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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85호

대서양 세력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여 (I) 지정학적 분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조은정

문제 제기

미중 패권 경쟁에 역내 국가들뿐만 아니라 유럽 등 역외 국가들까지 가세함으로써 인도·태평양 공간에서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내 국가인 한국의 전략 공간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역내 국가도 아닌 대서양 세력인 서유럽 국가들까지 지금 인도·태평양에서 전략적 관여를 확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경제적 필요성

첫째, 경제적 요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유럽연합은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을 경제, 안보적으로 미래 핵심 이익 공간으로 상정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21세기의 ‘엘도라도’, 즉 기회의 땅으로 본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낮은 디지털 문맹률, 풍부한 고숙련의 젊은 노동력, 아세안 신흥국들의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노력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혁신에 대한 의지가 높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국, 대만, 한국 등 인도·태평양 중진국들은 유럽과 북미 경제가 코로나19로 성장을 멈춘 사이에도 제조업 주도의 빠른 경제회복력을 보여주며 세계 경제를 지탱한 바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한 방안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도·태평양 지역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인적, 물적 인프라와 제도가 잘 구축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국제환경 변화에 따른 정치적 필요성이다. 테러리즘의 확산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전략무기의 최첨단화 등으로 인한 안보 환경의 변화, 셰일가스 개발과 탈탄소 정책에 따른 국제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 그리고 코로나19의 세계적 대확산과 재난재해, 난민, 인구절벽과 같은 위협의 복합화 등이 영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유럽 너머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영국은 브렉시트 이전부터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원칙을 정착시키고 이를 위협하는 중국에 대응하여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관여를 확대해 왔다. 유럽의 군사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의 대중견제 작전에 동참하는 것은 자국의 위상 제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영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대내적으로 ‘강대국’이라 자부하는 스스로의 인식과 대외적으로 ‘중견국’으로 취급되는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독립적 목소리(independent voice)”의 한 방편으로 인식하고 있다.

구조적 동인 1: 유럽과 미국의 디커플링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는 ‘구조적 동인’을 들 수 있다. 유럽 지정학 전문가 데이비드 크리크만스(David Criekemans)는 네덜란드 국제정치 싱크탱크 클링헨달(Clingendael) 기고문(2021.9.1.)에서 인구가 고령화되고 감소하는 추세로 미루어 유럽이 인구통계학적으로 향후 유라시아 대륙의 반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였다.[ii] 호세프 보렐(Josep Borrell) 유럽연합의 고위 대표이자 부집행위원장은 2021년 9월 16일 EU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에 앞서 “세계의 중심은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유럽공동체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동 전략 수립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바 있다.[iii] 이는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처한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실존적 불안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디커플링 가능성은 대중 정책과 그린·디지털 정책, 그리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회피하는 데에서도 관찰된다. 실제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유럽에서는 NATO 동맹회의론이 확산되는 한편, 유럽-미국의 탈동조화 현상 심화를 전망하는 근거로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를 들고 있다. 2차대전 이래 미국 국제정치의 주 무대는 유럽과 중동이었고, 그 군사적 활동의 근간은 NATO 동맹이었으며, 그 대서양 동맹의 중심에는 누가 뭐래도 영국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도·태평양으로 미국이 주 무대를 이동하면서 대서양 세력인 영국과 NATO의 전략적 가치가 의심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NATO 유럽 동맹국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의 귀환’과 ‘동맹의 강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2021년 여름 아프가니스탄 철군 후 탈레반 정권과 공조 여부, 인도적 지원 여부,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문제 등에 있어 이견이 확대되고 있다.[iv] 이 같은 유럽인들의 “방기”에 대한 우려는 올 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사실로 굳어졌다.

