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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14호

부유식 해양도시 법제 마련 서둘러야 한다

김석균

한서대학교
교수

김석균

오늘날 해양이용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분야의 하나는 부유식(floating) 구조물을 이용한 해양공간의 창출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침수와 일부 도서국가는 수 십년 내에 수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 인구의 40퍼센트가 연안 100킬로미터 내에 거주하고 있고, 대도시의 90퍼센트가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해양도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인구 팽창에 따른 새로운 거주 공간을 창출하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해수면 매립 방식은 오랜 공사 기간, 막대한 비용, 수심제한(20미터 이내) 문제와 함께 해양환경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비해 부유식 구조물은 수심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고, 해양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비교적 단기간에 공항, 항만, 교량, 해양도시 등 ‘초대형 해상구조물’(Very Large Floating Structure, VLFS)을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토의 많은 부분이 저지대로 침수 위험을 겪고 있는 네덜란드나 심각한 도심 공간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싱가폴, 해안침수 위기를 겪는 섬나라 몰디브 등은 VLFS을 활용하여 부유식 주택단지나 해양도시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 수 십년 간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기술 개발을 선도적으로 해오고 있다. 1970년대 오사카의 간사이국제공항과 오키나와 해양박람회를 위한 해양도시(Aquapolis)를 VLFS를 활용해 건설하는 것을 계획했다. 부유식 간사이국제공항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계속된 연구와 개발은 1995년 도쿄만에 부유식 시험 활주로인 ‘The Mega-Float’를 건설하는 기반이 되었다.

공상으로 치부되던 해양도시는 기술이 축적되고 시급성이 커지면서 세계 여러 곳에서 계획되거나 실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UN-Habitat와 부산시는 부산항에 ‘OCEANIX Busan’의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항에 1만 800㎡ 크기의 모듈(Module)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12,000명의 거주자를 수용할 수 있는 총면적 6.3헥타르 규모의 부유식 해상신도시를 만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에는 태양열 패널과 온실을 갖춘 12개 정도의 생산기지 설치하여 해양도시의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은 연결고리 기능을 하는 구조물에 의해 육지와 연결된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의 공항터미널은 매립식, 활주로는 부유식으로 건설하는 병합방식으로 건설하는 계획이다.

해양도시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해양공간 이용·건설, 해양도시에 세워지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법적 성격·권리관계, 해양환경을 규율하는 법·제도적 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규나 관련된 국내법은 입법 당시 해양도시와 그 공간에 조성되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상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양도시는 인류 공동이용에 제공되는 해양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건설되는 만큼 육상과 달리 해양법(Law of the Sea)의 적용을 받게 되고 UNCLOS에서 정한 해양구역(maritime zones)에 따라 국제법적 지위와 이에 따라 법적 효과를 달리한다.

또한 해양도시의 국제법적 성격을 섬(island), 시설(installation), 구조물(structure), 인공섬(artificial island), 간출지(low-tide elevation) 또는 선박(ship 또는 vessel) 중 어느 것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연안국의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 기선 설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UNCLOS에서 이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SLFS를 활용한 해양도시의 성격 규정은 해양도시의 국제법적 성격을 논의하는 데서 본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해양도시 건설은 국내법적으로도 많은 법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1) 부체 기반의 하부구조와 그 위에 수립되는 시설·건축물의 일체 여부에 따른 문제, 2) 해양도시의 동산·부동산 여부에 따른 문제, 3) 해양도시에 관련된 법률 등을 들 수 있다. 국내법에서도 해양도시에 관한 법제가 미비한데, 국제법과 마찬가지로 해양도시의 출현과 이에 대한 입법 필요성을 상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양도시의 건축물이나 시설을 부동산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해양도시의 법적 성격과 그에 따른 권리·의무를 위한 가장 큰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상부구조에 조성되는 건축물이나 시설이 민법 등에서 정한 부동산 자격요건과 부합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민법은 부동산을 “토지 및 그 정착물”로 규정하고, 소유권,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저당권 등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부구조 위의 기반이 토지로 인정되어야 상부구조의 건축물이나 시설이 부동산이 될 수 있다. 부유식 구조물 자체가 부동산이나 상부구조의 기반이 토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해양도시의 건축물이나 시설은 부동산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권리행사에 심각한 제한이 따르게 된다. 네덜란드의 경우 대법원 판결에서 선상주택(houseboat)을 선박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해상주택 단지를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법제의 마련이 해양도시 건설 활성화를 위해서 입법적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건축법 개정으로 부유식 건축물을 “공유수면 위에 고정된 인공대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설치한 건축물”로 규정하고, 육상 건축물에 적용되는 요건에 대한 특례와 함께 인공대지를 토지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도시의 건축물을 법상 부유식 건축물로는 인정할 수 있다.

향후 SLFS를 활용한 해양공간이나 해양도시 건설은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의 참여를 촉진하고, 새로운 해양공간의 이용 방식을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부유식 시설 건설에 관한 새로운 입법이다. 가칭 「부유식 구조물을 활용한 해양시설 건설에 관한 법」과 같은 특별법 성격의 법률을 제정하여, 부유식 시설 건설을 위한 계획, 주무 기관 지정, 협의, 인허가, 세제, 행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특히 상·하부 구조에 대한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법적 쟁점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법제화는 해양도시 건설에 필요한 복잡한 행정절차를 체계화하고, 민간부문의 투자와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프로젝트별 특별법 제정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과 같이 프로젝트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부유식 구조물을 활용한 공항이나 해양도시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될 때마다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건설에 필요한 법·제도적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특성화된 입법으로 지원사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개별 프로젝트마다 특별법 제정이라는 정치적, 입법적 부담이 있다.

국내법도 해양구조물을 이용한 건축물이나 시설에 대해 입법적 공백으로 남이 있었다. 건축법에서 부유식 건축물에 대한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부유식 건축물이나 시설에 대한 권리행사를 명확히 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부유식 건축물에 대한 건설을 지원하고 권리행사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특별법적 성격의 법제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김석균 박사는 현재 한서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행정고시를 통해 법제처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하여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다. 해양법집행, 해양안전 및 보안, 해양분쟁, 코스트 가드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였다. 해적문제에 대한 전문성으로 ‘해적박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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