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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45호

남중국해에서 중국잠수함의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 미행 사건에 대한 고찰

前 손원일함 인수함장
(예비역 해군대령)

최일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이 2021년 7월 6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으로 순항훈련에 나선 가운데, 남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향할 때 중국의 핵 잠수함들이 미행하다 영국 측에 피탐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출처는 8월 9일 영국 신문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인데, 이 소식을 접하고 8월 10일 중국 매체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국가간 자존심 대결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매체들도 중국잠수함이 굴욕을 당했다는 논조로 발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중국이나 영국 국방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유일하게 영국신문 데일리 익스프레스에서 몇 명의 해군 관계자의 의견을 인용했을 뿐이다. 이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사 내용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머리기사는 “중국 핵공격 잠수함이 태평양으로 진입하는 영국 신형 항모를 미행했다”이다. 그 내용을 보면 영국은 중국 잠수함들의 미행을 예상했고, 영국 수상함은 중국 상급(093급) 잠수함 두 척을 접촉·유지했고, 영국 잠수함도 1척을 접촉·유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의 핵심은 영국의 항모전투단이 중국 잠수함 3척을 접촉·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잠수함에 의해 이미 미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과 중국의 해양력 팽창과 잠수함 전력 증강에 대한 우려였다.

이 기사에선 중국 잠수함에 의한 의문의 미행이 얼마 동안 지속되었고 영국의 항모전투단이 중국의 잠수함을 얼마의 거리에서 접촉했고, 그리고 그 잠수함이 중국의 093급이라고 판단한 결정적 증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중국 잠수함을 탐지한 전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있다. 093급은 중국최초의 핵추진공격잠수함인 091급(한급) 후속으로 나온 7,000톤급 현용 최신예 핵공격잠수함이다.

이 상황을 기반으로 국내 매체들이 발표한 내용들은 주로 중국잠수함들이 서툴게 영국 항모를 미행하다 들켜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정말 중국잠수함들이 서툴게 행동했고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것일까? 필자의 판단은 그렇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겠다. 잠수함의 생명은 은밀성이기에 상대방에게 노출되면 안 된다. 이번 경우도 그 잣대를 대고 본다면 중국 잠수함들의 명백한 패배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잠수함이 타국의 영해나 관할해역에서 은밀작전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국제법상 공해이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관할해역에서 일어난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은 2016년 7월 남중국해 중재판정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판정결과를 부정하면서 남중국해에 대한 관할권 주장과 영유권 강화정책을 지속 추진하는 등 남중국해를 지키는 것을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평시 잠수함은 자국의 영해는 물론 그 이원의 공해에서도 자유통항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수중 항해를 할 수도 있고 수상항해를 할 수도 있다. 물론 항해안전에 관한 국제법규는 지켜야 한다. 금번 중국 잠수함은 수중항해 중에 영국의 항모전투단에 발각되었다. 물론 미행 중에 탐지되었다. 하지만 미행 중 영국의 항모전투단에 적대적 행위나 또는 그런 의도를 보였다면 영국의 항모전투단은 자위권 차원의 대응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양국 세력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을 보아 중국 잠수함이 어뢰나 유도탄 발사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항로 방해를 위한 충돌위협 등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평시 잠수함이 상대 함정을 미행하는 것은 상대의 자위권 차원의 대응공격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적대적 행위로 인해 공식 적성을 선포한 경우라면 몰라도 미행 그 자체만으론 심지어 강제부상까지도 실시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법적 의견이다. 금번의 경우에도 영국이 실제로 중국의 잠수함을 접촉한 후 가상공격이나 부상조치, 그리고 증거확보를 위한 사진촬영 등을 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이 관할해역에서 언젠가 발생할지도 모를 미국 항모전단과의 일전을 대비해야 하는 중국입장에선 제 발로 들어온 영국 항모전단을 그냥 보내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모전단을 은밀히 추적하고 가상공격을 함으로써 항모공격전술과 신형잠수함들의 성능을 시험해 볼 기회로 삼아보려 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영국 발표에 의하면 중국잠수함 세 척만을 접촉했다고는 하지만 최신형인 093형은 총 6척이기 때문에 표준적인 대비태세를 고려할 때 최소한 4척 이상은 참가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리고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은 작전에 참가한 잠수함들이 어떻게 기동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수중에서의 탐지와 피탐지의 확률은 비례한다. 탐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피탐지의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이다. 중국잠수함들은 영국 항모를 원거리 회피함으로써 피탐지의 가능성을 제거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즉, 중국해군은 금번 상당히 공세적으로 잠수함을 운용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여러 척 잠수함들이 동시 다발로 하나의 목표물을 상대하는 것은 통상 항모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전술이다.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중국은 미국이나 영국 잠수함들에 비해 냉전기간 동안 축적한 전투경험이 없다”고도 했는데 이 약점을 아는 중국의 입장에서 자신의 관할해역에서 공격당하지 않으면서 가상전투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이번 미행 결과로 무엇을 얻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큰 성과물을 얻었을 수도 있고 기대 이하의 결과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은밀 접근을 시도했는데 접근할 때마다 피접촉이 되었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게 피접촉이 되었다 할 지라도 이것이 과연 중국의 굴욕이라 할 수 있을까? 중국은 장차 일어날 실전에 대비해서 좋은 경험자료를 축적했을 것이다. 또 일부 성능개량의 필요성을 찾아서 적용할 것이다. 필자의 판단은 중국이 좋은 연습상대를 만나 피접촉을 감수하면서까지 경험자료를 축적했기에 그들을 우습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신문과 우리나라 매체들의 시각차이를 한 번 볼 필요가 있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사건을 보도한 영국의 신문은 “중국잠수함이 영국항모를 미행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 매체는 “중국이 미행하다 들켰다”고 하고 있다. 평시이기 때문에 설령 미행하다 발각되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잃은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았다면 중국의 입장에선 해볼 만한 미행이었을 것이다. 금번 중국 잠수함의 미행작전이 평소 훈련이나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일 박사(Lgai2000@hanmail.net)는 해군사관학교·독일해군지휘참모대·경남대학교 정치학박사를 수료하고 손원일함 인수함장·제95잠수함전대장·해군본부 장보고-3 협력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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