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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92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잠수함의 역할

잠수함연구소장
예비역 해군대령

최일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이후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도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전장으로 우크라이나의 동부지역이 주목받고 있지만 양국 간 관심해역인 흑해를 보면 새로운 전쟁양상이 보인다. 흑해의 전장 환경과 양국의 해전 전략 그리고 잠수함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흑해는 러시아가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될 뿐 아니라,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전략적 완충지이기 때문에 러시아에게 매우 중요한 바다이다. 흑해는 예로부터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얼지 않는 바다였다. 군사적으로는 흑해에서의 해상통제권을 확보하여야 하며,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의 경제력을 남유럽 시장에 투사하는 데 통로로 활용하여야 한다.

지난 6개월 동안 러시아는 다방면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진격해오다 여의치 않자 현재는 지난 2014년 확보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려는데 집중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남동부 마리우폴은 3개월이 넘는 폭격 끝에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2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추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 수의 77%에 달하는데,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선상에 바로 이 마리우폴이 있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연안을 점령한다는 의미는 흑해에서의 제해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와 일맥을 같이한다.

흑해에 있는 양국 해군 전력을 살펴보면, 러시아 흑해함대는 디젤 잠수함 7척, 호위함 5척, 초계함 11척, 소해함 11척, 미사일 고속정 6척과 기타 함선들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해군은 PT보트 8척, 소해함 1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의 압도적인 전력의 우세로 지금까지 양국 해군 전력 간 직접적인 교전은 없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흑해에서의 해상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우세한 해군전력을 가지고 있고 남쪽 우크라이나 해안까지 차지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해군에게는 대미사일 방어 능력의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3월 초, 우크라이나는 OTR-21 Tochka 탄도미사일로 베르단스크(Berdyansk)에 있는 러시아 상륙함 Saratov함을 명중·침몰시켰다. 우크라이나는 또 수척의 러시아의 상륙정을 격침시켰다고 밝혔다. 4월 13일, 러시아 순양함이자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침몰되었다. 러시아는 자체 화재로 인한 폭발사고였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대함 넵튠 미사일 2발을 명중시켰다고 했다. 6월 20일, 우크라이나 미사일은 크림반도로부터 70Km 이격되어 있는 러시아의 석유시추선을 명중했다. 우크라이나는 그 석유시추선이 러시아 군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손실로 인해 러시아는 흑해에서 대 우크라이나 해군작전에서 일시적인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서 러시아는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회피가 가능하고 무장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러시아의 흑해함대는 총 7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잠수함들은 러시아가 보유한 고성능의 디젤잠수함 킬로급 중에서도 모두 성능개량 된 것들이다. 이중에 펌프젯 추진기가 장착되어 잡히지 않는 잠수함이라는 의미의 별명으로 ‘블랙홀’이라 불리는 킬로급 디젤잠수함 Alrosa함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잠수함들은 모두 Kalibr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주표적인 지휘통제 시설, 방공 기지, 수십 개의 공군기지, 흑해 항구 도시 오데사(Odesa)의 시설 및 기타 주요 목표물 타격에 적극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개발한 다목적 순항미사일인 Kalibr는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에서 발사가능하며 대함, 대잠, 대지 형이 있다. 모듈화 되어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조립될 수 있어 아음속 버전과 초음속 버전이 있으며, 500kg의 고폭탄 혹은 열핵탄두(수소폭탄)를 장착할 수 있다. 잠수함에서는 어뢰발사관을 통해 발사 가능하며 현재 러시아 킬로급, 라다급, 아무르급, 아쿨라급, 야센급, 보레이급 잠수함들이 운용하고 있다. 최대사거리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는데 약1400km에서 2500km로 알려져 있다. 이는 흑해에서 발사하면 우크라이나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는 거리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30발 이상의 Kalibr 미사일 공격을 가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개전 이후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순항미사일 공격은 지속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순항미사일 공격의 주체를 러시아 잠수함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미사일 공격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3월 16일에 파나마 국기를 계양한 선박 3척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는데 우크라이나 항만당국은 이는 러시아 잠수함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5월 15일, 흑해에서 발사된 Kalibr 미사일 네 발이 리비우 근처 야보리프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을 강타했는데 이 공격도 러시아 잠수함에 의한 공격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7월 14일,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빈니차(Vinnytsia)에서 흑해의 러시아 잠수함에 의한 순항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2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우크라이나는 발표하였다.

이렇듯 흑해함대에 있는 러시아 잠수함이 직접 참전에 추가하여, 흑해 밖에서도 간접적인 참전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바렌츠해의 보레이급 전략핵잠수함 함교탑에 하얀색 “Z” 문양을 그려놓은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 ”Z“ 문양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러시아군의 상징이다. 또 콜라반도 무르만스크 인근에 위치한 가드지예보(Gadzhiyevo) 해군기지에서 기존 잠수함을 그려놓은 벽화가 함교탑에 “Z”가 그려진 델타급 전략잠수함으로 덧칠되었다.

러시아의 이러한 보여주기는 무엇을 의미할까? 푸틴은 2022년 2월 27일에 “누구든지 러시아를 방해하려는 자는 역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나서서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며 핵 억지 담당 부대에 ‘특별 경계 태세‘에 돌입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푸틴은 전략핵잠수함(SSBN)을 통한 핵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현 국면에서 유도탄 발사주체로서의 잠수함의 가치는 미사일 공격을 당한 우크라이나가 공격주체를 러시아 잠수함으로 지목하고 있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국 선박이나 민간인 공격 등에 대한 비난에 대비해 잠수함은 공격자체를 은폐하는데 유리하다. 또 현대전에서 드러나는 주력 수상함의 제한된 역할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가 영국잠수함 공격에 의해 격침되었듯이 러시아 발틱함대 기함 모스크바함도 주요표적이 되어 우크라이나 미사일공격으로 침몰됨으로써 주력수상함 운용의 한계성이 노출되었다. 포클랜드 전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에서도 주력 수상함은 전력운용의 한계를 보여준 반면 잠수함은 실전에서 유용한 전력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예견해 보면, 러시아는 전략적 최대 이점이 되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선에 전력을 집중할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선을 끊고 흑해로 진출할 통로를 찾으려 할 것이다. 결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점령지를 지키고 흑해에서의 제해권을 장악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의 해군전력 중에서도 잠수함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의 유도탄발사 뿐 아니라 대함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해상을 봉쇄하고, 필요시에는 기뢰부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략핵잠수함으로 외곽에서 전략핵무기 발사 위협을 가하며 국면전환과 대외 압박용으로 사용할 것이다.

최일 박사(Lgai2000@hanmail.net)는 해군사관학교·독일해군지휘참모대·경남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손원일함 인수함장·제95잠수함전대장·해군본부 장보고-3 협력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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