바마 이후 트럼프를 거쳐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미국 최근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주요 아젠다로 올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중동 등지에서 미국의 국제사회의 지위와 명분으로 인해 대중 압박에 완전히 진력하지는 못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제 선을 그었다. 카불에서의 미군 철군은 단순히 지루한 전쟁의 종언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열을 정비하고 하나의 목표, 중국을 향해 집중하겠다는 선언이자 동맹국에 대한 신호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그 중요한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인남식 교수는 현재 국립외교원 교수로 아중동연구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연세대에서 정치학사 및 석사, 영국 Durham 대학 중동이슬람연구원(Institute for Middle Eastern & Islamic Studies)에서 중동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중동학회, 이슬람학회 이사 및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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