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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46호

거북선과 경항공모함

충남대 초빙교수
(예비역 해군준장)

조영주

영국의 자존심이자 해군 기함(旗艦)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이 오는 8월 말 부산을 방문, 한·영 군사 외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런데 영국 해군에는 기함이 한 척 더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함으로 현재 243년째 현역으로 복무 중인 넬슨 제독의 기함 ‘빅토리(Victory) 함(艦)’이다. ‘빅토리 함’은 영국 포츠머스 해군기지에서 과거 대영제국의 찬란했던 세계적 위상을 과시하며 범국가적 자부심과 긍지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넬슨 제독과 빅토리 함’보다 무려 200여 년 앞서 ‘충무공 이순신 제독과 거북선’이라는 세계사에 길이 빛나는 국가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은 영국인처럼 ‘빅토리 함’에 이어 거함거포(巨艦巨砲)의 상징 ‘드레드노트’ 전함과 현재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기함과 강력한 해군력을 후대에 계승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영국은 한반도 면적의 약 1.1배인 북대서양의 섬나라지만 15세기 대항해시대와 함께 강력한 해군력을 건설하여 해양 강국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를 차례로 물리치고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하고 20세기 전반까지 세계 패권국가로 군림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16세기 조총을 앞세운 일본의 침략에 국토는 유린당하고 국운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여 해상에서 충무공 이순신 제독이 23전 23승이라는 혁혁한 전과를 거두어 가까스로 국가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조선은 해양과 해군력을 경시한 국가정책을 지속한 결과 19세기 후반에는 강력한 해군력을 앞세운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 지배 각축(角逐)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근현대사는 일본에 의한 주권 침탈과 36년간의 식민 지배, 외세에 의한 해방, 그러나 남북분단과 동족상잔의 6.25 전쟁 비극, 그리고 현재까지 전쟁을 종식하지 못하고 남북한이 극한의 체제대결을 이어가는 아픔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렇듯 안타까운 해양 경시의 역사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해양을 국가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사의 대전환점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나라로부터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자 국제사회에 도움을 주는 세계가 공식 인정한 선진국으로 탈바꿈하였다. 특히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에서 국토 면적이 170배 이상 큰 강대국 러시아를 추월하였다.

그렇지만 북쪽의 북한은 1960년 당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남한의 1.5배로 우위를 보였으나, 기존의 해양을 활용하지 않는 국가정책을 지속한 결과 2019년 GNI 기준으로 남한 대비 54.4배의 열세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듯 대조적인 남북한의 국가발전은 한반도에 있어 해양이 국가 생존과 번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의 사례는 해양을 통해 국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해양력은 ‘국가와 국민을 위대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다’라고 하는 미국의 해양 전략가 마한의 말을 입증해 주고 있다. 사실 한반도는 마한이 제시한 해양 강국의 조건을 기준으로 해양을 경시하는 국민성과 정부의 성격을 제외하면 해양 활동에 유리한 물리적 조건, 영국 대비 유사한 영토, 그리고 한국인의 뛰어난 해양 경영 능력과 자질 등 해양 강국으로서 자격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한반도는 과거 역사에서 국가지도부의 해양 경시 사상과 해양을 배척하는 민족 문화의 영향으로 해양을 통한 국가발전이 가로막히고 해양이 제공하는 놀라운 혜택을 구가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분단으로 자원이 빈약하고 대륙진출이 차단된 고립무원의 악조건 속에서도 마침내 한미동맹과 해양 입국의 국가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유사(有史) 이래 가장 부유하고 부강한 선진해양 강국으로 탈바꿈하였다. 더불어 대한민국 국민은 국제사회에서 뛰어난 해양 자질과 탁월함을 발휘하고 우수한 민족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며 홍익인간에 기초한 평화애호의 위대한 민족으로 인정받으며 국제무대에 우뚝 서게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21세기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맞아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세계 일류 선진 강국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의 안보 환경은 국제정세의 급변과 함께 기존의 대륙 중심 지역 대결 구도가 해양 중심으로 바뀌며 세력 변동의 물결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특별히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로 주변 세계 최강대국들의 첨단 해군력 군비증강은 예사롭지 않다. 혹자는 이를 두고 구한말과 유사하거나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말한다.

이와 연관하여 중국은 지난 1세기 치욕적인 역사의 수모를 해군력 부재로 평가하고 항공모함을 비롯한 첨단 해군력 건설과 함께 해양을 통한 국가발전으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국가로 탈바꿈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여 일본은 전통적인 해양 강국으로서 면모를 유지하며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현재는 다수의 경항공모함 운용을 준비하고 있으나 상황이 변하면 즉각 중국에 견줄 강력한 해군력을 건설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해양 위협에 대응하여 대한민국 해군은 지정학적 운명에 기인하여 반복되어온 지역 세력 변동의 피해자로서 한국인의 아픔을 더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익 수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최소한의 수단으로서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평가된다. 이는 지금까지 국가 안보 정책이 북방의 강력한 대륙 세력에 대항하여 지상전력 중심의 군 발전과 해양 안보를 한미동맹에 기초한 미 해군 증원전력에 크게 의존하였기에 대한민국 해군은 한반도 주변의 급증하는 해양 위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해군력을 건설할 수 없어서 그 필요성과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된다.

이러한 대한민국 해군의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을 나는 역사적 측면에서 ‘지난 굴곡진 한반도 해양 역사의 청산이요, 대한민국이 21세기 국제사회에 선진해양 강국으로 부상을 알리는 신호탄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이 높아진 국가 위상에 부합하도록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와 지역의 안정에 이바지하겠다는 강력하고 당당한 자주독립 국가로서 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은 있으나 한국인이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후예로서 400여 년이 지난 2021년에 이르러 해양 강국 대한민국 해군의 기함으로 ‘경항공모함’을 ‘21세기 거북선’으로 재탄생시키는 역사적 과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여! 우리의 영원한 생존과 번영의 터전인 바다에 국가의 상징이자 자랑인 ‘경항공모함’을 띄워 희망찬 미래로 힘차게 항진해 나갑시다!

조영주 박사는 대한민국 해군 예비역 준장이자 현재 충남대학교 초빙교수다. 영국 킹스톤 어펀 헐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한민국 해군 근무 당시 최영함 함장으로 아덴만 여명작전 현장지휘관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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