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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05호

또다시 떠오르는 중국의 ‘세계적’ 불법조업 문제

이서항

전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이서항

지난해 12월 중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2대 원양수산회사(Pingtan Marine Enterprise 및 Dalian Ocean Fishing)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의 해상 불법조업과 선원 인권침해를 이유로 나스닥 주식시장에서의 상장금지(특히 Pingtan 회사)를 포함한 경제제재를 부과함에 따라 중국의 불법조업 문제는 다시 한번 국제정치 연구자들과 해양안보 전문가들의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불법조업 문제는 이미 지난해 10월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문서에서도 안보증진을 위한 과제의 하나로 언급된 바 있다.

흔히 IUU로 불리는 불법조업은 ▲ 연안국의 어업관련 법과 규칙을 위반하면서 조업하는 불법어획행위(illegal fishing), ▲ 관련 연안국 및 지역수산기구에 대한 비보고 및 허위보고어업(unreported fishing), 그리고 ▲ 무국적 어선 및 관련지역 수산기구 미등록어선에 의한 비규제어업(unregulated fishing)을 통칭하여 일컫는 국제적 불법행위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IUU는 지속가능어획을 제공하는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연안국 어민경제 침식 및 정상적 세계어업유통 교란 등의 해악 때문에 최근 유엔 및 각 국가에 의해 해적행위에 뒤이은 최대의 비전통적해양안보 위협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불법조업을 사이버안보위협 등과 같은 비중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신안보 의제(new security agenda)’로 간주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관련 국제기구 통계에 따르면, 불법조업은 매년 거의 1억 톤에 이르는 세계 총 어획고의 약 20%를 차지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30~40%까지 달해 일부 어족자원의 멸종은 시간문제로서 세계 식량안보의 토대가 되는 ‘지속가능어획’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영향 때문에 불법조업 문제는 국제사회의 중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데 문제는 불법조업이 어느 한 특정국가에 의해 거의 집중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중국인 것이다. FAO 통계에 의하면,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최대어획국(2021년 기준 전 세계 어획량의 약 19% 차지)으로 부상하면서 불법조업에 관한 한 명예스럽지 못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국제해양자원 관리단체(PARM: Poseidon Aquatic Resource Management)에 의해 세계 152개 국가 중 ‘최악의 반칙자(worst offender)’로 평가받은 바 있으며 최근 한 국제언론(Economist, 2022.12.8)은 중국을 ‘세계의 가장 탐욕적인(world’s most rapacious)’ 조업국가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불법조업 행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중국의 불법조업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약 3,000~17,000척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원양어업 선단을 보유하고, 세계 공해(公海)상 어획량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국 및 국제기구 등에 보고되는 중국의 불법조업은 남중국해를 넘어 서아프리카, 남태평양, 남미해역 등을 포함하며 심지어 세계적 해양생태계 보존구역(marine reserve)인 갈라파고스(Galapagos) 해역에서까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갈라파고스 해역을 포함한 에콰도르 연안 등 남미수역에서의 중국 불법조업은 멸종위기 어류와 오징어 등 특정어류에 집중되어 있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중국의 원양어업 전체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추구와 권리를 확대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미국 연안경비대 2020.9 IUU보고서 참조).

둘째, 중국의 불법조업은 어느 정도 중앙정부의 ‘관여 및 개입’ 하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중국어업에 있어 정부의 ‘관여와 개입’은 보조금 지급과 지휘(government subsidies & direction) 형태로 나타난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 국가 현대화의 기치아래 ‘해양강국’ 목표를 설정하고 어업을 국가의 정치・전략적 이해와 연계시켜 보조금 지급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식량안보 확보를 추구해옴으로써 세계적으로 중국 어선단이 불법조업과 연루되는 한 중국정부의 책임은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경제제재를 부과받은 Dalian 수산회사도 중국정부로부터 연간 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2015년 4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서아프리카 지역(Gulf of Guinea)에서의 심각한 불법조업 문제와 관련, 지역수산기구의 제소에 따라 불법조업 관여 어선의 소속국(즉, 旗國)에 의한 감독책임 및 손해배상을 명기한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판결한 바 있는데 이 지역의 대표적 불법조업국으로 간주되는 중국은 오히려 ITLOS의 관할권을 부정함으로써 불법조업을 비호하는 인식마저 심어준 바 있다.

셋째, 중국 불법조업은 비록 일부 해역에 한정된 것이지만 해군 및 해경과 연계된 준군사조직인 이른바 ‘해상민병(maritime militia)’이 동원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해상민병은 남중국해 등 분쟁수역에서의 어획증대 및 관할권 강화를 위해 운영되는 준군사조직체로서 중국 인민무력체계의 중요 구성요소가 되는 사실상 ‘제3의 해상 군병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해상민병의 추정 규모는 인원 수만 명・보유선박 3,000척 이상으로 최근 10여 년간 남중국해에서 집단적으로 필리핀 어선의 조업을 방해하거나(2012년 Scarborough 사주 인근), 미국 군함의 항해를 방해하는 등(2009년 Impeccable호 사건)의 활동에 동원된 바 있다. 미 국무성은 이러한 중국 해상민병의 활동을 해양관할권 확대 및 공고화에 활용하는 ‘어민의 무기화’ 또는 민간인을 앞세워 군사・안보 이익을 꾀하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의 본보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5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Quad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IPMDA)’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불법조업 행태를 중점 감시할 것을 제의한 것도 중국 해상민병에 의한 불법행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 같은 불법조업 행태의 지적에 대해 물론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불법조업 비난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혀온 바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중국의 불법조업은 해양 인접국인 우리나라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미 서해는 10여 년 전부터 연 평균 200~300척 이상의 중국 어선이 나타나 불법조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2011~2021년간 한국해경의 중국불법조업 선박나포건 수는 총 2,300건)가 나오고 있으며 2016년 10월에는 불법조업 단속을 하던 우리나라 해경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에 의해 침몰된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영국 Financial Times지는 이 사건을 불법조업과 관련된 중국 해상민병 활동의 전조(前兆)라고 진단한 바 있다. 또한 최근(2020년 상반기)에는 약 800척에 이르는 중국 저인망어선단이 북한 해역에 나타나 선박 위치 모니터링 장치도 작동시키지 않는 이른바 ‘암흑선단(dark fleets)’ 형태로 동해 오징어 자원량의 거의 70% 이상을 ‘싹쓸이’하고 사라졌다는 국제언론 보도도 있었다. 특히 중국 어선단이 북한에게 입어료(현금)를 내고 조업했을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해양의 지속가능어획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중국의 불법조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당사국의 단호한 조치와 국제적인 단합 및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 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들은 자국내 해역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에 대해 발포 및 격침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중국으로부터 만성적 불법조업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들은 중국이 관련 국제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책임어업국’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신안보 의제’의 차원에서 이 같은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Quad 정상회의를 통해 인도-태평양지역의 불법조업 감시 등을 위한 IPMDA프로그램을 시동시킨 만큼 우리나라도 적극 호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서항 박사(shlee51@kims.or.kr)는 서울대 정치학과 • 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국립외교원) 교수 • 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 • 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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