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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74호

우크라이나 흑해 봉쇄와 한반도 해양안보

해군 미래혁신연구단
소 령

이진성

현재, 흑해

3월 13일, 영국 국방성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해군이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을 봉쇄하여 우크라이나를 국제 해상 무역에서 고립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역 표적에 대한 유도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아조프해(Sea of Azov)에 한 차례 상륙작전을 수행하였으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이 같은 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틀 후 3월 15일, 우크라이나 연안에 3개 제대의 러시아 상륙기동부대가 상륙하는 장면이 관측되었다.

러시아의 침공 하루 전 2월 23일, 우크라이나는 터키 정부에 자국을 향한 러시아군의 침공 또는 움직임이 시작하면, 흑해로 향하는 두 해협을 봉쇄할 것을 요청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남쪽 접경에 있는 면적 약 41만 3,000㎢ (한반도의 약 1.9배)의 내해로,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해 지중해로 연결된다. 즉, 이 두 해협은 양국을 포함한 흑해 연안국의 주요 해상교통로이자, 유사시 해상 증원 및 지원 함선의 유일한 길목이다.

침공 3일차, 요청 3일 후인 2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러시아 군함의 흑해 통과 금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상당한 군사·인도적 지원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틀 뒤 28일, 에르도안 대통령도 러시아의 침공을 수용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몽트뢰 협약의 외국 군함에 대한 흑해 진입 통제권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몽트뢰 협약은 1936년 스위스 몽트뢰에서 영국·프랑스·소련·터키·그리스·불가리아·루마니아·유고·일본 9개국이 모여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 통항에 관하여 맺은 협약으로, 이 해협을 관리하는 권한은 터키에 부여하되 이 해협들에서의 무장을 억제하고 평화적인 이용을 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협약에 따르면 터키는 전시에 군함이 이들 해협을 통과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림반도 세마스토폴에 기지를 두고 있는 러시아 해군의 흑해함대는 우크라이나 해군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이미 훈련을 명목으로 6척의 상륙함과 1척의 잠수함을 포함한 다른 함대 전력까지 흑해로 증강한 마당에, 해협 봉쇄는 오히려 나토와 미군의 개입을 막아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지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도 해상 무역 그리고 증원과 지원이 차단되어 전쟁지속능력이 고갈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 황해

러시아가 ‘강한 러시아’를 외치며 유럽과 중동, 지중해와 대서양 그리고 북극해에서 세력을 키우는 사이,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國夢)’을 외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인도·태평양에서 세력을 키워왔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거부(A2/AD)하는 한편, 도련선을 벗어나 일대일로를 누비며 동방서공(東防西攻)하고 있다.

도련선은 1951년 존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이 공산권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과 소련을 둘러싼 섬을 이어 그은 선으로, 제1도련선은 일본-오키나와 열도-대만-필리핀-보르네오-베트남, 제2도련선은 일본-북마리아나 제도-괌-미크로네시아-팔라우를 이은 선이다. 1982년 류화칭 중국 해군사령원이 이를 응용해 수립한 근해방어 전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대륙 동쪽, 대한민국은 도련선 안 한반도에 있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주변 4강과 해상교통로를 공유하고 있으며, 해상 무역은 물론, 유사시 동맹·우방국과의 상호 증원과 지원을 위해서 주변국의 관할해역과 해협 또는 군도수역을 지나지 않을 수 없다. 공해와 국제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명시되어 있지만, 국제법은 멀고, 자국 이익은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유사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명목으로 서로의 바닷길을 차단하거나 바다를 봉쇄할지 모른다.

만약, 중국과 대만의 무력분쟁이 발생하면, 중국 해군은 닝보(寧波)의 동부전구 해군을 주도로 작전을 수행하고, 칭다오(青岛)의 북부전구 해군과 잔장(湛江)의 남부전구 해군 전력이 지원할 것이다. 이때 대만과 이를 지지하는 행위자는 한국에 참전과 지원, 특히 중국 북부전구 해군 전력의 증원을 차단하길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은 국가이익 수호와 세계평화 기여를 위한 결심과 행동을 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바닷길이 차단되거나 바다가 봉쇄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북한과의 전쟁에서 남해에 있는 전력을 서해 또는 동해로 기동할 때, 중국 해군이 서남해역과 제주해협을 차단하거나, 독도 인근에서 일본과 분쟁이 있을 때, 일본 해상자위대가 대한해협을 차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상 무역과 함선의 통항은 물론, 동맹·우방국의 증원과 지원도 쉽게 끊길 것이다.

대만과 한반도에서 무력분쟁이나 전쟁이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쟁이 발생해도 우리나라가 타국을 상대로 차단이나 봉쇄를 하거나, 타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차단이나 봉쇄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능력을 갖추었을 때 오히려 피할 수 있는 선택이다. 주변국에 의한 해상 봉쇄·차단을 방지하고, 주변국에 대한 해상 봉쇄·차단을 시행하는 것에 관한 결정은 외교의 몫이지만, 그 능력을 갖추고 발휘하여 해상교통로를 보장하는 것은 해군의 몫이다.

도련선 안과 , 대한민국 해군

해군은 도련선 밖을 보아야 한다. 수중·해상·공중 그리고 우주 감시자산으로 광해역 입체감시체계를 구축하여, 도련선 안팎 해양정보를 장악하고, 우리 바닷길의 위협을 직접 바라보아야 한다. 주변국은 바닷속부터 우주까지 펼친 감시자산으로 우리 관할해역을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는 보이는 위협에 매여 보이지 않는 위협을 소홀히 한다면, 수평선 너머 보이지 않던 위협을 곧 보게 될 것이다.

해군은 도련선 밖을 가야 한다. ‘가지 않은 길’은 지킬 수 없다. 해군은 둥근 지구를 누비며 공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일본 열도와 대만 해역을 넘어 항해나 비행을 하는 해군 함정·항공기 그리고 승조원과 승무원은 적은 수에 불과하다. 해상 차단과 봉쇄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 길은 줄곧 다녀야 한다. 순항훈련과 연합훈련이 아니더라도, 해양이익이 있는 곳에 해군이 있는 것이 곧 현행작전이다.

해군은 도련선 밖에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지상기반 합동전력과 합동지휘체계는 연안과 근해에서 해군작전을 든든하게 지원하지만, 그 눈과 손 그리고 머리가 닿지 않는 먼바다에서 무력분쟁이 발생한다면 해군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도련선 밖은 원해에서 해상기반 감시·정찰부터 타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중·해상·공중 전력으로 구성한 기동부대의 주전장이다.

해군력이 약한 나라에 자유롭고 열린 바다, 안전과 번영의 바다는 없다. 지난날 중국을 가두었던 도련선에 우리가 갇히기 전에 대양으로 나아가야 하며, 광해역 입체감시체계와 원해 해양안보작전 그리고 기동부대가 그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지금 우리가 동해, 서해, 남해라 부르는 바다가 니혼카이(日本海, 일본어), 황하이와 보하이 그리고 둥하이(黃海, 渤海, 東海, 중국어)라 불리고 말 것이다.

이진성 소령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 신호정보처리 석사학위와 미국 합동참모대학 합동작전과정을 마쳤으며 경남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에 있다. 현재는 해군 미래혁신연구단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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