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XN

정보검색

검색어를 입력하신 후 검색 버튼을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카테고리를 지정하시면 해당 카테고리 내의 정보만 검색 됩니다.

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02호

첨단산업 및 원자재 공급망의 세계적 재편과 대응방안 :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중심으로

김재범

(사)한미협회
부회장

김재범

미국의 친환경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등에 3,690억 달러를 투입하여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전기자동차 산업을 부양하기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안이 2022년 8월7일 상원, 8월12일 하원에서 각각 통과되어 8월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지원법이 7월말 상하 양원에서 입법되어 8월9일 발효되었다. 상무부는 반도체관련 기업들이 미국기술을 이용하는 제품 및 용역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규제조치를 10월7일 발표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오산업 진흥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가운데 IRA법안은 조 맨신(민주-웨스트버지니아) 및 키어스틴 시네마(민주-애리조나) 상원의원의 반대로 처리가 지연되다가 이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내용으로 상정었던 것이다. 지난해에도 3조5천억 달러 규모의 인적인프라 법안의 처리가 이 두 의원의 반대로 지연되었다. 또한 지난해 하원에서는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물적인프라 법안과 1조9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구제계획이 동시처리를 주장한 프라밀라 제야팔(민주-워싱턴) 등 급진성향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통과가 지연된 바 있다.

민주당의 몇몇 상원의원 주도로 비밀리에 신속히 추진된 IRA 법안초안이 7월27일 공개되자 주미대사관은 이를 본부에 즉시 보고한 후 심층 분석한 보고서를 8월7일 송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사전준비가 미흡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초기대응을 할 수 있는 황금시간을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업계에서는 IRA에 대한 사후약방문 격의 대책으로서, (1) 미국의 처사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2)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공조하여 미국을 설득, (3)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토록 바이든 행정부와 교섭, (4) 상하원으로 하여금 수정입법토록 로비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어 그 일부는 실행에 옮겨졌다.

그러나 WTO제소는 (1) 판결 시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고, (2) 승소하더라도 실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3) 한미관계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유익한 방안이 되지 못하다. 우방국과의 공조 역시 경쟁관계에 있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형국에서 누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될 것인가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협조해주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수정입법 역시 2023년 1월 제118회기 미국의회 개원 이전에 취할 수 있는 잠정조치(stop-gap measures)를 찾기 어렵다.

IRA는 북미산 전기자동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과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보다 더 우대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국산 전기차의 9월 미국 내 판매대수가 현대차는 전월대비 14%, 기아는 22%가 각각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기업들에게는 그동안 달러 환율이 급상승함으로써 투자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민주-조지아)은 현대차가 생산하는 전기차도 IRA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9월29일 발의했다. 9월29일 방한한 캐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윤석렬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IRA 시행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4일 윤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IRA시행에 따른 우리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IRS)는 IRA 세제혜택에 관한 세부규정 마련을 위한 이해당사자 의견을 11월4일까지 접수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 IRA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10월19일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이 개정 또는 폐기를 요구하는 조항은 기후변화 정책 및 국세청 등 정부예산 증액 등에 관한 것이다. 북미산 전기차에 대한 특혜를 유예하자는 개정안은 상하원 모두 조지아, 앨라배마 등 현대차나 기아 공장 소재 지역구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을 뿐 당 지도부에서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상무부는 미국의 첨단기술이나 장비로 제조한 반도체 및 부품을 중국의 생산기업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10월7일 내렸다. 그러나 다행히 10월11일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우리나라 및 대만 기업에 대해서는 이런 조치를 유예한다고 통보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battery) 핵심원료를 채굴, 가공 또는 생산하는 12개주 20개 기업에 28억 달러를 지원할 것임을 10월19일 발표했다.

