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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86호

대서양 세력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여 (II) 위기인가 기회인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조은정

도입  

앞서 대서양 세력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여 이유를 정치, 경제, 지정학적 측면에서 논의하였으며 이들의 관여가 보다 구조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즉, 1) 역외에서는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디커플링’이 가속화되고 2) 역내에서는 오랜 기간 외세침탈로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뿌리내린 ‘주권 불완전성’ 인식 그리고 이 같은 안보 결핍을 극복하기 위한 군비 경쟁이 고질적인 안보딜레마로 발전되는 일련의 구조적 악순환에 주목하였다. 이번 논의에서는 우리가 취할 정책적 태도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오늘날 대서양 세력의 인도·태평양으로 회귀는 한국에 위협인가, 기회인가?  

위기론  

먼저 영국, 프랑스 등 전통적 군사 강국들의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관여 확대는 역내 불안정성을 심화하고 군비경쟁을 가속화시켜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쿼드 4개국(NPT상 공식적 핵국인 미국과 사실상 핵국인 인도, AUKUS로 원자력추진잠수함 보유 예정인 호주, NPT 준핵국인 일본)에 영국, 프랑스까지 가세하면서 P5의 핵 화력이 올해 급격히 인도·태평양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과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 중인 것은 비밀이 아니다. 물론 인도·태평양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군사적 관여가 한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서방 국가들의 합동훈련이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서 불필요한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어 궁극적으로 한국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장 북한이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면 한국도 반사적이라고는 하지만 군사적 대응 수준을 높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의 일탈에 대한 경계와 함께 안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도 병행이 필요하다. 실제로 북한은 서방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조선정부성명(2015.6.15.)을 통해 “남조선당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배전략 실현의 돌격대가 되어 겨레의 생명과 안전을 침략자들의 전쟁 도박판에 내맡기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고한 바 있다. 2021년 3월 24일 미국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당시 지명자)이 “제재만으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므로 미국이 유리한 위치에서 북한에 관여할 수 있도록 인도·태평양에서 강력한 군사태세가 필수적”이라 발언하여 북한의 우려를 사실상 확인해주었다. 이처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직접 인도·태평양 전략의 목적으로 북한 압박 도구 가능성을 언급한 바, 더더욱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 않기 위한 정교한 외교적 노력이 시급해졌다.

기회론  

그렇다면 협력의 가능성은 없는가? 기회론자들은 북미간 불필요한 군비경쟁과 안보 불안정성을 낮추기 위해 중국, 북한, 러시아, 미국, 일본을 포함하여 지역 수준에서 군비 축소를 위한 협력 모색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한, 쿼드 국가들과 유럽국가들의 해양 전력이 근해에 집중됨으로써 북한이 불필요하게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한국이 적극적으로 소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력을 과시 중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8개국과 군사 부문에서 고위급 및 실무급 회의를 정례화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역내 정치·경제·안보 부문 등에서 지역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안보 불안정성과 내부정치적 불안정성을 낮추려는 노력을 동시에 기울이는 것이 우발적 공격 가능성을 낮추는 길이라 보인다.   한국과 대서양 세력간 협력의 가능성은 비군사적 부문에서 높게 점쳐진다. 이번 세기 인도·태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략 게임이 지난 세기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단순히 군사·경제적 완력의 수준을 벗어나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구화에 따라 인간의 물리적 생활공간이 오지와 극지로 확장되면서 기후변화와 신종감염병 등 새로운 위협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보화로 인하여 인간의 생활영역이 가상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사이버공격이 증대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의 상호의존성 강화로 인한 에너지와 자원 위기도 강화되고 있다. 오늘날 인도·태평양에는 ‘힘의 공백’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협과 새롭게 형성된 공간을 규율하기 위한 ‘규범의 공백’ 역시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세기와 마찬가지로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대중견제를 위한 열강 협조체제가 미국과 유럽 간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협조체제는 공유된 규범을 기반으로 한 명분 쌓기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유럽-쿼드 국가들간 협조체제는 상대적으로 ‘규범의 공백’ 지대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 자유의 원칙’, ‘탈탄소,’ ‘성평등,’ ‘모성과 아동권의 보호’, ‘다양성의 존중’ 등과 같은 규범을 전파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역 질서 구축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발현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세기 (물리적 침략전쟁이 아니라) 만국공법의 출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민주주의 재건 등 가치 외교를 통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우월적 지위 확보를 굳히려는 노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다른 중견국들과 주류 규범을 발 빠르게 수용하는 한편, 지역 특성에 맞도록 보완하고 필요시에는 역전파(逆傳播)할 수 있을 만큼 규범을 지역화하고 그 영향력을 역외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망 및 제언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양한 역내외 플레이어들이 인도·태평양에서 벌이는 다차원 전략 경쟁으로 정작 역내 세력인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이 축소될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이 스스로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서두르지 않으면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위험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의 축소는 한국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 추진에 심각한 도전 요인으로, 그리고 두 정책 간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비관적 전망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유럽과 상호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중견국 외교’ 강화를 통한 소다자 및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필요하다. 2021년과 2022년 G7과 NATO 정상회의, EU-US 정상회의에서 보듯이 유럽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책을 모색 중이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독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는 유럽과 전략적 연대를 시도한다면 ‘반중연대의 착시효과’를 통해 한국의 외교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국가로 떠오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소위 ‘미래전략 산업군’에서 유럽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누리고 있는 ‘불안하고 미묘한 균형’을 연장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은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 University of Warwick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래 지속 가능한 안보의 가능성을 지역통합과 비판적 지정학 등 새로운 이론적 시도를 통해 모색 중이다. 2022년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과2022년도 한국정치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E. J. R. Cho is Research Fellow at the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Strategy (INSS), Seoul. Cho is a scholar who attempts to critically engage with the mainstream discussion of International Relations and published many scholarly articles and policy papers including ‘Non-Proliferation Efforts at Risk: A Study of North Korea’s Network for Nuclear and Missile Cooperation’(National Strategy, 2014), ‘Nation Branding for Survival in North Korea: The Arirang Festival and Nuclear Weapons Tests’ (Geopolitics, 2017), and ‘Epistemological Turn in North Korean Studies: Critical Analysis of North Korean Threat Theory’ (North Korea and International Relations, 2018). Currently, Cho is working on the issue of geopolitical implications of European countries’ Indo-Pacific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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