해양 전략에 있어서도 미국과 유럽은 2차 대전 후 ‘대서양 세력’으로 공산주의와 테러에 맞서 오랫동안 이익구조를 동조화해왔으나, 이제 미국과 유럽은 자신을 앞다투어 ‘태평양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협력보다는 경쟁 혹은 갈등 구도에 진입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란, 러시아, 중국 등 소위 수정주의 세력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입장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 것도 미국-유럽 동맹의 디커플링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주요 요인이다. 미국은 이들 국가들이 미국의 패권 질서에 도전하는 불량 국가들로 응징이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유럽에 이란과 러시아는 분명히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공존을 모색해야만 하는 국가들로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를 원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유럽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교역 관계 면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므로 유럽은 남중국해 등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하면서도 별도로 중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v] 즉, 유럽국가들은 인도·태평양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럽의 지정학적 의미가 축소되어 세계 무대에서 역할의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국가들이 한국, 대만, 일본 등과 독자적으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구조적 동인 2: 인도·태평양의 ‘안보 공백’

유럽 대서양 세력의 최근 급격한 인도·태평양 진출을 분석할 때 이들의 동기와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도·태평양의 안보 환경도 중요한 유인 요인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세기는 물론 지금도 인도·태평양 공간은 여전히 역외세력의 침투를 허용하는 안전망이 부재한 ‘진공상태’라는 점에서 안보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그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도·태평양 역내 국가들은 대서양 역내 국가들과 달리 협력이 아니라 경쟁을 선택했고 이러한 선택이 스스로를 ‘안보딜레마’로 내모는 중요한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즉, 주권의 ‘불완전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무리한 군사주권과 영토주권 경쟁이 야기됨으로써 구성국 스스로 역내 안보 불안정성을 가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적 취약성은 지난 세기에 비해 절대 축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오늘날 인도·태평양에서 ‘안보 공백’이 유럽의 인도·태평양으로 재진출을 맞아 새삼스럽게 우려스러운 것은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성격 때문이다. 100여 년 전 영-러는 오늘날 미-중과 마찬가지로 패권 경쟁 구도에 놓여 있었으며, 그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세 곳이 지정학적 열점(熱點)으로 떠올랐다. 바로 오늘날에도 대표적인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크림반도(1853~6), 아프가니스탄(1839~1842/1870~1880), 한반도(러일전쟁: 1904~5)이다. 영-러 패권 경쟁 구도 하에서 러일전쟁은 국제적 수준에서는 일본에 의한 영러의 대리전으로 이해되나, 지역 수준에서는 결과적으로 일본의 패권 야망과 조선 침탈을 가속하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는 국제적 수준의 패권 경쟁 구도 하에서 조선의 외교·안보적 노력이나 판단이 개입될 여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전망 및 제언

다시 말해, 한반도는 인도·태평양 전략 공간에서 국제정치 행위자로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영국과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대서양 세력들에 의한 인도·태평양에서의 전략 경쟁은 처음이 아니다. 즉, 이들은 역외세력이지만 인도·태평양 공간에서 전략적 경험치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역내 국가들을 훨씬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인도·태평양에서 역내외 세력이 벌이고 있는 각축전의 정치, 경제, 안보적 긴박성이야말로 신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성공을 위한 위기이자 기회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가 처한 세계적, 지역적 차원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상기하고 인도·태평양 전략 공간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조은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 University of Warwick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래 지속 가능한 안보의 가능성을 지역통합과 비판적 지정학 등 새로운 이론적 시도를 통해 모색 중이다. 2022년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과2022년도 한국정치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E. J. R. Cho is Research Fellow at the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Strategy (INSS), Seoul. Cho is a scholar who attempts to critically engage with the mainstream discussion of International Relations and published many scholarly articles and policy papers including ‘Non-Proliferation Efforts at Risk: A Study of North Korea’s Network for Nuclear and Missile Cooperation’(National Strategy, 2014), ‘Nation Branding for Survival in North Korea: The Arirang Festival and Nuclear Weapons Tests’ (Geopolitics, 2017), and ‘Epistemological Turn in North Korean Studies: Critical Analysis of North Korean Threat Theory’ (North Korea and International Relations, 2018). Currently, Cho is working on the issue of geopolitical implications of European countries’ Indo-Pacific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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