한미양국의 민간에서도 IRA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FKI)와 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10월20일 서울에서 한미재계회의 제34차 총회를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하고, 안보 목적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 및 IRA 등 한미 간 교류를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IRA의 세부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기회요인(득)이 위험요인(실)을 압도함을 알 수 있다. 우리기업이 청정 제조시설 세액공제로 받게 될 혜택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중국 이차전지 생산업체 CATL의 제품, 그 부품 및 원료(광물) 등이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우리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IRA로 인해 입고 있는 반사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보다 IRA에 잠재된 가능성을 최대한 발굴하고 활용하여 미래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현대차는 조지아 전기차공장 기공식을 10월25일 서둘러 거행했으나 실제로 공사는 2023년 상반기, 생산은 2025년 상반기에 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내 공장에서 전기차를 출고할 때까지 앞으로 2년여 동안 받지 못할 IRA보조금은 2조원대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받을 수 있는 IRA세제혜택은 조지아에 건설될 공장 한곳만 해도 최대 2조3,500억 원 규모가 되고 이와는 별도로 조지아 주정부로부터도 2조4천억원 정도의 세액공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 기아 공장도 전기차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므로 받게 될 혜택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IRA에는 향후 10년간 총4,300억 달러가 투입되는데, 이의 86%인 3,910억 달러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안보, 청정 산업인프라 확충을 위해 지출될 예정이다. 대규모의 지원책은 우리기업이 태양광, 풍력, 수소, 원자력,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야 대미진출 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될 것이다. IRA는 2023년 1월1일부터 미국에 태양광설비를 설치하면 최대 30% 세액공제를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 태양광기업 OCI는 텍사스 태양광모듈 생산 공장에 4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10년간 최대 5억6천만 달러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약4조원을 투자해 연산 12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할 공장을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11월22일 테네시주와 체결했다. 한화큐셀도 조지아 공장에 1억7,1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삼성물산도 미국 각지에 약13GW 규모의 태양광 및 ESS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한편 유럽연합(EU)은 공급망 다변화와 역내생산 증진, 모니터링 및 위험관리 역량강화, 재활용 촉진, 연구혁신(R&I) 역량강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자재법(RMA)을 도입할 예정이라면서, 2023년 1/4분기 중 초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9월14일 발표했다. 한편 EU 무역장관들은 10월31일 프라하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USTR)와 만나 IRA에 따른 기업피해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했다. 12월5일 워싱턴에서 개최예정인 제3차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에서 양측은 IRA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은 IRA협상에 성과가 없으면 유럽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IRA에 대한 늑장대응 논란으로 일대 홍역을 치른 우리정부는 업계 및 민간단체들과 함께 RMA에 대한 공동 모니터링, 의견수렴절차 참여 등 적극적인 선제대응에 나서고 있다. IRA와 RMA의 공통된 특징은 (1) 친환경대책이고, (2) 공급망 재편문제며, (3)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기업이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미국 및 유럽으로 대거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도 긴요한 과업은 최첨단기술의 초격차를 달성하고 유지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IRA는 전기차용 2차전지에 쓰이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광물과 음·양극재가 2023년부터 40% 이상, 2027년부터 80% 이상 미국 또는 FTA 체결국에서 생산되어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30년부터는 폐2차전지가 매년 10만개 이상 쏟아져 나올 예정인데 이는 중금속 및 전해액으로 구성돼 소각이나 매립이 금지된다. 따라서 거기서 원자재를 추출해 재활용하여 2차전지를 재생산한다면 핵심광물 산지규정에도 부합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이중효과를 거들 수 있다.

이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우리 국내에서 찾을 차례다. 우리나라 첨단기술의 수준과 발전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생명산업, 이차전지 및 반도체(BBC) 분야의 환경 친화적 국내입법 및 행정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가 2022년 8월에 발의했으나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하루속히 처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비는 내년 정부예산 30.7조원, 민간부문 69.3조원, 합계 약100조원으로 세계5위 수준이다. 기술패권 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탄소중립, 우주항공, 생명공학, 디지털전환,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분야 연구개발에 전략적 투자가 요구된다. 정부는 10월18일 소재, 부품, 장비 핵심기술을 100개에서 150개로 확대했다. 2020년 2월 세계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는 등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고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2030년까지 43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인증 및 지원 제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수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조성하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공업용수 공급문제로 대립해온 여주시가 최근 정부 및 여러 관계기관이 수차례 회의에서 도출된 협력안을 수용함으로써 갈등이 해결된 것은 하나의 성공사례가 되었다. 이에 더하여 우리기업의 대미투자가 증가하는 만큼 국내 일자리와 수출이 감소하지 않도록 투자유치 및 수출증대가 지속가능한 산업을 개척하고 육성하기 위해 긴밀한 민관협력이 요구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0월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한 12개 부처를 비롯해 모든 부처가 산업부라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지난 4월부터 8개월간 연속해서 무역적자를 기록함으로써 그 누계가 사상최고인 400억 달러에 이르자 윤대통령은 11월23일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그러나 그 두 회의에는 외교부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교섭본부가 2009년 외교통상부로부터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서 3개 경제관계 국(局)이 외교부에 잔류했다. 경제안보와 경제외교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이때, 외교부가 관장하는 정무, 경제, 공공외교, 재외국민영사의 4대 분야 가운데 경제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대일로에 있음에 비추어 경제부처로서 외교부의 적극적인 역할수행이 요구된다.

김재범 부회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국방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석사과정, 미국 아태안보연구소 고위관리과정,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외교관과정 수료 등을 수료했다. 현재는 (사)한미협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 KIMS Periscope는 매월 1일, 11일, 21일에 카카오톡 채널과 이메일로 발송됩니다.
  • KIMS Periscope는 안보, 외교 및 해양 분야의 현안 분석 및 전망을 제시합니다.
  • KIMS Periscope는 기획 원고로 발행되어 자유기고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해 해양안보의 현황과 쟁점, 전문적이고 시류의 변화를 반영하는 연구물을 발송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한 정보와 지식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 있는 분들은 가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카톡친구 버튼

친구추가 버튼

코드스캔 버튼

QR코드 스캔

채널 버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