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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27호

무인무기의 현재: 한국 해군에 주는 함의

나지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안보센터 연구원

나지원

무인무기가 바꿔놓은 전쟁의 양상

2023년 8월 현재도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향후 국가 간의 전면적 군사분쟁이 과거의 전쟁과 얼마나 다른 양상으로 수행될지를 여러 측면에서 예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드론(drone)으로 통칭되는 무인항공기(UAV)의 활약은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세계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자랑하는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특별 보고서 우크라이나의 교훈(Lessons from Ukraine)에서 드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무기체계가 전장의 모습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꿔가고 있는지 상세히 기술하는 데에 한 장을 할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군이 운용하는 그레이 이글(MQ-1C)이나 리퍼(MQ-9)와 같은 대형 고고도 장기체공(HALE) 플랫폼보다도 글라이더 형태의 소형 드론, 심지어는 쿼드콥터(quadcopter) 방식의 상용, 민간용 제품을 개조한 무인기처럼 사실상 일회용에 가까운 드론들이 오히려 더 유용하게 활용되면서 전술적, 작전적 차원에서 전쟁 수행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적군의 탐지, 목표물 포착, 정찰 등 다양한 첩보 임무에서 무인기는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으며 한 관계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 표적의 86%는 무인기로 식별해낸 것이라고 할 정도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모습은 전자전과 네트워크 중심전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인공위성을 위시한 고비용의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인 북한이 무인무기체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하며, 국군 또한 하루빨리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무인무기체계의 도입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찰, 감시 등 정보 획득과 제공권 확보는 육상에서만 아니라 해상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혁신에는 군의 구별이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경항공모함 건조 추진 등을 통해 전력을 한 차원 높이고자 하는 해군은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적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육상에 비해 작전반경과 정찰, 감시 범위가 넓은 해전의 특성상 앞서 언급한 우크라이나전쟁의 함의가 해군의 무기체계와 전술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5월 미국이 항모에서 무인 항공기 X-47B의 이함에 성공하고, 튀르키예가 아나돌루급 강습상륙함에 F-35B 대신 자국제 바이락타르 TB-3 무인기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 해군 또한 향후 경항공모함 개발과 운용에서 무인기 탑재를 통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의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 1월 KAI가 미국 노스롭그루먼 사와 구축함 탑재용 수직이착륙 무인기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긍정적인 행보다.

무인항공기(UAV)부터 무인수중함(UUV)까지

그러나 해양에서의 무인무기체계 경쟁은 하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의 수상함정 및 잠수함정 또한 무인무기체계로 통합하고자 하는 노력이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이러한 무인수상함(USV, unmanned surface vehicle)과 무인수중함(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을 실전에 투입한 국가들도 있다. 특히 UUV의 경우, 비대칭 전력으로서 잠수함의 효과를 동일하게 얻으면서 정보, 감시 및 정찰(ISR), 기뢰 대응(MCM), 대잠전(ASW)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임무가 수중에서 수행되고 음향 및 자기 신호가 작아 적에게 탐지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유인 잠수함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함정을 만들 수 있으며, 무인이기 때문에 함정의 크기도 훨씬 작게 만들 수 있고 인명 손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위험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UAV의 모든 이점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UAV에 비해 UUV의 도입과 배치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UUV의 정상적인 운용에 더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중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높은 해류와 수압이 심한 열악한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필수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또한 작전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항행을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과 같은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며, 효과적인 발사 및 회수 시스템, 장거리 통신 시스템, 탑재된 임무 장비의 안정성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UUV가 의도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러한 모든 핵심기능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2006년 8월 함흥 연안에서 획득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중형 UUV(근거리 기뢰탐색체계(NMRS)로 추정)는 이러한 한계를 잘 보여준다. NMRS는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에서 발사하여 해저를 탐색한 후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잠수함에 제공하고 다시 잠수함이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만일 회수에 실패할 경우, 적이 습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자침시키거나 미리 입력된 위치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해당 기체를 입수한 것은 미 해군의 UUV 회수 및 우발계획의 실행이 모두 실패했음을 시사하며, 이는 UUV 회수에 따르는 기술적 난관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UUV 발전이 한국 해군에 주는 함의

물론 미국은 해당 사건 이후 UUV 운용 기술을 발전시키고 노하우를 축적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미국은 2011년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와 양성자 교환막 연료전지를 사용한 장기 체류 무인수중함(LEUUV)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수소 저장 연구에서 일본과 함께 각자의 선진 기술을 결합해 UUV용 고성능 연료 전지를 공동 개발함으로써 UUV 운용의 가장 큰 제약인 연료원과 항속거리 개선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향후 미국,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2010년대 이후 2차전지 기술에서 크게 약진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UUV 개발 협력 참여가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산업과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긴요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그리고 2018년에는 이스라엘까지 자체적으로 UUV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정치적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한국 또한 UUV 개발과 도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2016년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미국 UUV를 나포했다가 반환하고, 2018년에 이어 2020년 말에는 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 연안에서 현지 어부들이 중국 인민해방군 UUV를 발견했던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영해를 포함한 전세계 바닷속에서 이미 무인무기를 통한 전략적 경쟁이 매순간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날이 갈수록 안보와 경제, 기술이 깊게 얽혀가는 오늘날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이 이러한 경쟁에서 뒤쳐진다면 단지 기술 경쟁에서 낙오하는 차원이 아니라 군사협력과 동맹 체제 속에서 입지를 상실하고 나아가 잠재적 군사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까지 직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 3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초대형급 다목적 무인잠수정 개발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9월로 예정된 드론작전사령부 창설과 더불어 해군 또한 합동 전장 영역에서 무인무기를 사용해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나지원(leora1769@gmail.com)은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안보센터 연구원이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연구분야는 무인무기체계, 신흥 안보, 에너지 안보, 무기체계와 안보이론이다. 최근 연구성과로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 흑해함대 전력 강화 배경, 추세, 한계(2022), 실력과 위신 사이 – 일본의 경항모 개장(改裝) 결정 배경에 관한 국제정치적 고찰-”(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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